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게 이영호답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승리하긴 했지만 손석희에게 끌려 다니며 아슬아슬한 상황을 몇 번이나 보여줬던 이영호. 하지만 이유가 있었다. 이영호는 장염에 걸려 화장실에서 살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이영호가 보여준 투혼은 팬들이 환호하기에 충분했고 이번 KeSPA컵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Q 힘겹게 8강에 진출했다. 기분이 어떤가.
A 오늘 올라가서 다행이다. 사실 경기를 거의 포기했다.

Q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A 추석 때 연습을 하려고 집에 내려가지 않았는데 건물이 아예 폐쇄가 되는 바람에 일주일 동안 게임을 하지도 못했고 어제 하필이면 장염에 걸려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늘 올라간 것은 기적 같다.

Q 오늘 경기에서 집중력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A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는데 어제 하도 화장실에만 있다 보니 기력이 쭉 빠졌다. 힘도 없고 정말 힘들다. 감기까지 걸려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Q WCS GSL에서 탈락해 충격이 심했을 것 같다.
A 추스를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마음은 추스른 상황이었는데 몸이 좋지 않아지면서 당황했다. 강한 상대들에게 패했기 때문에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다행히 KeSPA컵이 남아 있었고 그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는데 아파서 정말 속상했다. 그래도 8강을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8강은 16강보다는 좋은 상황에서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Q 손석희와 경기는 자신 있었나.
A 자신은 있었는데 해외 프로토스 선수들이 상대하기 까다롭더라. 장민철 선수와 하면서 힘들었다.

Q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경기 스타일이 다르다고 하던데.
A 확실히 스타일은 다르다. 기본기는 한국 프로토스가 뛰어나지만 해외에서 활동하는 프로토스들은 의외성이 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격하는 등 좋지 않은 상황들이 많이 나온다.

Q 주성욱이 이번 시즌 맵이 테란에게 좋다고 하더라.
A 그럴 리가 없다(웃음). 사실 그 세가지 맵이 좋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프로토스가 징징거릴 정도는 아닌 것 같다(웃음).

Q 정윤종, 원이삭 등이 SK텔레콤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A 아쉽지만 한국 팀보다 해외 팀에 더 많은 매리트가 있더라. 원이삭 선수도 말했는데 팀에서 나가나 마자 해외 팀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다고 하던데 예전에 협회 관계자분들 중 한 명이 '해외로 가는 것이 낫다면 해외팀으로 가는 것을 잡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지금 그 시점이 온 것 같다.

협회에서 연봉 이외에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외 대회 출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해외 대회에 대한 매리트는 생각보다 정말 크다.

나는 상징성이 있고 KT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 때문에 해외팀으로 갈 생각이 없다. 그에 따른 대우도 충분히 해주시기 때문에 팀에 남아 있는 것이다. 팀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방안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KeSPA컵은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대회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팬들에게 8강부터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8강에서는 어윤수 선수가 올라와 좋은 경기 펼치고 싶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