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탈 뭉치기'로 저그의 길을 열었던 서경종 대표는 벌써 10년째 라우드코퍼레이션을 운영하며 e스포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리핀 사태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더욱 단단해진 서 대표는 현재 e스포츠 리그 및 콘텐츠를 기획하는 라우드 e스포츠, 프로게이머를 관리하는 에이전시인 슈퍼전트를 비롯해, 연예기획사인 팜트리 아일랜드, 방송에 나오는 샐러브리티를 관리하는 무유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 서 대표를 라우드코퍼레이션 사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e스포츠를 오래 하고 싶다"는 바람을 보이며 e스포츠 사랑을 드러냈다.
▶'뮤탈 뭉치기' 창시자에서 e스포츠 기업 대표로
앞서도 언급했듯 10년째 기업을 운영하는 서 대표지만, 많은 e스포츠 팬의 기억에서 그는 '뮤탈 뭉치기'로 가장 먼저 소환되고는 한다. 그렇게 기억되는 것에 대해 서 대표는 "너무 감사하다. 비즈니스를 10년 동안 하면서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렇게 기억해 주는 분이 많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제가 이뤘던 성적이나 모습들에 비해, 그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어서 감사하다"며 "뮤탈 뭉치기로 이름 하나 남겨서 다행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뚜렷한 족적을 남긴 프로게이머 은퇴 후 서 대표는 당시 MBC게임에서 해설을 하기도 했다. 선수 시절에도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나갔던 만큼, 2014년 군 전역 후 방송 복귀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2014년 홍진호, 이두희 등과 손잡고 콩두 컴퍼니를 설립한다.
서 대표는 "입대했을 때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가 막을 내렸다. 그래서 전역 후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방송을 하는 게 1차 목표였다"고 털어놨다. 이어서 "'도타', 'LoL' 등 해설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도 잠깐 있었는데, 사실 잘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창업을 고민하다가 개인 방송을 시작한 게이머 출신 스트리머들을 보고, 지금 시대적 배경에서 뭔가 할 일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MCN 기업으로 출발한 콩두는 이후 스틸에잇으로 이름을 변경했고, 2020년에는 스포티비 게임즈의 콘텐츠를 제작하던 라우드커뮤니키에션즈를 인수 합병하면서 e스포츠 리그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 사명도 지금의 라우드가 됐다. 서 대표는 "그리핀 사태 이후 저희가 게이머 쪽에서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때 스포티비 게임즈를 인수하면서 리그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대관으로 인한 고정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리그 콘텐츠의 해외 선판매 등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리그 사업을 끌고 가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서 대표는 "이런 시장 배경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리그 사업도 성장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3년 좀 넘게 하고 있다"며 "수익의 다각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리핀 사태' 딛고 시작한 슈퍼전트
서 대표는 2019년 이른바 '그리핀 사태'를 겪으며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2021년 다시 회사로 복귀했고, 2022년에는 에이전시 슈퍼전트를 출범시킨다. 그리고 슈퍼전트 1호 계약자로 그리핀 사태의 당사자 중 한 명인 '씨맥' 김대호 감독을 영입하며 세간을 놀라게 했다. 또한 뒤이어 또 한 명의 당사자인 '카나비' 서진혁까지 슈퍼전트로 합류한다.
