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는 넥슨의 장수 게임 '메이플스토리' 전설의 레전드 유저 '타락파워전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메이플스토리'는 13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서비스되며 흥행한 것과는 별개로 이 시간 동안 유저들이 쌓아낸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는데요.
많은 이들에게 '메이플스토리'는 단순히 게임이 아닌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되는 몇 안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 '메이플스토리' 이용자에게 기억에 남는 한 명의 이용자를 꼽아보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입을 모으는 닉네임이 있는데요. 바로 '타락파워전사'입니다.
◆고난 속에 피운 만 레벨
레벨업이 힘들었던 '메이플스토리'의 빅뱅 패치 이전에는 처음부터 시작하면 레벨 30일 찍는데 거의 한 달이 걸릴 정도로 레벨업이 힘들었는데요.
그는 이 레벨업 힘들던 시절에 '메이플스토리' 최초의 만 레벨인 200레벨을 달성한 이용자였는데요. '메이플스토리'를 즐긴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전설이자 '메이플스토리'의 상징과도 같은 이용자입니다.
특히 기피 직업이었던 '히어로'로 만 레벨을 달성한 2007년 4월 7일 당시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에는 대형 배너가 생길 정도로 큰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비록 만 레벨 확장 이후 랭킹에서는 밀려나 있지만 '타락파워전사'는 '메이플스토리'의 유저라면 모두가 인정하는 '전설'일 것입니다.
◆품성과 비례한 유명세
과거 레벨 랭킹 1위였던 이용자 '아시안느'는 '메이플스토리' 초창기 시절 레벨 120을 찍을 정도로 게임에 오랜 시간을 투자한 이용자였는데요.
그와 '타락파워전사'는 실제 가족은 아니었지만 서로를 아버지와 아들로 부를 정도로 친하게 지낸 사이였습니다. 하루에 전화 한 두통씩 전화를 주고 받을 정도로 친하게 지낸 그 둘은 게임도 함께 즐겼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아시안느'가 캐릭터를 삭제했고 여기서 많은 논란이 생깁니다. '아시안느' 캐릭터가 삭제된 것을 본 다른 이용자들이 매크로로 계정 정지를 당했다는 식의 뒷소문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타락파워전사'가 '메이플스토리' 서버 게시판에 '아시안느'의 캐릭터 삭제의 원인을 해명하는 글을 쓰게 되는데요. 논란이 더 커지자 '아시안느' 본인이 직접 글을 올립니다.
'아시안느'가 쓴 글의 내용은 캐릭터를 삭제한 이유를 설명하는 글이었는데요. 일과 게임할 시간을 병행하기 힘들어 랭킹이 내려가는 걸 보기 힘들어 삭제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 유저가 비난을 받자 본인이 나서 해명할 정도로 마음씀씀이가 좋기도 했는데요. 그런 요인이 그를 더 유명인으로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레벨업은 계속 된다
'아시안느'가 게임을 떠난 뒤에도 '타락파워전사'는 계속 게임을 했는데요. 2006년 당시 랭킹을 보면 '타락파워전사' 그 뒤를 쫓던 'vc법사vc' 그리고 '번개의신' 모두 187 레벨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랭킹 다툼이 치열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만 레벨이 120이 아니라 200이 되면서 만렙 레이스는 더욱 치열해집니다.
여기서 1위를 달리던 유저 '번개의신'이 주춤거리는 찰나, '타락파워전사'와 'lkc1031'이 1위를 바짝 추격했고 결국 레벨을 역전했습니다. 결국 '번개의신'은 3위를 기록하며 궁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2003년 8월 16일에 캐릭터를 생성해 2007년 4월 7일에 200레벨을 달성, 약 3년 만에 최고 레벨을 달성한 것인데요. 더 대단한 점은 크루세이더 캐릭터로 200레벨을 달성했다는 것입니다. 쓸만한 공격 스킬이 거의 없는 직업인데다 빅뱅 업데이트 이전 엄청났던 필요 경험치, 불공평한 스킬 성능, 얻을 수 있는 경험치도 굉장히 낮았죠.
