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노력으로 제 2의 삶을 사는 프로게이머 출신들도 있지만 새로운 진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 역시 상당수다. 은퇴자들을 위한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데일리e스포츠는 창간 9주년을 맞아 프로게이머 육성과 은퇴 후 채용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게임 교육 업체 '게임코치 아카데미'를 방문해 학원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편집자주>
◆진정한 학원으로 인정받은 게임코치 아카데미
2015년 4월 설립된 게임코치는 회사 설립 2년 만에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게임코치 아카데미를 오픈했다.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던 게임 교육을 오프라인에서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게임코치 아카데미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등 다양한 게임의 교습을 진행 중에 있다.
게임코치 아카데미는 6월 초 서울 남부교육지원청으로부터 학원 정식 인가를 받았다. 게임코치에 따르면 게임(e스포츠)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학원 인가는 처음 있는 사례다.
게임코치 아카데미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박계현 COO는 "온오프라인을 합쳐 수강생이 100명 정도 된다"며 "게임코치는 게임을 배우고 싶은데 배울 데가 없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음지에 있는 게임 교습 때문에 피해보는 사례가 많아 아카데미를 통해 양지로 끌어올리고 싶었다"고 아카데미의 설립 취지를 전했다.
게임코치는 단순히 게임 실력을 늘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취미반이나 직장반 외에도 아카데미 팀을 운영하고 있다. 아카데미 팀은 여러 클래스를 나눠 운영 중이며, 최상위 클래스의 A팀은 프로게이머를 지향하는 수강생들로 이루어져있다.
강사진 및 코칭스태프로는 스타크래프트2,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다양한 종목의 팀에서 코치와 감독직을 맡았던 윤희원 감독과, 라이노스 게이밍 소속으로 활동했던 '레비' 정충혁 코치 등이 있다.
◆아카데미 팀의 존재 이유…'선순환 시스템 구축'
게임코치가 아카데미 팀을 만든 이유는 프로게이머를 배출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오버워치 종목에서 '페이트' 구판승이 게임코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마이티 프로게임단에 입단했다. 꿈의 무대인 오버워치 에이펙스까지 진출했던 구판승은 현재 마이티를 거쳐 북미 프로게임단 임모털스로 이적한 상태다.
박계현 COO는 "팀을 만든 이유는 선수들을 더 빨리 성장시켜 외부로 내보내기 위해서다. 셀링 클럽의 개념인데, 이적료를 받는 것보다 루키 선수들을 시장에 내보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1년 내에 배출하는 것이 목표고, 빈자리는 신인들이 메워주길 원한다"며 "시장에 인재가 더 풍부해지고 더 활성화돼서 e스포츠 산업 생태계가 좀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전체적인 그림을 놓고 봤을 때 아카데미와 팀, 팬들 모두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아카데미 팀의 목적을 설명했다.
수강생들이 내는 수업료가 학원의 주 수입원이지만 게임코치 아카데미 팀에는 아무나 받지 않는다. 학생이 혼자 올 경우엔 상담을 받아주지 않고 반드시 부모와 함께 와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박 COO는 "부모님들에게 테스트를 보는 대신 재능이 없다고 판단되면 받지 않겠다 말한다. 프로 지망생에 한해 실력을 검증해준다"고 말했다.
게임코치는 이를 위해 전문 입시 상담가를 고용,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학교 성적을 토대로 향후 진로나 대학 진학 등에 대한 상담과 조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코치 아카데미가 이처럼 까다롭게 수강생을 받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코치의 궁극적 목표인 '선순환(善循環) 시스템'에 대해 알아야 한다. 게임코치는 아카데미를 통해 프로게이머를 배출하고, 해당 프로게이머가 은퇴를 한 뒤 다시 게임코치로 돌아와 강사나 e스포츠 관련 업무를 하길 원하고 있다.
박 COO는 "아카데미 팀 선수들이 배우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데뷔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이 친구들이 은퇴하게 됐을 때 다시 우리가 흡수해 다른 후배 선수들을 육성하는 직업으로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아카데미 출신인 구판승 선수도 은퇴를 한다면 그런 제안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스포츠 시장의 해결사 되겠다"
게임코치가 아무리 프로게이머의 은퇴 후 진로에 대해 좋은 계획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임코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박 COO는 "우리가 은퇴자들을 다 수용할 수 없으니 해외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 북미와 중국 등의 e스포츠 코칭 업체들과 대화가 오가고 있다. 이들과 유니온을 맺는 것이 목표"라면서 "인도나 홍콩, 동유럽 등 e스포츠가 아직 발전되지 않은 시장에서 우리의 인프라를 활용해 나란히 균형을 맞춰 성장해나가고 싶다. 그래야 시장이 커진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COO는 해외 진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박 COO는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잦아졌는데, 보내는 것만으로 끝내니 일방적인 해고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이런 일들이 지속되면 e스포츠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나 인식이 생길 수 있다. 게임코치 아카데미가 에이전시 역할을 맡아 보호해주고 싶다는 계획이 있다. 해외에 보내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이후까지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에는 유럽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 유니콘스 오브 러브와 오버워치 프로게임단 레이저 키튼즈가 전지훈련을 위해 게임코치 아카데미에 머무르기도 했다. 해외 팀들의 전지훈련은 게임코치 아카데미의 사업 아이템이기도 하지만 해외 게임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앞서 말한 해외 진출의 기반을 닦기 위해서다.
박 COO는 게임코치 아카데미가 이루고자 하는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급하게 달리기보다는 정확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겠다는 것. 박 COO는 "현재까지는 삐걱거리지 않고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게임코치 아카데미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재수강률 95%'라는 지표가 박 COO의 긍정적 태도를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박 COO는 "e스포츠 육성 시스템이 정통 스포츠의 육성 시스템에 근접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 교육 사업자들의 실패 요인도 분석하면서 빈틈없이 가기 위한,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코치 아카데미는 e스포츠 시장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싶다. 게임이라는 재능 하나로도 얼마든지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