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나틱의 톱 라이너 'Huni' 허승훈은 9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 위치한 플로리다 주립대학 도널드 L. 터커 시빅 센터에서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준결승 SK텔레콤 T1과의 대결에서 2대3으로 패했지만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승훈은 "최고의 선수, 팀들과 대결하면서 배우기 위해 이 대회에 나왔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며 "솔로미드를 제압했고 SK텔레콤과의 준결승에서도 우리의 실력이 업그레이드됐다는 사실을 증명했으니 모든 것을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허승훈과의 일문일답.
Q MSI에 출전한 소감은.
A 우리는 우승을 노리고 온 것이 아니라 배우려고 참가했다. 이 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유럽으로 돌아간 뒤 서머 시즌에서 우승하고 나서 월드 챔피언십에 나서는 것이 목표였다. 4강까지 올라갔고 SK텔레콤과도 좋은 경기를 해냈기에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Q 대회를 치를수록 경기력이 올라갔다.
A 유럽 지역이 약한 곳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실력이 어디까지인지, 어느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MSI에 나설 때 세상이 우리를 평가하는 시선을 바꿔보자는 마음이 있었고 이 곳에서 많이 배웠다. 다른 팀들과의 연습경기, 실전, 4강전 다전데 등을 치르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배웠고 자신감도 얻었다. 1주일 동안 엄청나게 실력이 늘었고 경기에서도 보여드릴 수 있었다.
Q 4강전에서 가장 상대하기 어려웠던 SK텔레콤 선수가 있다면.
A '페이커' 이상혁 선수다. 우리 팀의 미드 플레이어 파비앙이 이상혁을 상대로 가장 어려워했다.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더라. 우리는 이지훈 선수가 나오기를 속으로 바랐다. 플레이 스타일이 달랐기 때문에 이지훈이 나왔다면 파비앙이 더 잘했을 수도 있다.
Q 어제 열린 조별 풀리그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한 뒤에 머리를 감싸는 모습이 아직도 머리 속에 남아 있다. 그 때 마음이 어땠나.
A 이 경기는 정말 어렵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상태 창을 열어보니 킬 스코어는 차이가 났는데 아이템은 전혀 차이가 없었다. 한 명이 죽으면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였다. 순간이동을 썼지만 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넘어갔다가 팀에게 패배를 선사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Q 유럽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은 잘 되나.
A 언어 장벽은 없다. 모두 밝고 영어를 잘한다. 우리 팀에게 문제가 있다면 경기 중에 말이 없어지는 때가 있다는 점이다. 보라 킴을 제외하면 경험이 적어서 흥분하거나 멘탈이 터졌을 때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유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Q 솔로미드를 제압했을 때 북미 팬들이 야유를 보낸 적이 있지만 허승훈에게는 환호를 보냈다. 어떻게 된 일인가.
A 아마도 내가 영어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높이 사주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레딧에 자주 글을 올리면서 북미 팬들과 소통하려고 했던 것도 좋은 평가를 받는 원인이 된 것 같다.
Q 영어로 인터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A 나는 영어를 배워본 적이 거의 없다. 학교에 다닐 때에도 그리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김의진 선수가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영어를 참 잘한다. 유럽에 처음 갔을 때 열심히 김의진 선수에게 물어봤고 하나씩 배우면서 따라하려고 노력했다.
Q 외국팀에서 프로게이머로 데뷔했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A 오히려 나에게는 좋았다. 공격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데 영어를 못하다 보니 게임상에서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유럽 지역에서 나에 대한 평가가 좋아진 부분도 있다.
Q 오늘 1, 2세트에서 르블랑을 금지하지 않다가 3세트부터 금지한 이유는.
A 1, 2세트에서는 이상혁 선수가 굳이 가져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우리 팀이 가져갔다. 그렇지만 2세트에서 파비앙이 제드로 솔로킬을 두 번 낸 뒤에는 이상혁 선수의 분노 모드가 발동할 것 같아서 금지하기 시작했다.
Q 장경환이 "허승훈이 아마추어 시절에 연습생 테스트를 왔는데 내가 잘해서 살아남았다"고 하던데 진실은 무엇인가.
A SK텔레콤 연습생으로 합격을 했는데 프나틱에 오기 위해 내가 팀을 떠났다. 연습생 테스트를 볼 때 장경환 선수를 내가 이겼다고 생각한다.(웃음)
미국(플로리다)=남윤성 기자(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