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사이에서는 와일드카드전에서 리퀴드와 대등하게 싸운 MVP 피닉스의 재평가설이 나오고 있는데요. 현장에 있는 MVP 선수들도 팬들 사이에서 나오는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MVP 피닉스의 재평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TI4 in Seattle'에서는 중국 CIS게이밍 소속 'Black^' 도미니크 레이트메이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디 인터내셔널4이 개막하기 2주 전까지 팬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모았고 기사로도 자주 다뤄졌던 것은 CIS게이밍 선수들이 미국으로 갈 수 있는 비자를 거부당했다는 소식이였습니다.
당시 CIS게이밍이 디 인터내셔널4 본선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4명의 중국 선수가 미국 비자를 세 번이나 거부당한 사실은 도타2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습니다. 만약 CIS게이밍이 참가가 불가능하다면 당연히 MVP 피닉스가 본선에 올라가지 않겠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CIS게이밍 4명의 중국 선수는 도타2 열혈 사용자인 미국 비자 심사관을 만나면서 가까스로 구제를 받았습니다. 그 심사관이 CIS 선수들에게 도타2 친구 추천을 받아줄 수 있냐고 물어봐 더욱 화제가 됐죠.
4명의 중국 선수와 달리 나머지 한 명의 선수는 한 번에 비자를 받았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독일 국적의 도미니크입니다. 'Black^'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며 포지션은 캐리입니다. 팀 공격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죠.
오늘 독일 게이머인 도미니크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는 이유는 한국 대표로 참가한 MVP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10월 팀이 결성된 MVP 피닉스는 한국 도타2 발전을 위해 현재 리퀴드에서 활동 중인 '데몬' 지미 호를 영입했습니다. 지미는 석 달 정도 한국에 머물면서 넥슨 도타2 스폰서십 리그 시즌2에서 MVP가 우승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됩니다.
대회가 끝나고 지미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지미의 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선수가 'Black^' 도미니크였습니다. 도미니크는 2012년 마우스스포츠에서 1년 동안 활동한 뒤 지난 해 중국 LGD 인터내셔널 팀으로 자리를 옮겼는요. 당시 팀이 해체를 선언하면서 갈 곳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자유계약신분이 된 도미니크는 한국 리그 진출을 원했고 MVP에서도 영입을 고려했다고 하네요.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입단이 좌절됐고 도미니크는 올해 3월 CIS게이밍에 합류해서 중국 리그에서 계속 활동했습니다. 도미니크가 속해 있는 CIS게이밍은 이번 인터내셔널4 중국 예선에서 수 많은 팀을 꺾고 2위를 기록했죠. 하지만 이번 디 인터내셔널4 와일드카드전에서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 CIS게이밍은 아쉽게도 첫 경기에서 허무하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현장에 있는 도타2 관계자들도 CIS게이밍의 패배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도미니크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비자 문제로 인해 44일 동안 연습을 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죠. 개인적인 상상이지만 만약 도미니크가 MVP 소속으로 이번 인터내셔널4 대회에 참가했다면 어땠을까요? 상상은 독자들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와일드카드 하루 전 도미니크는 포커페이스 정동석, 삼쿠아 등 한국 해설진, '힌' 이승곤 선수와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MVP 선수들에 따르면 도미니크는 한국 가요를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도타2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도미니크가 한국을 좋아한다고 하니 괜히 마음이 뿌듯해 집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도미니크의 근황을 알려드리자면 대회 탈락 이후 중국 해설자들과 함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를 자주 한다고 합니다. 저도 어제 연습실에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에 열중하고 있는 도미니크를 발견했는데요. 도타2를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버린 도미니크의 엉뚱한 매력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요?
[시애틀=데일리e스포츠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