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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열전] 이스트로 서기수 "주장 롤모델 되겠다"

e스포츠 12개 게임단 선수들 가운데 가장 주장을 오래 맡았던 사람은? 정답은 이스트로 서기수다. 서기수는 2007년 이스트로가 창단한 이후 지금까지 쭉 이스트로 주장을 한번도 놓은 적이 없다. 그만큼 서기수의 존재는 이스트로에 있어서 절대적이다.

서기수는 주장으로서 너무 완벽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서기수가 주장을 오래 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가장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주장 서기수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자.

◆주장의 조건 첫번째, 나이가 많아야 한다
서기수는 한 팀의 주장 역할을 하려면 나이가 많아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일단 나이가 어린 주장은 프로게이머로서 경험도 많지 않고 삶의 경험 또한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 어렵다는 것이 서기수의 설명이다.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은 노련함과 경험에서 우러나와요. 프로게이머들이 겪는 고민이나 고통은 대부분 비슷하거든요. 그것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선수들이 겪는 고민들을 모두 겪고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에 서 있는 겁니다. 그 부분은 무척 중요해요. 선수들에게 자신 있게 충고를 해줄 수 있거든요. 그런 모습에서 선수들은 리더십을 느끼는 것이고요.”

공군 에이스의 박정석을 제외하고 12개 게임단 주장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서기수. 그만큼 리더십도 뛰어나 이스트로 선수들은 서기수의 이야기를 마치 감독이나 코치의 말처럼 생각하고 잘 따른다.

“또한 요즘 프로게이머들은 하도 어려서 자신보다 나이가 한 두 살 정도만 많아도 말을 잘 안 듣더라고요. 다행히 이스트로에서 제 바로 밑이 22살 (박)상우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절대적인 나이로 우위를 점하게 됐죠(웃음).”

◆주장의 조건 두번째, 적당히 친해야 한다
서기수는 주장이라면 선수들과 너무 친하지도 그렇다고 덜 친하지도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수들과 적당히 친한 것이 주장 역할을 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선수들과 감정적으로 깊어지면 공과 사를 구분하기가 어려워 지기 때문이다.

“이스트로 선수들은 저를 어려워하면서도 친하게 지내기도 해요. 사실 저 숙소에서 왕따에요(웃음). 나이가 많다 보니 여가시간에 선수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이 점이 제가 주장 역할을 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너무 친하면 혼낼 수가 없고 그렇다고 친하지 않으면 너무 딱딱한 사이가 되거든요.”



서기수는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정도의 친분만 쌓으며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약간의 거리감은 서기수가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너무 친하면 “형, 우리 사이에 왜 그래”라며 말을 잘 안 듣는 경우도 생기지만 이스트로에서는 그런 경우를 보기는 하늘에 별 따기이다.

“2군 선수들은 저에게 말도 잘 못 걸어요. 주장이 쉬우면 안 되잖아요. 어려운 주장이 되어야 나중에 내 한마디가 그 선수에게 충고가 될 수 있고 그 선수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장의 조건 세번째, 코칭 스태프를 알아야 한다
서기수는 조금 특이한 조건에서 주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스트로 김현진 감독이 주장 서기수와 한 살 차이이기 때문. e스포츠 역사상 그 어떤 팀도 주장과 감독의 나이차이가 한살인 경우는 없었다.

더군다나 서기수와 김현진은 이스트로의 전신인 ‘이네이처 탑’팀에서 선수생활을 했기 때문에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서로 친한 친구 같은 사이에서 갑자기 선수와 코칭 스태프 사이가 되기 까지 쉽지만은 않았을 터.

“처음에 김현진 감독님이 선수를 그만두고 코치 생활을 했었죠. 그때는 코치와 주장이다 보니 ‘형’이라고 부르면서 예전과 별다를 것 없이 지냈어요. 그런데 감독으로 부임을 한 뒤에는 이렇게 지내면 안 된다는 판단이 들었죠.”

서기수와 김현진 감독은 한동안 일부러 서로를 멀리했다. 서로의 자리에서 굳건한 역할을 할 때까지는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리고 지금은 누구보다 코칭 스태프를 잘 이해하는 주장으로 누구보다 선수들을 잘 이해하는 감독으로 서로 최고의 콤비를 이루고 있다.



“김현진 감독님이 선수를 할 때도, 코치를 할 때도 저는 옆에 있었어요. 그래서 코칭 스태프가 겪는 고민이나 힘든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사이에서 제가 적절하게 조율할 수 있는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서기수는 김현진 감독과 선수, 코치 시절을 모두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김현진 감독을 이해했다고 한다. 서기수의 실력이 가장 좋았지만 신예 양성을 위해 신상호에게 출전 기회를 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서기수는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고.

“사실 처음에는 서운하기도 했죠. 하지만 만약 우리가 다른 팀 감독님과 주장 사이처럼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서로에 대한 사정을 몰랐다면 무척 반발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앞으로도 코칭 스태프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려 교두보 역할을 제대로 해볼 생각입니다.”

◆이스트로 기적을 만든다
예전 ‘이네이처 탑’팀은 ‘서기수 원맨팀’이라 불렸다. 그만큼 서기수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경기에 출전해야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정말 배부른 고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지금 선수들은 그 기회에 대한 소중함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이스트로 선수들이 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할겁니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소중하게 여기고 열심히 노력하는 법부터 차근차근 가르칠 예정입니다”



최근 서기수는 후배 선수들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주장의 역할을 넘어 이제는 코치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할 예정이라며 서기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스트로가 플레이오프에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아직은 더 많죠.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정말 달라진 모습 보여드릴 겁니다. 선수와 코칭 스태프가 하나가 돼 이스트로의 기적을 만들어 나가려고 해요. 많이 응원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스트로 파이팅!”

글,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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