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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블랙 '메리데이' 이태준 "정상에서 은퇴하겠다"

MVP 블랙 '메리데이' 이태준 "정상에서 은퇴하겠다"
미드 시즌 난투를 끝으로 은퇴하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프로게이머 '메리데이' 이태준이 "정상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3월, 시즌 도중 은퇴의사를 밝힌 MVP 블랙 소속 지원가 이태준은 오는 10일부터 20일까지 스웨덴 옌셰핑에서 열리는 2017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글로벌 챔피언십 미드 시즌 난투를 끝으로 은퇴한다.

이태준은 은퇴를 결정한 이유로 히어로즈 대회의 상금 문제를 들었다. 이태준은 "작년에 비해 대회 상금이 많이 줄었다"면서 이 외에도 커뮤니티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또한 상당하다고 말했다.

"작년에 비해 상긍이 많이 줄었어요. 우리가 그걸 전부 다 가져갈 거란 확신도 없는데 상금이 줄어든 것이 (은퇴의)가장 큰 원인이죠. 그리고 커뮤니티가 많이 지저분해졌어요. 저는 저만 좋아하는 팬들만 챙기면 된다 싶었지만, 제가 무슨 말을 하면 그게 왜곡되고 와전되면서 욕먹는 게 싫었어요. 종종 '그만 둘까'하는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었고, 군대나 학교 문제도 있기 때문에 현실로 돌아와 모든 걸 마무리 짓고 다른 길을 선택해도 늦지 않겠다 싶어서 은퇴를 결정하게 됐죠."

이태준은 세계 최고의 지원가로 평가받고 있다. 프로게이머로서의 그의 재능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2 등 같은 장르의 다른 종목에 도전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지만 이태준은 단호했다. 돈보다는 흥미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태준은 "기회가 온다면 고려는 해보겠지만, 도타2에는 흥미를 못 느끼겠더라. 나는 흥미를 느끼는 것이 우선이다. 돈을 많이 벌었을 때 기쁘다는 생각은 많이 안 들었다. 게임에 대한 흥미만 없어졌다. 게임이 취미였는데 더 이상 즐기는 용도가 아니게 됐다"고 아쉬워하며 프로게이머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해 털어놨다.

은퇴 직후에는 학교에 복학할 계획이다. 전문대를 다니다 휴학한 이태준은 한 학기만 더 다니면 졸업을 한다고. 은퇴 시기가 블리즈컨 이후가 아닌 미드 시즌 난투 이후인 것도 복학 시기 때문이었다.

MVP 블랙 '메리데이' 이태준 "정상에서 은퇴하겠다"

이태준은 복학하기 전까지 또래 친구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다. 이태준은 "스트리밍 쪽에는 욕심이 없다. 가끔씩 팬들이 방송을 켜 달라고 할 때 몇 번 했었는데,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혼잣말을 잘 못하겠더라"고 했다. 이어 "프로게이머 하기 전까지 고깃집 아르바이트만 2년 넘게 했다"면서 궂은일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졸업 후에는 바로 군에 입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오른손 중지와 약지가 선천적으로 구부러지지 않아 악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신체검사에서 4급을 받았다는 이태준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예정이다. 공익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볼 것이라고. 아직 무슨 일을 할지 정하진 않았지만 자신감만큼은 넘쳐보였다.

"프로게이머 하면서 밥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게임만 하는데 시간을 다 썼어요. 정말 열심히 할 때 1년 정도 그렇게 하니 그만큼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다른 일을 할 때도 똑같이 그 정도 시간을 투자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진짜 이 악물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걸 느꼈어요. 다른 일을 하더라도 실패할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드네요."

지난 2년간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온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을 물었다.

이태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난해 4월 서울에서 열렸던 스프링 글로벌 챔피언십이었다. 당시 공식전 무패 행진을 달리던 MVP 블랙은 결승에서 중국의 에드워드 게이밍을 3대0으로 완파하며 우승했다. 이태준은 "그 때는 다들 열심히 하고 의욕이 넘치는 상태였다. 우승 당시 큰 환희, 성취감을 느꼈다. 국내에서 치러져 팬들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MVP 블랙 '메리데이' 이태준 "정상에서 은퇴하겠다"

아쉬웠던 순간으로는 바로 그 다음 시즌인 서머 글로벌 챔피언십 결승을 꼽았다. 슈퍼리그 시즌2 결승에서 템페스트에 아쉽게 패하며 연승 행진을 마감했던 MVP 블랙은 글로벌 챔피언십 결승에서도 템페스트에 무릎을 꿇으며 챔피언 타이틀을 내주고 말았다.

