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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그라피ㅣ이윤열② 골든 마우스를 손에 넣다

*(1)편에서 계속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워(이하 스타1)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시절의 이윤열은 개인리그 최다 우승이라는 기록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데뷔한 지 2년이 채 되기 전에 MSL과 스타리그를 싹쓸이하면서 최강의 프로게이머로 군림했던 이윤열은 꾸준함도 갖고 있었습니다.

이윤열은 e스포츠 10년사에 있어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정상을 지킨 선수입니다. 1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생 시절에 데뷔해 2002년부터 각종 대회를 싹쓸이하기 시작한 이윤열은 스타리그 최초의 3회 우승을 달성하면서 골든 마우스를 손에 넣었고 MSL 최다 결승 진출 기록에서 마재윤과 타이를 이뤘습니다.

이영호가 스타리그 3회 우승, MSL 3회 우승의 기록을 달성한 2011년까지 양대 개인리그 3회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이윤열밖에 없었습니다. 스타1의 역사에서 역대 최다 개인리그 우승 횟수를 기록하고 있었죠. 뿐만 아니라 이윤열은 준우승 또한 4번이나 차지하면서 정상급 실력을 오래도록 유지했습니다. 누구보다 길었던 이윤열의 전성기를 되돌아보겠습니다.


◆KTF로 보내진 임대 선수
여드름이 발갛게 오르던 '방학 테란' 이윤열은 200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게이머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순탄치만응 않았죠. 이윤열은 인생에 있어 첫 선택을 하게 됩니다. 소속팀인 IS가 해체되면서 다른 팀으로 임대되거나 송호창 감독과 함께 새로운 팀을 꾸려 고생을 해야 하는 두 갈래의 길에 놓인 것입니다.

이윤열은 송 감독과 같이 지내려 했지만 어쩔 수없이 임대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팀의 간판이었던 홍진호와 함께 KTF 매직엔스(현 KT 롤스터)로 1년 동안 임대된 것입니다. 홍진호와 이윤열을 KTF로 보내면서 받은 돈으로 송호창 감독은 SG 패밀리라는 팀을 꾸렸죠. 이윤열과 홍진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KTF의 유니폼을 입고 활동하게 됩니다.

이윤열은 KTF의 유니폼을 입고 스타크래프트 부문에 있어 의미 있는 기록을 여럿 세웠습니다. 1999년 n016 프로게임단으로 시작한 KTF는 이전까지 스타크래프트 종목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피파 부문에서 이지훈 현 KT 롤스터 감독이 10여 개의 우승컵을 따온 것이 게임단 입상 기록의 대부분이었습니다.

당시 KTF의 유니폼에는 별이 3개 달려 있었는데요. 별 하나가 10개의 우승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 종목에서는 거의 별을 추가한 것이 없었는데요. 이윤열이 임대 선수 자격으로 KTF에서 활동하면서 우승컵을 추가하면서 세 번째 별을 선물하게 됩니다.

이윤열을 임대하면서 KTF는 본격적으로 성적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윤열이 임대된 2003년, 오자마자 치러진 MBC게임의 KPGA 투어에서 우승한 이윤열은 그해 파나소닉 스타리그 우승, 겜티비 스타리그 우승(비공식 대회로 처리됨), 스타우트 MSL 준우승 등을 차지했습니다.

또 2004년 KT와 KTF가 개최한 KT-KTF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KTF 매직엔스의 번영에 밑거름을 제공했습니다.

◆송호창의 품으로
1년 동안의 임대 기간 동안 이윤열은 꾸준한 성적을 내면서 KTF에 최고의 성과를 제공했습니다. 임대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이윤열은 홍진호와 함께 송호창 감독이 꾸리던 투나 SG로 돌아가게 됩니다.

투나 SG로 돌아갔을 때 이윤열과 홍진호의 인생이 엇갈리게 됩니다. 이윤열은 팀에 남으면서 팬택앤큐리텔 큐리어스의 창단 멤버가 됐지만 홍진호는 KTF로 복귀하면서 KTF에서 은퇴하면서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2004년 4월29일 열린 네오위즈 피망 프로리그 결승전이 결정적 순간이 됩니다. 안기효, 심소명 등을 앞세워 결승전까지 오른 투나 SG는 임대 계약이 끝나면서 팀에 복귀한 이윤열과 홍진호까지 합세하면서 최강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결승에서 대결하는 GO를 상대로 전혀 모자람이 없는 선수진을 형성한 것이지요.

