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다양한 명승부와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어낸 오버워치 컨텐더스였지만 첫 시즌의 끝 맛은 개운치 못했다. 우승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 결승전서 O2 아디언트를 완파하고 우승한 X6 게이밍은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 대신 '챔피언'이란 단어가 적힌 우승 판넬과 누구나 돈만 있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디바(D.Va) 모자를 받았을 뿐이다. 특별한 결승 무대까지 꾸며놓고 챔피언에게 메달이나 트로피를 주지 않는 대회는 아마 컨텐더스가 역사상 최초일 것이다.
그나마 한국의 실정은 나았다. 컨텐더스 퍼시픽이나 차이나에서는 그저 우승팀 선수들이 무대 한 가운데 서서 팬들에게 인사만 했을 뿐이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런 기회조차 없었다. 남미 대회는 아예 결승전마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오버워치 리그가 출범하면서 그 하부 리그인 컨텐더스가 들러리 역할을 하리란 것은 애초에 예상했던 일이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공식 홈페이지에서 컨텐더스에 대해 "오버워치 컨텐더스는 프로 지망 선수들에게 매우 중요한 대회…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선수들은 오버워치 리그 스카우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직 개선되지 않은 불공정한 오버워치 리그 이적 조항(리그 팀은 자신들이 원하는 컨텐더스 선수와 직접 계약할 수 있으며 체결된 선수 연봉의 25%만 소속팀에 지급하면 된다)이 있는 상황에서 컨텐더스 팀들 역시 셀링 클럽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컨텐더스가 오버워치 리그를 위한 들러리라 치더라도 각 지역별 우승팀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 정도는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2부 리그 우승팀에게도 트로피를 주는 다른 종목들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승전을 지켜본 팬들은 크게 실망했고, X6 게이밍 팬들 사이에서는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트로피를 자체 제작해 선수들에게 선물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다른 지역은 차치하더라도 한국만큼은 사정이 달랐다. 오버워치 에이펙스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무대가 있었다. 만약 한국을 컨텐더스 시스템에 편입시키려 했다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글로벌 챔피언십(HGC)에서 중국이 골드리그라는 차별화된 모델로 HGC 안에 녹아든 것처럼 오버워치에서도 에이펙스를 존속시키고 컨텐더스 안에 포함시켜도 충분히 잘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에이펙스는 사라졌고, 선수들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의 환희조차 느끼지 못하게 됐다. 팀 역시 진열된 트로피를 통해 영광을 추억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 오버워치 컨텐더스 시즌1이 별도의 시상식이나 트로피 수여 없이 진행됐으니, 다가올 시즌2나 시즌3에서도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우승 트로피는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과 챔피언만이 누릴 수 있는 명예와 특권을 대변하는, 우승하는 순간의 희열과 환희가 담긴 매개체다. 그런 트로피가 없는 대회에서 어찌 챔피언의 영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겠는가. 이제 컨텐더스 팀과 선수들은 챔피언의 영광보다는 컨텐더스라는 무대를 통해 오버워치 리그에 입성하거나 새롭게 연고지 팀을 창단하려는 대부호들에게 팀을 매각하는 것만 목표로 삼을 것이다. 우승팀에게 남은 것은 상금과 오버워치 리그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것뿐이니 말이다. 블리자드가 바라는 대로 오버워치 리그를 위한 컨텐더스 구성원의 역할만 충실히 하면 그걸로 끝인 셈이다.
얼마 전 스포티비 게임즈가 개최했던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결승전은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오버워치 컨텐더스 결승전은 그런 비판조차 무색하게 만들었다.
사실상 컨텐더스가 오버워치 리그를 위한 대회로 전락해버린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꼭 챔피언 트로피를 없애야만 했을까. 컨텐더스 팀에게 트로피를 준다고 해서 오버워치 리그의 위상이 절하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리 곱씹어 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다.
시상식도, 트로피도 없는 대회. 다음 시즌에 개선되지 않는다면 블리자드가 오버워치 컨텐더스 보도자료에 담은 '국내 최고 수준의 e스포츠 대회'라는 표현은 빼야하지 않을까. 최고라 불리기엔 그 모양새가 너무나도 초라했으니 말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