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이제동이 만으로 8년이라는 시간 만에 스타크래프트 결승전에 다시 올라왔다.
이제동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신촌점 12층 문화관에서 열린 코리아 스타크래프트 리그(이하 KSL) 2018 시즌1 4강 A조 정윤종과의 대결에서 4대0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결승에 올라갔다.
이제동은 2010년 9월11일에 중국 상하이 동방명주 광장에서 열린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시즌2 결승전에서 이영호와 맞붙었던 이후 2,911년 만에 스타크래프트에서 결승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제동은 "이 자리에 다시 올라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기다려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리며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이제동과의 일문일답.
Q 정윤종을 꺾고 결승 티켓의 주인공이 된 소감은.
A 굉장히 기분 좋다. 결승전에 갔다는 사실만으로 좋다. 결승 무대를 밟아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Q 8년 만에 스타1 결승전에 올라갔다. 알고 있었나.
A 그 말을 들으니까 살짝 기억이 난다. 중국에서 결승전을 치렀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4강에서 다 떨어졌다.
Q 그만큼 이번 결승전 진출이 의미가 클 것 같다.
A 게이머 경력을 돌아보면 프로로 활동한 시간만 10년이 훌쩍 넘었다. 큰 무대를 많이 밟았지만 스타2를 끝낸 뒤 스타1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팬들이 생각하는 예전의 '폭군' 이제동의 모습을 보여드리지는 못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도 많이 내려 놓았다. 최근 들어 게임을 열심히 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서 5~60% 정도 기량이 돌아온 것 같고 옛날 느낌을 되찾으려고 하고 있다. 그 덕분에 독기 있던 시절의 기량을 조금은 찾았고 결승까지 올라오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감회가 새롭다. 이제는 이번 결승전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 대회를 더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시기에 결승에 가게 되어 정말 뜻깊다. 이제는 몸이 힘들어서 대회 준비하기가 버겁다.
Q 정윤종을 상대로 초반에 스포닝풀을 건설하는 전략을 대부분 구사했다.
A 정윤종이 김택용 이후에 가장 잘하는 프로토스라고 생각한다. 김택용이 없는 상황에서 실력적으로 최고의 선수다. 그 점을 인정하고 전략을 준비했다. 초반에 프로토스를 성공적으로 흔들면서 심리적인 부분에서 내가 앞섰던 것 같다.
Q 가장 주안점을 둔 세트는.
A 1세트를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투혼'이 프로토스가 저그전을 치르기 좋은 맵이다. '투혼'이 정해진 상황에서 내가 이긴다면 이후 경기들을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 '투혼', '블루스톰', '폴라리스랩소디'가 프로토스가 저그전하기 좋은 맵인데 세 맵 중에 내가 1, 2세트를 가져가면서 굉장히 편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Q 프로토스를 상대로 KSL에서 전승을 거뒀다. 강한 이유가 있나.
A 대회에서 결과는 좋았지만 평상시에 게임할 때에는 잘한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내가 데뷔 초부터 프로토스전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평소 연습 때에는 못하더라도 대회에서는 잘할 자신이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기본 상성에서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저그라고 생각하고 대회에 임하고 있다.
Q 결승전 상대는 누가 되면 좋을 것 같나.
A 김민철과 김성현 둘 다 재미있는 선수들이다. 보는 분들에게는 저그와 테란의 결승이 가장 보기 좋다고 생각한다. 누가 오든 나는 내 플레이를 할 생각이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어렵게 올라온 만큼 나에게 집중할 생각이다.
Q 고마운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A 다들 개인 방송을 하고 있는 시기여서 연습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윤철, 변현제가 연습을 잘 도와줬다. 고맙다. 친구들, 지인들이 응원을 많이 해줬다. 1주일 전에 아버지 생신이었는데 4강 준비한다는 이유로 찾아뵙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축하드린다.
Q 하고 싶은 말은.
A 기다려주신 팬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결승까지 오는데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기다리다가 지쳤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꾸준하게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우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서대문=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