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동과 홍민기, 구교민 등 프로게이머들은 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VR/AR 글로벌 개발자 포럼(GDF) 2018 VR-e스포츠 쇼케이스에서 직접 시연자로 나섰고 VR 게임의 재미를 한껏 선사하면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비트 세이버는 체코의 인디 게임 개발사인 하이퍼볼릭 마그네티즘이 5월2일 출시한 이후 상당 기간 1위를 달성하는 등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VR 대표 게임이다. 2대2 팀 대전으로 진행된 비트 세이버 대결에서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이제동과 모델 심채원이 한 팀을 이뤘고 B팀은 크리에이터인 테스터훈과 모델 채비니가 한 조가 됐다.
양손 검을 들고 나온 이제동은 하드 모드에서 무려 150 콤보 이상을 넘기면서 216개의 블록 가운데 210개를 잘라냈고 12만 점을 달성하며 김정민 해설 위원으로부터 "비트 세이버로 종목을 전환해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도 좋을 것 같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크리에이터인 테스터훈은 격렬한 동작으로 플레이하다가 경기 도중 기기가 두 번이나 벗겨지면서 재경기를 했고 이제동과 비슷한 콤보를 기록하면서 13만 점을 넘겼다.
광선 창 모양의 기기를 들고 나온 심채원은 최다 콤보 48을 기록하면서 6만 점을 돌파하며 채비니보다 많은 점수를 얻어냈다. 남녀 합산 결과 테스터훈과 채비니가 한 팀이 된 B팀이 18말 8,480점으로 이제동이 속한 A팀보다 6,000점을 더 얻으며 승리했다.
이제동은 "연습 과정에서 216 콤보를 해봐서 실전에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실전에서 중간에 잠시 포즈가 걸리면서 콤보가 깨진 것이 아쉽다"라면서 "스타크래프트와는 전혀 다른 장르의 게임이었지만 연습하는 내내 즐거웠고 VR에 입문하는 분들에게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PC와 모바일 게임으로도 발매됐던 스페셜포스의 VR 게임인 스페셜포스 VR: 에이스로 진행된 두 번째 시연에서는 '시가전'과 '사막' 맵에서 4명이 홀로 플레이를 펼쳤다.
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웨이 포인트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을 넣으면서 게임적인 요소를 가미했지만 총격전을 펼칠 때에는 탄창을 교환하고 직접 수류탄이나 연막탄을 던지며 은폐, 엄폐해야 하는 등 실감나도록 구현했다.
스페셜포스 VR: 에이스를 개발한 드래곤 플라이의 박인찬 총괄 본부장은 "멀티 플레이를 통해 같은 팀과 협력하는 게임이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만들려고 했다"라면서 "최대 16인까지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모드로 게임을 즐기면서 참여형 VR e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세 번째 시연 게임인 타워 태그는 독일 VR 너드라는 개발사가 만들었고 가상 현실 공간에서 구조물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이용자들이 총을 쏴서 맞힐 경우 포인트를 얻는 게임이다.
타워 태그 시연회는 프로게이머 팀과 일반인 팀의 대결로 진행됐다. 프로게이머 팀은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였던 '매드라이프' 홍민기와 오버워치 및 배들 그라운드 종목의 '에버모어' 구교민으로 구성됐으며 일반인 팀은 홍대 VR 스퀘어에서 직원으로 활약하는 '준프로'에 가까운 인물들로 섭외됐다.
매일 VR 게임을 접하는 일반인들이 압도적으로 이길 것이라는 예상은 첫 경기 초반에 들어 맞았다. 경기 방식을 잘 알고 있는 직원들은 초반 두 세트를 연달아 가져가면서 완승을 거두는 듯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팀은 FPS 선수인 구교민이 놀라운 피지컬과 슈팅 감각을 선보이면서 내리 두 라운드를 내리 가져가며 2대2 무승부를 연출했다.
두 번째 게임에서는 첫 경기에서 완승을 거뒀던 프로게이머 팀이 두 번째 세트를 내줬지만 세 번째 세트에서는 한 명도 잡히지 않으면서 2대1로 앞서 나갔다. 구교민이 상대 본체를 노리는 동안 홍민기가 타워를 이어가면서 각을 좁히는 방식으로 전략의 가닥을 잡은 프로게이머 팀은 4, 5, 6, 7세트를 내리 가져가면서 6대1로 완승을 거뒀다. 추가로 진행된 세 번째 게임에서는 8대0으로 프로게이머 팀이 무실 세트 승리를 따냈다.
구교민은 "매일 PC 게임만 하다가 VR 게임을 해보니 새롭고 재미있었다. VR이지만 나에게도 잘 맞는 것 같다"라면서 "PC 게임은 손목을 주로 쓰지만 VR 게임은 온몸으로 해야 하기에 신체적인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홍민기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뒤를 내주면서 호되게 당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장을 찾은 팬들도 선수들의 플레이에 환호성을 보냈다. 비트 세이버를 시연한 이제동이 150 콤보를 넘긴 상황에서 경기가 중단되고 재개됐을 때 콤보가 끊기자 아쉬움에 탄성을 질렀고 타워 태그의 홍민기와 구교민이 완벽하게 게임에 적응해 슈퍼 플레이를 펼칠 때면 박수를 치면서 관전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롱주TV를 통해 중국으로 실시간 송출됐고 30만 명이 동시 접속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분당=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GDF 2018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