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이후 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음에도 김지수 해설위원은 부족한 것이 많다며 더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코리아 리그(이하 PKL)가 진행될 때는 리그에 집중하고 남는 시간에는 해외 대회를 시청하며 해설자로서 필요한 역량을 키운다.
배틀그라운드에만 집중해 더 좋은 중계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꾸준히 인정받는 괜찮은 해설가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2017년 처음 마이크를 잡은 뒤 약 1년 반 동안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해설하고 있는 '지수보이' 김지수라고 한다.
Q 데뷔 후 인터뷰에서 늘 본인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A 과거 나에게 10점 만점에 6점을 줬는데 지금은 6.5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는 '내가 잘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가득했다면 지금은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가 가득하다. 조금은 나아진 것 같지만 꾸준히 노력한다면 더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Q 점수를 낮게 주는 데 반해 팬들은 김지수 해설위원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
A 해설자로서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중계 준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 팬들이 내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아 감사드린다. 또 이렇게 중계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박상현 캐스터와 김동준 해설위원에게도 감사하다.
Q 함께하는 중계진으로부터 주로 어떤 도움을 받는가.
A 경기가 끝난 뒤 이야기를 나누며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하고 보다 나은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친형처럼 개인적인 고민까지 들어줘 많은 힘이 된다.
Q 다른 종목에서도 해설을 제안을 받았을 것 같다. 도전할 계획은 없나.
A 만약 지금 다른 종목을 맡는다면 2017년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벌벌 떨고 있던 모습을 다시 보여줄 것 같다. 배틀그라운드 해설을 준비하기 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어서 다른 게임은 할 시간도 없다. 아직은 현재 맡은 일에 충실하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Q 다른 중계진들은 다른 종목도 겸하고 있는데.
A 각자가 맡은 종목에서 정점에 오른 분들이고, 다른 종목까지 겸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 재능도 부족하고 아직 경험도 적어서 단 하나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겨우 한 명의 몫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대회 중계 내용을 들어보면 해외팀에 대한 정보까지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이다.
A 철두철미하게 중계를 준비하는 것은 김동준 해설위원을 보고 배운 부분이다. 김동준 해설위원은 본인의 일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다수의 국제 대회에서 함께 중계를 진행하면서 모든 팀들에 대한 분석을 완벽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더 열심히 노력해서 선배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Q 많은 지역의 팀들을 모두 분석하려면 힘들지 않나.
A 일로써 팀들을 분석하려면 지칠 수 있어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듯이 해외 대회를 시청한다. 경기를 보면서 직관적으로 확인한 것들과 느낀 점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만의 글이 완성되더라. 지금도 PKL이 없는 날에는 해외 중계를 시청하면서 편하게 나만의 이야기보따리를 만들고 있다.
Q 해외 리그를 예능 프로그램처럼 보더라도 지칠 것 같은데.
A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거쳤고 e스포츠 해설자라는 직업을 통해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김동준 해설위원이 나를 파트너로 추천해줬고 아프리카TV가 나를 받아주면서 무대 위에 설 기회가 주어졌다. 박상현 캐스터는 '지수보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줬고 팬들은 그런 나를 늘 응원해준다. 주위 사람들이 내게 소중한 기회를 줬고 팬들이 쏟아준 관심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기에 발전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
Q 배틀그라운드 외에 따로 즐기는 여가 생활은 없나.
A 중계가 끝난 뒤 선배들과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혼자 집에 있을 때는 맛있는 음식을 사와서 해외 리그를 시청한다. 리그가 마무리되면 고향에 내려가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 잠시 휴식하는 시간을 가진다. 평범한 일상에서 충분히 행복을 느끼고 있다.
Q 휴식에 있어 인색한 것 같다.
