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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각성자, F급으로 회귀하다] 16화

[SSS급 각성자, F급으로 회귀하다] 16화
[데일리게임]

16. 잘려 나간 귀 (4)

***

1시간 전.

윌리는 건기를 기다리는 동안 마총 쏘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사실 그는 야영을 하는 며칠간,

자신이 불침번을 설 때에는 언제나 몰래 연습을 하고 있었다.

태구의 감독 아래,

윌리는 멀리 떨어진 생수병을 쐈다.

“오오!”

경쾌하게 날아간 광선은 단숨에 생수병 한가운데를 꿰뚫었다.

“혹시 타고난 건가?”

태구는 빈병을 놓으러 가는 윌리의 걸음을 보면서 한 가지를 더 깨달았다.

그리고 건기가 왜 그렇게 윌리를 몰아붙였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걸음도 훨씬 빨라졌어.”

윌리의 걸음걸이.

다리를 저는 것은 여전했지만,

빠른 걸음을 걷는 것처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민첩해져 있었다.

더구나 이젠 걸을 때 목발이 필요하지 않았다.

“건기는 이렇게 되리란 걸 알고 있던 건가? 그래서…….”

두 사람은 훈련을 계속하며 시간을 보냈다.

3시간 후.

주변엔 어느새 마을 주민들로 가득했다.

다들 윌리의 사격 실력에 감탄하며 구경하는 중이었다.

“더 멀리 놓고 맞춰 봐!”

“다들 돈 걸자고. 저 애가 맞출 수 있는지, 없는지!”

“오오! 좋은 생각이야!”

갑자기 마을 주민들은 윌리의 사격 실력에 대고 돈을 걸었다.

곧 관리관이 돌아다니며 장부 같은 것에다가 돈을 건 주민의 이름과 액수를 적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노름판이냐?”

태구는 윌리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마을 주민 하나가 표적인 생수병을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바위 위에 내려놓았다.

윌리는 부담스러워 제대로 조준하질 못했다.

“그냥 쏘지 말까요?”

“어차피 우리하곤 상관없는 일이니까,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돼.”

태구는 윌리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의기소침해진 15살 소년에게 용기를 주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관리관은 깃발까지 준비해서 윌리에게 신호를 줬다.

“그럼 준비하시고……!”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바위 옆으로 누군가가 나타났다.

“엥? 보안관 나리잖아?”

“나리가 왜 저기서 나와?”

“다른 사람들은 어쩌고?”

밤비노.

그는 숨을 헐떡이며 주민들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손을 뻗어서 윌리와 태구를 가리켰다.

“배신자다! 엘프랑 내통했다고!”

“배신자? 엘프?”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주민들은 윌리와 태구로부터 뒷걸음질 쳤고,

부보안관들은 즉시 두 사람을 둘러쌌다.

“헉, 헉. 내 이야기를 들어 봐.”

밤비노는 케빈에게 들은 이야기,

그리고 조와 나눈 대화를 모두 주민들에게 말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부보안관들은 마총을 꺼내 윌리와 태구를 조준했다.

“손 들어!”

“이보쇼! 우리가 정말 엘프들이랑 한통속이라면 뭐 하러 건기가 광부들을 구하러 가겠소? 엉?”

“손 들어! 빨리!”

철컥.

부보안관들은 안전장치 클립을 풀었다.

그것을 본 윌리는 리볼버를 든 채로 손을 위로 올렸다.

태구도 마지못해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지금 실수하는 거요. 건기가 돌아오면 당신들…….”

밤비노는 태구의 명치에 총구를 대면서 그의 말을 끊었다.

“입 다물고 걸어.”

윌리와 태구는 졸지에 보안관 사무실 감방에 갇히게 되었다.

창문에는 쇠창살.

출입구는 철문.

아주 튼튼한 감방이었다.

“미안하오.”

밤비노는 철문을 닫고 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입장상 이럴 수밖에 없소. 그 이건기라는 친구가 광부들을 무사히 구출해 오면 모든 오해가 풀릴 것이오.”

그때 마을 주민 하나가 황급히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보안관님!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말인가?”

“엘프들인 것 같습니다!”

“엘프!”

밤비노는 주민과 함께 황급히 사무실을 나갔다.

감방 안에 남게 된 윌리와 태구는 ‘엘프’란 말에 얼굴이 굳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보안관이 윌리가 갖고 있던 리볼버를 압수하지 않았단 점이었다.

주민들은 대혼란.

길에서 마주치는 것과 달리,

엘프가 마을로 쳐들어온다는 것은 ‘학살’을 의미했다.

다들 우왕좌왕.

그나마 밤비노와 관리관은 제정신을 유지하며 주민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애들과 여자들은 집 안으로! 남자는 모두 무기를 들고 나오시오!”