이에 더해 당시 천대받았던 전사의 입지를 볼 때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더 강조해도 모자랄 정도입니다. 게다가 당시 '타락파워전사'는 전사 중에서도 적자가 심하다던 히어로 계열이었던 점도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진행된 인터뷰에 따르면 사실 캐릭터 육성을 본인 혼자 한 것이 아니라는데요.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키운 게 레벨업의 비결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시 랭커들은 거의 혼자서 캐릭터를 육성하기 보다는 여럿이 캐릭터를 육성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네요.
만 레벨 달성할 당시 전사의 고향인 페리온에서 만 레벨을 달성하기 위해 히든스트리트 와일드보어의 땅에서 사냥을 했다고 하는데요. 만 레벨 달성 순간을 직접 보기 위해 수많은 유저들이 구름같이 모이는 장관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퇴장
몇 년 뒤인 2013년 1월 31일. 만 레벨이 200에서 250으로 확장되는 패치가 이뤄졌는데요. 당시 만렙 제한을 풀자는 말만 나와도 "'타락파워전사'님은 어떻게 되냐"며 반대하는 유저가 많았기에 기대만큼이나 반발도 컸습니다.
이후 '타락파워전사'도 다시 한번 만 레벨에 도전했지만, 결국 214레벨에서 육성을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를 기억하는 이용자들의 수를 봐선 영원한 영웅으로 남을 것 같네요.
◆"레벨업의 원동력은 가족"
'타락파워전사'를 육성한 권숙국님은 광주광역시에서 피자점을 경영하는(현재는 퓨전 레스토랑으로 변경) 1955년 생의 한 가정의 가장이신데요. '타락파워전사' 캐릭터를 생성할 당시에도 49세셨던 것이죠. 일견 이런 정정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게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당시 아들이 '메이플스토리'를 즐겼다고 하는데요. 하루는 마을에서 다른 이용자들에게 돈을 구걸하던 아들의 모습을 보고 아무리 게임이지만 구걸을 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아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게임에 참여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타락파워전사'의 목표는 200레벨 달성이 됐고 그 목표를 결국 약 3년 만에 이뤄 '메이플스토리' 최초 만 레벨 달성자가 된 것이죠.
◆넥슨도 인정!
지난 2013년 치러진 '메이플스토리' 10주는 행사에서는 최초로 200 최고레벨에 오른 50대 유저로 잘 알려진 '타락파워전사' 본인을 초대해 특별상을 드리기도 했는데요. '메이플스토리'가 가족과 함께 하는 국민 게임으로 성장할 수 있던 공로에 대한 시상이었습니다.
행사장에는 친근한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닌 말쑥한 정장 차림의 중년이 등장하자 어색할 듯도 한데도 현장의 이용자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는데요.
현장에는 '타락파워전사'가 게임에 입문하게 된 당사자인 아들도 찾아와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넥슨의 대우는 공로상 시상 뿐만 아니라 게임 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페리온의 전사의 성전에 NPC로 '타락파워전사'가 등장합니다.
이는 굉장히 특별한 일인데요. 다른 만 레벨 NPC들은 전부 만 레벨 전용 맵에 있고, 말을 걸어도 딱히 이벤트는 생기지 않는 반면 '타락파워전사' NPC는 전직 NPC 바로 옆에 위치해 찾기도 쉽고, 에반의 라이딩 퀘스트 수행 시 대화를 나누기도 할 정도로 특별한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타락파워전사'는 요즘은 게임을 하지는 않는다고 전해지는데요. 가끔씩 게임에 접속해 전체 채팅으로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타락파워전사'의 카이니 서버에서는 당연히 그의 접속이 일대 이벤트 같이 취급되는데요.
카이니 서버에서 가장 큰 패밀리는 당연하게도 '타락파워전사' 패밀리고 접속만 하면 해당 패밀리 유저 모두에게 접속 메시지가 전해지다 보니 한 번 접속했다 하면 그를 보기 위해 수많은 유저들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것이죠.
'과거의 메이플'을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 된 '타락파워전사'. 이 글을 읽은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이 잠시라도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셨다면 좋겠습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