A 쉬는 시간은 나에게 독이다. 조금이라도 나태해지면 누구나 알아차릴 만큼 쉽게 드러난다. 그리고 e스포츠 리그를 위해 게임단과 방송국, 현장 스태프, 중계진 모두가 얼마나 많이 노력하는지 알고 있기에 나 또한 쉬는 것보다는 성장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게 e스포츠를 사랑해주는 팬들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위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Q 해설위원으로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A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다. 고민 없이 순간적으로 말을 내뱉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배제하고 내가 정답인 것처럼 이야기해 팬들에게 지적받은 적도 있다. 일찍 단정 짓는 습관은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수 출신이 아니라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늘 선수들의 스크림을 챙겨보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판단이 있을 때는 조심스럽게 질문하면서 선수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선수들과 자주 소통할 것 같다.
A 선수들과 친해지면 편파 중계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선을 지키고 있다. 필요한 부분은 코칭스태프를 통해 선수들에게 질문을 전달하고 답변을 받고 있다. 경기장에서 선수석을 돌며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간단한 대화는 나누지만, 따로 만나서 식사를 하거나 친분을 다지는 경우는 없다.
Q 만반의 준비를 했기에 방송에서 어려움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A 그렇다면 좋겠지만 경기가 펼쳐지면 또 다르다. 16개의 팀이 맞붙다 보니 근접한 정답을 찾기가 어렵고 작은 변수에도 순위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선수들이 내가 생각한 것과 반대되는 선택을 했을 때 그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김동준 해설위원이 직감적으로 딱 특정 팀을 집어내는 순간을 보면서 매번 놀라움을 느낀다.
Q PKL을 대표하는 선수 '에스카' 김인재가 스트리머로 전향했다.
A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올해 또 다른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하리라 생각한다. VSG의 '스타로드' 이종호나 OP 게이밍 헌터스의 '벤츠' 김태효, '섹시피그' 한재현, 젠지 e스포츠의 '에스더' 고정완 등 여러 후보군들이 있다. 이 선수들이 조금 더 활약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PKL에서 활약하는 선수라면 누구나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중계진들도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는 선수를 더 멋있게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Q 새로운 리그는 글로벌 통합 형태로 출범했는데.
A 지금까지 열렸던 모든 대회는 각자의 룰로 진행됐는데 올해 들어 모든 국제 대회가 통합된 규칙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다. 동일한 룰과 대회를 거쳐 선발된 지역별 최고의 팀이 맞붙었을 때 한국 팀이 어떤 활약을 보여주며 우승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Q 개막 전 기존 강팀들의 강세를 예측했다.
A 이전 시즌에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지만 더 높은 도약을 위해 리빌딩을 감행한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은 현재 PKL 1위와 함께 아시아 퍼시픽 프레데터 리그까지 우승했다. 선수 교체 없이 리그에 참가한 VSG는 기대만큼의 성적은 아니지만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OGN 엔투스 포스는 약간 흔들리고 있지만 시즌 막바지에는 충분히 상위권에 올라갈 역량을 가지고 있다.
Q 앞으로의 경기 양상을 예측한다면.
A 지난 시즌과 비교해 초반에 외곽을 돌 틈이 별로 없고 팀들이 운영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어 원 안으로 늦게 들어가는 팀들에게 어려움이 많다. 자기장이 줄어들 때 후방을 지키며 거점을 빼앗는 능력과 적들의 공세를 방어하는 능력 두 가지를 모두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VSG와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 OP 게이밍 레인저스와 헌터스, 쿼드로가 앞서 설명한 운영을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리그 후반까지 기대할 만 하다. 또, 디토네이터와 킹스로드, DPG 에이곤이 교전 능력이 뛰어나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한다.
Q 김지수 해설위원이 꿈꾸는 PKL은.
A 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PKL은 지금까지 더 좋은 방향을 찾아 변화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 중이다.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e스포츠로 녹아들어 리그 첫 출범 당시의 불같았던 인기가 다시 지펴지길 바라고 있다.
Q 김지수 해설위원의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A 배틀그라운드 중계를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꾸준히 인정받는 괜찮은 해설가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A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 여름에 좁은 방음 부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개인방송을 하던 김지수가 아프리카TV에서 열심히 해설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날 기억하고 위하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PKL에서 매일매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테니 많이 찾아와 시청해주면 좋겠다.
구남인 기자 ni041372@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