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머 시즌은 혼돈 그 자체다. EU 메타라고 불리는 포지션에 대한 고정 관념이 사라지면서 원거리 공격형 챔피언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로운 해석이 나왔다. 거리를 두고 공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체력이 높지 않고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원거리 공격형 챔피언들을 쓰지 않고 씨움에 능하고 중후반에도 쓸만한 챔피언들을 고르는 것이 대세가 됐다. EU 메타의 붕괴 또는 비원딜 시대라고 이름지어지기도 했다.
야스오, 블라디미르, 스웨인, 모데카이저 등이 원거리 공격 챔피언의 자리를 대체할 때 이런 챔피언을 한 번도 쓰지 않은 선수가 바로 박재혁이다. 서머 스플릿에서 박재혁은 5개의 챔피언을 사용했고 이즈리얼로 8승2패, 애쉬로 4승3패, 자야로 4승1패, 코그모로 1승3패, 카이사로 1패를 기록했다. 이즈리얼과 자야가 승률 80%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전형적인 뚜벅이 챔피언인 애쉬로도 승률 5할을 넘겼다.
22일 박재혁이 상대해야 하는 팀은 아프리카 프릭스다. '에이밍' 김하람과 '크레이머' 하종훈을 두루 기용하고 있는 아프리카는 하이브리드 체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팀 가운데 하나다.
21세트에 출전한 김하람은 블라디미르와 야스오로 각각 4승1패를 기록했고 모데카이저로 2승, 스웨인으로 1승을 기록했다. 원거리 공격 챔피언도 사용했는데 자야와 바루스가 2승씩 기록했지만 이즈리얼로는 2패만을 당했다. 김하람보다 객관적인 지표가 떨어지는 하종훈은 블라디미르로 1승3패, 다리우스와 스웨인으로 1승씩 거뒀지만 갱플랭크, 모데카이저, 벨코즈로는 1패를 당했다.
아프리카 프릭스가 원거리 공격형 챔피언을 사용했을 때 성적이 준수하다고는 볼 수 없다. 김하람이 자야와 바루스로 4승을 따내긴 했지만 가장 좋은 원거리 공격형 챔피언으로 꼽히고 있는 이즈리얼로 2전 전패를 당했다는 것이 증거다. 아프리카의 기용 패턴이나 성적을 봤을 때 김하람이 출전할 가능성이 높고 블라디미르와 야스오, 스웨인을 쓸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와의 1라운드 대결에서 박재혁은 이즈리얼과 애쉬로 플레이했고 김하람의 자야, 블라디미르를 상대해서 두 번 모두 패했다. 라인전 단계에서는 대등하게 풀어갔지만 아프리카의 한 발 빠른 합류에 휘둘리면서 젠지는 0대2로 졌다.
박재혁은 "다른 팀 선수들이 원거리 공격형 챔피언이 아닌 챔피언을 연습하고 있을 때 나는 숙련도를 더 높이는 쪽을 고민했다"라면서 "초중반에만 조심하면 후반에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어서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계속 쓰고 있다"라고 EU 메타를 고수하고 있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무조건 원거리 공격형 챔피언을 선택하는 박재혁의 고집이 아프리카 프릭스의 하이브리드 체제를 뛰어 넘을지 기대를 모은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