현상금 사냥꾼들은 모두 도주.

밤비노는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닥치는 대로 주민들을 모았다.

모인 사람은 다해서 스무 명.

그 중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다섯이 채 안 됐다.

“젠장!”

밤비노와 부보안관들은 마총을 들었다.

마을 밖 황야의 지면.

열 군데가 들썩거리며 그 아래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뻔히 보이는 이상 현상.

평소라면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일 엘프치곤 상당히 노골적이었다.

“조준!”

사수는 모두 다섯.

그들은 주민들 앞에 서서 지면을 조준했다.

움직이는 지면은 열 군데.

“발사!”

밤비노의 신호에 따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팡팡팡팡팡.

다섯 발의 광선은 모두 허무하게 빗나갔다.

“젠장!”

이번엔 지면 속에서 반격이 날아왔다.

피융.

지면 속에서 화살이 위로 날아올라 사수들에게 떨어졌다.

“쏴!”

사수들은 떨리는 손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무작위 난사.

광선에 맞은 화살들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마총과 활의 완벽한 상하관계.

마총이 있는 마탑에서 활은 무용지물이었다.

철컥철컥.

순식간에 모두의 탄창이 비었다.

“맞춰야만 의미가 있어! 각자 따로 쏘지 말고 하나만 노려! 다 같이 맨 앞 오른쪽 지면을 노린다!”

사수들은 그의 말에 따라 하나만 조준했다.

팡팡팡팡팡.

일렬로 날아간 다섯 발.

네 발은 허무하게 지면,

나머지 한 발이 움직이는 곳에 정확히 명중했다.

“으아아악!”

지면이 몸부림치며 엘프의 모습이 드러났다.

사수들은 그 엘프를 향해 총구를 집중시켰다.

“커억!”

광선들이 엘프의 몸을 꿰뚫었고, 그대로 엘프가 지면 위에 쓰러졌다.

“겨우 하나.”

밤비노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엘프 하나를 죽이기 위해 쏜 광선은 족히 수십 발.

너무나 효율이 나빴다.

그 사이 아홉 엘프는 순조롭게 마을로 접근.

거리는 불과 십여 미터였다.

“다음! 맨 앞 왼쪽!”

밤비노의 지시에 따라 사수들은 똑같이 광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면에 모두 명중.

관통당한 엘프는 지면 위로 올라오다가 죽었다.

남은 엘프는 여덟.

남은 거리는 오 미터.

다가오는 지면들이 나풀거리며 그 아래에 숨어 있던 엘프들이 지면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으아아앗!”

사수들은 겁에 질린 채 방아쇠를 당겼다.

십여 발의 광선.

엘프 둘이 거기에 맞아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남은 엘프는 여섯.

“타슝카!”

기어이 접근하는 데 성공.

엘프들은 양손에 단검을 든 채 마을 주민들에게 덤벼들었다.

분홍빛으로 반짝이는 칼날은 금세 선홍빛 피로 물들었다.

“으아아악!”

관리관은 단번에 목이 잘렸다.

밤비노는 샷건을 휘둘러 엘프의 단검을 쳐냈고,

부보안관들은 뒤로 물러났다.

“도망치면 안 돼! 그러면 다 죽어! 뭉쳐서 대응해!”

보안관의 외침.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한 덩이로 뭉쳤다.

손에 들린 건 곡괭이와 삽, 그리고 식칼.

그들은 무기를 휘두르며 엘프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그것은 싸움이 아니라 저항.

애초에 싸움의 숙련도가 달랐다.

사수들은 총열 아래 총검을 장착했다.

그리고 마총을 쏘면서 엘프가 가까이 다가오면 총검으로 찔렀다.

“하아아앗!”

밤비노는 자신과 대적하던 엘프의 복부를 샷건으로 찔렀다.

엘프는 입으로 피를 토하면서 단검으로 그의 손목을 잘랐다.

“크아아악!”

밤비노는 자기도 모르게 잘린 손목을 휘둘러 그 잘린 단면을 엘프의 안면에 꽂았다.

물론 잘린 단면에 엘프의 얼굴이 닿자 신경이 찌릿했다.

“망할 자식! 더 아프잖아!”

엘프는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젠장!”

밤비노는 주저앉아 입고 있던 셔츠를 찢어 손목을 감았다.

그러나 응급처치 도중 날아온 단검이 그의 어깨에 박혔다.

“젠장.”

밤비노는 어깨에 박힌 단검을 뽑아 아무 엘프에게나 던졌다.

그러나 대충 던진 단검에 순순히 맞아 줄 엘프들이 아니었다.

“훙케슈니!”

엘프들은 보안관을 조롱하며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차갑게 주민들을 도륙했다.

