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상암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행사를 진행하는 관계자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야외 행사장이다 보니 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표정이 차츰 펴지기 시작했다. 날이 궂음에도 불구하고 하나 둘씩 부모님의 손을 잡고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이 늘어갔다. 비도 아이들의 게임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나 보다.
그 중 게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장 차림의 한 중년남성이 눈에 띄었다. 아들에게 열심히 모바일 게임을 배우고 있던 이영근(49)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처음에는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아들과 즐거운 표정으로 게임에 임하는 모습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임을 즐겨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에 어떻게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됐는지 궁금증이 생겨 물어보니 "게임을 아예 모르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아들과 취미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라며, "아들이 게임 관련행사를 좋아해 자리가 있을 때 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근씨는 게임에 대해 "아이들의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 중 하나"라고 답한 그는 "건전한 생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부모가 옆에서 지켜봐 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의 취지는 게임을 통한 가족간의 유대감 형성이다. 이런 측면에서 아버지 이영근씨가 보여주는 노력은 게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일부 기성세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임을 좋아해 미래 e스포츠 관련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아들 이재진(14)군은 "아버지가 게임을 잘 알지 못하시지만 아들을 위해 노력해 주시고 게임과 관련된 축제에 항상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친구들에게도 오늘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에 참석한다고 자랑했다"며 활짝 웃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에서 만난 이영근-이재진 부자의 사례에서만큼은 게임은 가족간의 소통과 화합에 큰 도움이 되는 콘텐츠라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다.
"앞으로도 (이)재진이가 건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옆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재진이가 점점 커갈수록 서로 소통할만한 요소들이 줄어들 텐데 게임이 우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과 같은 좋은 행사 많이 만들어 주세요."
데일리e스포츠 김지원 수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