서 대표는 "후발 주자인 상황에서 그리핀 사태로 인한 주홍 글씨로 인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정말 다행히도 김대호 감독이 1호 계약자로 들어왔고, 뒤이어 서진혁이 들어왔다. 그런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슈퍼전트는 절대 못 했을 거라고 본다"며 "결국 시장에서 이미지 회복이 돼야 했는데, 김대호 감독과 서진혁이 저와 라우드에 대한 신뢰를 다시 가져줬다. 그 이후에 '룰러' 박재혁, '스카웃' 이예찬 등이 들어오며 다시 좋게 봐주는 분이 많이 생겼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슈퍼전트는 지난해 연말에는 '케리아' 류민석, '베릴' 조건희, '커즈' 문우찬 등을 새롭게 영입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서 대표는 '소수 정예'를 강조하며 선수들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계약 문제를 넘어서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불편함이 없게끔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서 대표의 설명이다. 병원 예약은 물론이고, 부동산까지도 알아봐 준다고 한다. 또한, 라우드 내에 전담 변호사와 CFO까지 두고 있어 선수들을 향한 최고 수준의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에이전트의 영역, 그러니까 제일 중요한 연봉 협상 등을 포함한 부분을 제외하고도, 해외든 국대는 완전히 매니지먼트화 시켜서 하고 있다"며 "저희가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하고 있다 보니까, 이동할 때 수단이나, 개인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전담 연예 매니저분들이 다 붙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시즌에는 에이전트로서의 역할에 100% 쏟는 거고, 다른 때는 저런 부분을 통해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아시안게임 스케줄 당시 중국팀에서 뛰다가 합류한 박재혁과 서진혁을 위해 각각 한 대씩을 차량을 대동해 선수들을 관리했다고 한다. 서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차량에서 매니저가 캐어를 하고 있다가, 촬영 들어가면 매니저가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안내해 줬다. 연예인 캐어하듯이 해줬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 '그리핀 사태'…복귀 후 다시 느낀 보람
2019년 한국 e스포츠는 그리핀 사태를 맞는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서경종 대표는 당시 관련 문제의 책임을 지고 회사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10년 동안 회사를 운영해 온 서 대표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그때였다고 한다. 그는 "사실 창업 초반에는 운이 아주 좋았다. 정말 운이 너무 좋아서 투자 유치도 받고 그랬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경영적으로 저희에게 투자해 준 투자자들과 같이 경영을 고민하면서 4~5년이란 시간이 흘렀을 때 그리핀 사태를 맞았다"며 "사실 그때는 제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잘 되고 있을 때, 한 번의 큰 위기가 와서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약 1년간 대표직에 물러났던 서 대표는 2021년 1월 다시 라우드의 대표로 돌아왔다. 그때를 떠올린 서 대표는 "복귀하면서 저희가 다시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보람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라우드는 서 대표가 자리를 비웠던 당시 뮤지컬 배우 김준수의 팜트리 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에 편입시키며 엔터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서 대표는 "복귀했을 때는 '어떤 사업이라도 하자'는 마음과, 또 반대로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그때 e스포츠 쪽을 두드리기보다는 팜트리 아일랜드를 통해 뮤지컬 쪽을 다졌다"며 "이후에 다시 e스포츠로 돌아오게 됐는데, 그때 오히려 e스포츠에서도 조금은 다시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됐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e스포츠 오래 하고 싶어요"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진출한 서 대표지만, 결국 그의 생각은 e스포츠로 연결됐다. 그는 "제가 e스포츠 선수 출신이고, e스포츠 시장을 너무 좋아하니까 여기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며 "저는 e스포츠를 오래하고 싶다. 그런데 저희 같은 회사의 위치가 사실 그러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까 e스포츠를 오래 하려면 '우리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주였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엔터 기반에서 하던 일들이 e스포츠로 유입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좋아하는 프로게이머지만, 다른 곳에서 협찬을 받으려고 하면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며 "그런데 저희가 가진 엔터 기반의 연예인이나 셀럽을 보여주고 나면, 저희가 보유한 e스포츠 선수들도 함께 들어가기 수월해 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 대표는 "저희가 현재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e스포츠만 할 때보다도 오히려 이렇게 전반적으로 시장을 넓혀놓으니까 e스포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실제로 많이 하고 있다. 이 기반에서 말씀드린 시너지가 충분히 나고 있어서 선수들도 좋아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렇듯 e스포츠를 오래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기 위해 서경종 대표는 지금도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서 대표는 "저희가 항상 하는 고민은 '어떻게 우리가 e스포츠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느냐'다"라며 "현재는 세계적으로 최대한 탄탄한 사업 구조를 잘 만들고, 이게 e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서 경쟁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또, "그 과정에서는 K-컬처 기반으로 시장을 가리지 않고 경쟁력 있는 IP 사업을 더 진취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