스무 명이던 주민들은 하나둘 줄어들어 열 명밖에 남지 않았다.

딱 절반.

남은 주민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다.

“사람 살려! 으아아악!”

겁에 질린 사람들.

밤비노는 다른 엘프 하나와 몸싸움을 벌였다.

그가 체중으로 깔아뭉갠 덕에 엘프는 곧이곧대로 얻어맞았다.

“도망치면 다 죽어! 도망치지 마! 제발!”

밤비노는 엘프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그러나 그의 말을 귀담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푹.

그가 한눈을 판 순간,

아래에 깔린 엘프가 긴팔을 뻗어 그의 목에 단검을 꽂았다.

“망할 자식!”

밤비노는 부들부들 떨면서 옆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몸을 웅크렸다.

***

“싸워야 해. 싸워야 해. 싸워야 해. 싸워야 해…….”

윌리는 리볼버를 장전했다.

그리고 감방 문에 대고 겨눴다.

엘프가 문을 여는 순간,

방아쇠를 당겨 죽일 생각이었다.

“으아아악!”

“제발, 제발 목숨만 살려 줘!”

“안 돼! 난 살고 싶어! 컥!”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울리는 비명 소리.

윌리는 터져 나오는 눈물에 소리 낮춰 울었다.

죽어 가는 주민들.

무기력한 자신.

죽을지도 모른단 공포.

싸울 줄 안다고 해도,

그는 아직 15살이었다.

철컥철컥.

누군가 철문을 열려고 했다.

윌리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 바들바들 떨었다.

“타슝카!”

엘프.

전신이 피로 범벅이 됐음에도,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윌리는 즉시 방아쇠를 당겼다.

“훙케슈니!”

엘프는 기습을 당했음에도 믿기지 않을 속도로 몸을 움직였다.

“크윽!”

광선은 빗나가 오른팔에 명중.

엘프는 미간을 찌푸리며 왼손으로 단검을 빼들었다.

“고, 야, 슬, 레.”

엘프는 차갑게 말을 내뱉으며 윌리를 덮쳤다.

윌리는 겁에 질린 채 손으로 엘프를 밀어냈다.

평소 팔운동을 해서인지,

아니면 엘프가 지친 탓인지,

그는 엘프를 밀면서 잘 버텼다.

다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아저씨! 도와주세요! 아저씨!”

엘프의 단검이 천천히 윌리의 목을 향해 전진.

태구는 가진 무기가 없었다.

그래서 절박한 마음을 담아 엘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엑스 포켓!”

태구는 인벤토리를 열어 엘프에게서 가져온 물건을 꺼냈다.

분홍빛 ‘수정단검.’

수정산 조각 중 날카로운 것을 칼날 삼아 만든 무기였다.

그는 그것으로 엘프를 찍었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태구는 사정없이 엘프의 등과 허리를 후볐다.

엘프는 반격하려 했지만,

윌리는 재빨리 엘프의 양팔을 붙잡으며 매달렸다.

“아저씨!”

“죽어! 죽어! 죽어! 죽어……!”

태구는 엘프가 죽을 때까지 그 몸을 난자했다.

칼날에 살점과 피가 엉겨 붙고,

손잡이가 땀과 피로 미끄러워져도 그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피가 엉기면서 그의 머리에서 스르륵 가발이 벗겨졌다.

“크아아악!”

등과 허리에 난도질.

그곳으로 피와 함께 저며진 내장과 살점이 흘러내렸다.

엘프는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며 천천히 죽어 갔다.

두 사람은 죽은 엘프를 감방 구석으로 밀어 놓은 채 문을 닫았다.

태구는 완전히 기운이 빠져서 손에 쥔 단검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철문을 등진 채 주저앉았다.

“헉, 헉…….”

윌리는 죽은 엘프를 보다가 구역질이 나서 구토를 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죽고 싶지 않아.”

하지만 자신은 죽였다.

엘프는 죽고 싶었을까?

윌리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러나 양심의 가책이 지금의 상황을 타개해 주진 않았다.

“후우.”

태구는 윌리를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쿵쿵.

그때 그가 등 대고 있는 철문이 흔들렸다.

“서, 설마……?”

태구는 겁에 질려서 몸을 힘껏 철문을 밀었다.

그러자 철문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제발 부탁이에요. 열어 주세요.”

“사람?”

태구는 얼른 문을 열었다.

그러나 바깥에 서 있는 것은 마을 주민이 아닌 엘프였다.

“앗.”

태구는 문을 닫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문을 닫기 전,

엘프가 한 발 먼저 열린 틈으로 스르륵 감방 안에 들어왔다.

“난 한국어를 할 수 있지.”

엘프는 씩 웃으면서 양손에 든 단검으로 태구를 겨눴다.

“죽여주마!”

개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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