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스타즈 김민철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지난 9일부터 프로리그는 포스트 시즌에 돌입했습니다. 정규 시즌에서 3위와 6위, 4위와 5위를 차지한 팀들이 대결을 펼치고 있는데요. KT와 STX, 웅진과 삼성전자가 1대1을 이루면서 오는 12일 3차전을 벌입니다.
이번 '핀포인트'에서는 웅진과 삼성전자전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펼쳐진 3세트 웅진 김민철과 삼성전자 허영무의 경기를 분석해보려 합니다.
웅진이 야심차게 이재호와 박상우를 1, 2세트에 출전시켰지만 연거푸 패하면서 3세트에 출전한 선수는 부담을 갖게 됐습니다. 웅진은 포스트 시즌 경험이 많지 않은 김민철-09-10 시즌 위너스리그 준플레이오프에서 올킬을 하긴 했지만-을 출전시켰고 삼성전자는 광안리 결승을 통해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허영무를 택했습니다. 최근 분위기로 봐서는 허영무의 승리가 예견됐지만 김민철은 특이한 전략을 택하면서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김민철의 특별한 전략 속으로 빠져 보시죠.
◆준비한 전략 2히드라덴
저그는 전략이 그리 많지 않은 종족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드론을 얼마나 생산하고 확장기지를 언제 펼치고 테크트리 건물을 언제 추가하느냐가 전략의 전부이지요. 저그 선수들은 드론 한 기의 차이마저도 전략으로 승화시키면서 미세한 타이밍까지 잡고 있습니다. 미묘한 차이에 따라 타이밍이 달라지면서 승부가 갈린다는 뜻이지요.
◇2시 지역에 첫 확장 기지를 가져간 김민철.
김민철은 정찰 온 허영무의 프로브를 잡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니, 잡지 않으려 했답니다. 저그가 앞마당에 해처리를 지으려 할 때 허영무의 프로브가 정찰에 성공했기에 김민철은 아예 2시 지역에 첫 확장 기지를 가져갔습니다.
이어 앞마당에 해처리를 하나 더 펼치면서 김민철은 전략을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레어를 가지 않은 채 해처리 상태에서 히드라리스크덴을 2개나 건설하며 히드라리스크의 이동 속도와 사정거리를 동시에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을 시도했죠. 참신한 전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레어를 2곳에서 변태하며 오버로드의 이동 속도와 수송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시도하는 전략은 몇 차례 선보인 적이 있지만 히드라리스크덴을 두 개 짓는 전략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이 전략 안에는 김민철의 실수 아닌 실수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재균 감독이 데일리e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인데요. 사실 허영무의 정찰 프로브를 일찍 잡아낸 것은 김민철의 실수였다고 합니다.
저글링을 2기만 생산한 김민철은 허영무의 정찰 프로브를 계속 살려둘 생각이다고 합니다. 레어로 전환하는 것을 보여준 뒤 잡을 계획이었다고 하네요. 해처리가 레어로 변태하는 것을 프로토스가 본다면 뮤탈리스크나 스컬지를 활용해 커세어를 잡아내고 중장기전을 도모할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생각보다 허영무의 프로브는 너무나 일찍 잡혔죠. 앞마당에 해처리를 펼치는 시점에 저글링에 의해 잡혔으니까요. 레어를 보여준 뒤 프로브를 잡아내고 레어를 취소할 생각이었던 김민철의 의도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히드라리스크덴을 본진에 2개나 지은 김민철. 연달아 지은 것을 보니 실수가 아닌 의도가 가득 담긴 건물 배치였다.
그래도 김민철은 히드라리스크덴을 2개나 지으면서 동시에 이동 속도와 사정거리 업그레이드를 시도했습니다. 준비한 전략은 써야 제 맛이죠.
◆프로토스의 예상보다 빨랐던 러시
김민철이 이동 속도와 사정거리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했을 것이라고는 허영무가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앞마당 입구 지역을 포지와 게이트웨이로 막은 허영무는 커세어 한 기를 뽑아 김민철의 본진으로 곧장 날아갔죠.
◇허영무가 뒤늦게 앞마당 지역에 캐논을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히드라리스크는 이동속도와 사정거리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상태였다.
커세어의 시야에 이동 속도가 업그레이드된 히드라리스크가 보였지만 공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정거리까지 길어졌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저그의 본진에 도달했을 때 히드라리스크덴이 2개인 것을 확인하며 감을 잡았을 것입니다. 생각보다 이른 타이밍에 정면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허영무는 캐논을 5개나 지으면서 방어에 신경을 썼습니다.
캐논이 워프되는 동안 김민철은 주저하지 않고 저글링과 히드라리스크로 입구 지역 캐논을 두드렸습니다. 파일런의 좌우에 배치된 캐논을 깨뜨렸고 히드라리스크를 한 발 뒤로 물리며 게이트웨이와 포지를 파괴했습니다. 그 정도만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로토스의 힘을 빼놓았고 병력을 충원하거나 캐논을 더 짓게 만들었으니까요.
◇히드라리스크로 캐논을 파괴하기 시작한 김민철. 허영무가 파일런 하나를 뒤늦게 짓는 실수를 범하면서 김민철의 전략은 승리로 환원됐다.
◆아, 파일런
그러나 김민철은 허영무가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파일런을 두드리기 시작했죠. 사실 김민철은 프로토스의 캐논을 버티고 있는 파일런이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히드라리스크가 공격을 하길래 그냥 뒀던 것이고 질럿과 프로브가 방어하기 위해 위로 올라오면 뒤로 빼는 컨트롤만 했습니다.
몇 번 치고 빠지는 컨트롤을 하던 김민철은 시야에 들어오는 파일런이 하나라는 것을 깨닫고 일점사를 시작했죠. 이미 실드가 벗겨진 상황이었기에 파일런은 금세 파괴됐습니다.
이것으로 인해 경기가 끝이 났습니다. 허영무가 2선에 지은 캐논은 우측에 있던 파일런 하나에 의해 생명을 부지하고 있었지만 '언파워드'가 되면서 기능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허영무가 파일런을 건설하면서 저항하긴 했지만 이미 2기의 캐논이 파괴된 뒤였기에 힘을 쓰지 못했죠.
◆사고의 전환
김민철이 허영무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전략은 사고방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그 선수들이 올인 전략을 시도할 때 드론 숫자를 줄여가며 병력을 뽑는 경우가 있지만 김민철은 드론은 확보하되 레어를 가지 않고 히드라리스크덴 하나를 더 지었습니다.
레어가 미네랄 150에 개스 100이 소요되고 히드라리스크덴이 미네랄 100과 개스 50을 가져가기 때문에 레어를 포기하고 히드라리스크덴을 하나 더 짓는 것은 그리 큰 자원의 피해는 아닙니다.
특히 프로토스전처럼 초반 피해를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타임 어택성 전략을 쓸 때면 김민철이 보여준 이 전략이 꽤나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재균 감독은 김민철이 사용한 2히드라리스크덴 전략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저그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때 저그의 2레어 전략보다 훨씬 이른 타이밍에 공격을 시도할 수 있고 프로토스로 하여금 방어 시점을 잡기 어렵게 혼돈을 줄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프로토스가 고민이 하나 더 생길 것 같네요. 입구를 좁힌 뒤 더블 넥서스를 가져가는 전략이 주를 이룬 뒤 발전된 무언가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김민철이 참신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콜럼부스의 달걀'을 하나 만들었으니까요. 프로토스 선수들이 연구를 통해 '이스터 에그'와 같은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내길 바랍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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