그러나 뚜껑을 열었을 때 최악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홍진호와 이윤열은 전진배치했지만 이윤열이 1승을 보태는 데 그치고 말았던 것이지요. 1세트에 나선 홍진호는 개인전에서 박태민에게 패했고 2세트 팀플레이에서 홍진호, 이윤열이 조합을 이뤄 출전했지만 강민과 박태민 조합에게 패하고 말았죠. 이윤열이 서지훈을 꺾기는 했지만 3승을 해줄 줄 알았던 홍진호와 이윤열이 1승2패에 머물면서 투나 SG는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홍진호는 다시 KTF로 돌아갔지만 이윤열은 송호창 감독에게 남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투나 SG가 피망 프로리그를 통해 좋은 성적을 내고 프로게임단을 창단하겠다는 몇몇 기업으로부터의 제안이 들어오면서 스타 플레이어가 필요했던 송 감독은 이윤열에게 창단시 최고 대우를 약속했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휴대폰 제조사인 팬택앤큐리텔이 송 감독이 지도하던 팀을 인수하면서 기업 프로게임단으로 창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지요. 이윤열은 팀 내 최고 연봉을 받으며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습니다.


◆팬택의 간판 스타
이윤열은 팬택앤큐리텔 큐리어스의 대표 선수로 제 몫을 다했습니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이 함께했지만 이윤열이 팀 내 최고 연봉자였고 그에 합당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에이스가 해야할 일은 당연히 다른 팀 에이스에 뒤지지 않는 것이겠죠?

이윤열은 스카이 프로리그 2004 2라운드에서 팀을 결승전에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팀플레이와 개인전을 오가면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10월30일 대구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승리를 보태면서 팬택앤큐리텔이 창단하자마자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습니다.

곧 이어 이윤열은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주관하는 개인리그 결승전에 동반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소속팀도 팀리그 결승전에 진출하고 프로리그 그랜드 파이널에 오르면서 이윤열은 네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도전했습니다.

그러나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요. 이윤열은 당신은골프왕 MSL 결승전에서 박태민(당시 GO)에게 2대4(스타1으로 진행된 리그 가운데 유일하게 7전4선승제로 진행된 결승전이었죠)로 패했고 1개월 뒤에 열린 팀리그 결승전에서 1대4로 팀이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프로리그 그랜드 파이널 결승전에서도 한빛 스타즈에게 무너지면서 이윤열은 IOPS 스타리그 우승컵만 품에 안았습니다. 4개 대회 결승전에 모두 오르면서 이윤열은 그 누구도 맛보지 못한 최고의 해를 경험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사부곡
좋은 일이 있으면 좋지 않은 일이 꼭 따르는 법입니다. 2005년 초 팀과 개인 모두 결승전에 진출하는 등 시원하게 문을 열어제친 이윤열은 그 해 7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생애 가장 큰 충격을 받습니다. 어렸을 때 정구 선수를 해보라고 추천했고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했을 때 꿈을 펼쳐보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준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이윤열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2005년 10월에 열린 구룡쟁패 듀얼토너먼트에서 2패를 당하며 탈락, 스타리그 본선에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MSL에서도 탈락한 이윤열은 이후 1년 동안 예선과 서바이버 토너먼트를 전전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죠. 아버지를 잃고 난 이윤열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술을 자주 마셨다는 소문이 돌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골든 마우스
1년 뒤 이윤열을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리그에 복귀합니다. 2005년 5월 이후 스타리그와 MSL에서 동반 탈락하며 오프라인 예선을 전전했던 이윤열은 2006년 8월 양대 리그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모두 떨쳐 내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며 복귀한 것이지요.

돌아온 이윤열은 이전보다 더욱 강해졌습니다. MSL에서는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스타리그에서 승승장구했습니다. 시즌제로 진행된 신한은행 스타리그 2006 시즌2에서 24강을 3전 전승으로 통과한 이윤열은 16강에서 삼성전자 박성훈에게 2대1로 승리했고 8강에서 박성준을 2대0으로, 4강에서 이병민을 3대0으로 완파하면서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열린 당시 결승전에서 이윤열은 오영종을 3대2로 제압하고 파나소닉 스타리그, IOPS 스타리그에 이어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2까지 세 번째 스타리그 우승을 기록했습니다. 스타리그 사상 최초의 3회 우승을 달성한 이윤열에게 온게임넷은 황금으로 제작한 마우스를 선사했습니다. 임요환의 3회 우승을 위해 만들었던 골든 마우스의 첫 주인공은 이윤열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윤열은 오영종을 꺾은 뒤에 가진 인터뷰에서 "이 상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바친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해 좌중을 숙연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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