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문호준의 '솔라이트 인디고'는 강했습니다. 스피드전, 아이템전, 팀장전의 3박자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알엔더스'를 세트스코어 2:0, 라운드스코어 6:0의 퍼펙트 게임을 기록하며 2승째를 획득, 'KSF'조 1위로 올라섰죠.
이번 '솔라이트 인디고'의 승리는 여러 모로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문호준'이라는 천재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선수가 고루 활약했다는 점, 팀장전에서도 8개 팀 중 가장 톱클래스의 경기력을 보유한 점, 그 어느 때보다 관중들의 자발적인 탄성이 모든 선수에게 집중된 점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솔라이트 인디고'는 강합니다. 단순히 9살 소년의 성장기나 외모적인 반짝 이슈를 넘어, 카트리그 역사상 최강의 팀이 될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승부는 스피드전으로 완성된다.
현재 '카트리그 에볼루션'의 조별 풀리그 방식은
▶3전2선승제
▶1세트 스피드전(5전 3선), 2세트 아이템전(5전 3선), 3세트 스피드전(1:1 단판 에이스결정전)
▶2세트 1라운드는 2:2 팀장전(아이템)
위와 같이 요약이 가능합니다. 풀라운드, 풀세트 접전이 나온다면 최대 스피드전 6경기, 아이템전 5경기가 나올 수 있겠죠. 단 1라운드 차이지만, 바로 이 한 개의 라운드가 결국 승부에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지난 '슈퍼레이스'조 첫 날 경기(2주차)에서, '탱크' 유영혁의 '팀 106'과 '에결불패' 이재인의 'CJ 레이싱'이 격돌했습니다. 2세트까지의 세트스코어는 1:1 동률인 상황. 3세트 에이스결정전에서 유영혁과 이재인은 자존심을 건 통산 두 번째 1:1 경기를 치르게 됐죠.
팬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것처럼, 유영혁은 문호준과 함께 10차리그 이후 카트리그의 부활을 견인했던 인물입니다. 12차 리그에서 문호준을 제압하고 생애 첫 스피드전 우승을 달성했고, 팀 리그 전환 이후인 16, 17차 리그에서 2연패를 달성하기도 한 스피드전의 최강자였죠. 유영혁 선수의 팬들은 '유영혁이 속한 팀은 무조건 우승한다'라는 애정의 의미를 담아 그를 '유버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4인 팀 체제로 리그가 개편된 이후, 유영혁은 번번히 준우승에 머물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배틀로얄' 결승전에서 신인에 불과했던 이재인에게 불의의 일격을 허용, 에이스결정전에서 패배하는 좌절을 맛보기도 했죠.
이날의 에이스결정전 역시 결과는 같았습니다. 안정적인 라인과 단단한 몸싸움을 자랑하는 이재인에게 밀려, 유영혁은 또 한 번 이재인에게 승리를 빼앗겨야 했습니다.
스피드전, 아이템전 모두에서 톱 클래스의 선수를 보유한 '팀 106'에 비해, 'CJ 레이싱'은 스피드전에만 특화된 팀입니다. 선수들 스스로 아이템전은 '져도 상관 없다'라고 할 정도로 스피드전에만 올인하는 상황이죠.
그런데, '모든 경기에서 한 세트를 통째로 버린다'는 의미의 이 전략이, 어찌 보면 가장 영리한 작전일수도 있습니다. 1세트 스피드전 승리, 2세트 아이템전 패배, 3세트 에이스결정전 승리. 최종 결과는 2:1 승리가 되니까요. 핵심은, 스피드전에서만 모두 승리할 수 있다면 최종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아이템전만 모두 가져갈 수 있다면 1:2 패배가 되는 것이죠.
만약 'CJ 레이싱'이 상위 라운드에 진출해서 '솔라이트 인디고'를 만나게 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1세트 스피드전에서만 승리할 수 있으면, 반드시 '문호준 vs 이재인', 혹은 '전대웅 vs 이재인'의 승부가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절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문호준, 전대웅이 아무리 최고의 선수들이라 해도, 상대는 '에결불패'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이재인이니까요.
◆문호준의 시작, 이재인의 완성.
누가 뭐래도 이번 '에볼루션'의 최대 화두는 '문호준' 그 자체입니다. 외모, 실력, 팀원 모두 관중들을 열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죠. 하지만 이런 팬들의 관심이 1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 문호준에게는 새로운 라이벌이 필요합니다. 과거 유영혁, 전대웅이 그랬던 것처럼, 어쩌면 이재인이 문호준을 견제할 유일한 대항마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언급해드린 것처럼, 문호준의 '솔라이트 인디고'와는 달리 'CJ 레이싱'은 스피드전 특화 팀입니다. 이번 경기에도, 다음 경기에도 이재인은 팀의 운명을 지고 에이스결정전에 참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문호준은 결승까지 단 한 번도 에이스결정전을 치르지 않게 될 수도 있죠.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더욱 성장한 이재인이 문호준과 최고의 승부를 펼치게 될 '그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