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X는 비전 스트라이커스 시절부터 국내 최강의 발로란트 팀으로 군림해 왔다. 지난해 VCT 퍼시픽도 결승전에서 페이퍼 렉스(PRX)에 패하며 최종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정규 리그에서는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챔피언스 로스앤젤레스에 나가서도 그룹 스테이지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전성기와 비교했을 때 힘이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결국 DRX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변화를 택했다. '알비' 구상민을 떠나보냈고, '제스트' 김기석을 예비 엔트리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신인 '플래시백' 조민혁을 콜업하며 1군 로스터를 구성했다. 과감한 변화를 통해 DRX는 한동안 멀어졌던 대권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연이어 한 끗이 부족했다. VCT 퍼시픽 킥오프에서는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젠지e스포츠에 0 대 2로 패하며 마스터스 마드리드 티켓을 놓쳤다. VCT 퍼시픽 스테이지 1을 앞두고는 일신상 이유로 조민혁이 로스터에서 제외됐고, '베인' 강하빈을 콜업하면서 다시 한번 변화를 겪었다.
스테이지 1에서는 그룹 스테이지를 전승으로 마쳤지만, 이번에도 PRX와 젠지를 넘지 못하면서 마스터스 상하이에 나서지 못했다. 결국 DRX는 스테이지2를 시작하기 전 팀의 레전드 '스택스' 김구택과 결별했다. 그러면서 로스터에서 제외됐던 조민혁이 복귀해 지금의 로스터를 완성했다.
그리고 스테이지 2에서 마침내 DRX는 리빌딩 성과를 봤다. 플레이오프 진출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해 VCT 퍼시픽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맞대결 6연패를 당했던 PRX를 꺾기도 했다. 결승 진출전에서 '패패승승승'으로 천적 PRX를 제압한 DRX는 420여 일 만에 결승 무대를 밟았다.
결승전에서 끝내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마스터스 챔피언 젠지를 위협하며 확실히 한 단계 더 발전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에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편선호 감독은 리빌딩에 만족감을 표했다. 편 감독은 "내부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리빌딩 과정에서 역할도 많이 바뀌었는데, 선수들이 잘 적응해 줬다"며 "생각보다 실력이 빨리 올라왔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편 감독은 결승전 패인으로 경험 부족을 꼽기도 했다. 하지만 챔피언스를 앞두고 결승전 패배가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보이기도 했다. '버즈' 유병철 또한 인터뷰에서 "킥오프와 스테이지 1, 2까지 치르면서 경험치가 꽤 많이 충전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플레이오프 기간에 굉장히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말하며 VCT 퍼시픽 시즌 파이널을 통해 자신들의 약점인 경험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리빌딩으로 마침내 가능성을 보여준 DRX. 편선호 감독과 유병철의 말처럼 VCT 시즌 파이널로 소중한 경험까지 쌓았다. 과연 약 1년 만에 나서는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DRX는 챔피언스에서 프나틱, 크루e스포츠, BLG와 한 조로 묶였으며, 크루를 상대로 첫 경기를 치른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