"사실 그 경기를 하기 전에 의욕을 좀 잃은 상태였어요. 근데 어떤 팬이 MVP가 글로벌 챔피언십을 모두 우승해서 탈 것을 색깔별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는데, 그걸 보니 다시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3대2로 지면서 좌절했죠. 팀원들 사이에서 '다시 해도 이길 수 있을까'란 말이 나올 정도였어요. 그 때가 가장 힘들고 아쉬운 순간이었네요."

이후 MVP 블랙은 다시 한 번 슈퍼리그 결승에 올랐지만 L5에게 패배, '암흑의 시대'가 완전히 막을 내린 듯했다. 하지만 MVP 블랙은 지난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이스턴 클래시에서 L5를 3대1로 꺾고 우승하며 화려하게 왕좌에 복귀했다.

이스턴 클래시 우승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이태준은 스웨덴에서 열리는 미드 시즌 난투에서도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각오다. 최정상의 자리에서 은퇴하는 멋진 모습을 꿈꾸고 있는 것. 그리고 우승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프나틱만큼은 반드시 잡겠다고 다짐했다. 모든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던 MVP 블랙이지만 2016 블리즈컨에서는 4강에서 프나틱에 덜미를 잡히며 자존심을 구겼기 때문이다. 복수심에 불타는 이태준이었다.

은퇴하는 마당에 선수 입장에서 본 현 히어로즈 e스포츠의 문제점을 짚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이태준은 "모든 팀에 상금을 공평하게 주려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3위부터 8위까지 상금 차이가 없다보니 동기부여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본 것이다.

오프라인 경기-온라인 중계 시스템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HGC KR은 매번 상암 OGN e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르지만 관중 없이 온라인 중계만 진행한다. 이에 대해 이태준은 "출퇴근하는 느낌인데, 팬들 환호성도 들을 수 없다. 그 영향력이 경기력에서도 나타난다. 의욕을 저하시킨다. 개인적으로는 관중들 의식을 안 해서 편하긴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더라. 나도 한 번 쯤은 팬들에 가득 쌓여서 경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준은 상금 문제로 인해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니 팀들의 연습량 또한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금을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하거나 라이엇 게임즈처럼 상금과 지원금을 따로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통비나 식비가 따로 나오지 않는다. 우리야 팀에서 나오는 게 있지만 다른 팀들은 후원도 없는데 사비로 지출하는 돈이 많다고 들었다. 만만치 않은 금액인데, 상금을 받아도 남는 게 없다"고 덧붙이며 현 리그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덧붙였다.

MVP 블랙 '메리데이' 이태준 "정상에서 은퇴하겠다"

이태준은 블리자드에 대한 불만과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태준은 "글로벌 대회 나갔을 때 연습실이 오픈된 공간에 있었다. 전략 노출도 우려되고 여러모로 불편하다. 칸막이 자체가 없다. 대회 때는 모니터 높낮이 조절도 되지 않고, 컴퓨터 사양도 좋은 것 같진 않더라. 우리 팀은 포즈를 잘 안 거는 편인데, 경기 중에 모니터가 계속해서 나가더라. 한 번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계속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선수와 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보여주기 식보다는 내실부터 다졌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데일리e스포츠와 은퇴 전 마지막 인터뷰를 마친 이태준은 최근 있었던 '은퇴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승부의 세계에 남아 있는 동료들을 위해 팬들을 향한 당부를 전했다. 솔직함으로 무장한 마지막 인사였다.

"최근 프로필 사건이 있었어요. 팀 홈페이지 프로필 '하고 싶은 말' 칸에 '사케' 이중혁 선수가 제 것을 대신 썼는데, '빨리 은퇴하고 싶다'고 썼거든요. '너무 솔직한 것 아니냐'는 팬들 반응이 있었는데, 솔직히 제가 쓰진 않았지만 같은 마음이라 웃고 넘겼죠. 저는 재밌었고,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여전히 우승하고 싶고, 정상에서 은퇴하고 싶어요. 욕먹은 것은 좀 씁쓸하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은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경기에서 이겼을 때 우리 팀을 잘했다고 얘기하는 것보다 상대방을 질책하는 게 더 많더라고요. 그런 것보다는 이긴 팀에게 박수를 쳐주고, 진 팀에게는 위로를 건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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