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동빈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리그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를 남긴 선수다. LoL 리그가 처음 열린 2012년 스타테일 소속으로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2012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에서 팀을 8강까지 올리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2012년 kt 롤스터가 LoL 팀을 꾸릴 때 '류' 유상욱, '마파' 원상연 등과 함께 팀을 옮긴 고동빈은 애로우즈와 불리츠를 오가면서 죽지 않는 원거리 딜러로 이름을 날렸다.
2015년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 단일팀 체제가 도입되면서 고동빈은 정글러로 변신했다. 포지션을 바꿔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았기에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고동빈은 이전의 정글러들보다 훨씬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그해 kt 롤스터가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출전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고동빈의 은퇴 선언 이후 팬들의 관심은 은퇴식을 열 것이냐로 모였다. 이전까지 LoL 선수들 가운데 공식 은퇴식을 가진 선수는 없었다. 리그 초창기였기 때문에 소속팀이 자주 바뀌면서 어떤 팀이 해당 선수에 대한 은퇴식을 해줘야 하는지 불분명했다. 선수가 은퇴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얼마 되지 않아 복귀한 경우도 있었기에 팀이 주관하는 공식 은퇴식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러했기에 kt가 고동빈의 은퇴식을 공식적으로 열어주는 일은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스타테일 출신이긴 하지만 사실상 고동빈은 kt 롤스터 '원클럽맨' 혹은 '원클럽 플레이어'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kt 롤스터가 LoL 종목에서 키워낸 첫 번째 프랜차이즈 스타는 고동빈이다.

8년 동안 팬들에게 희열을 선사한 고동빈이 팬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떠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준 kt에게 업계 관계자 입장에서 박수를 보내면서 다른 팀들도 이런 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길 바란다. 공헌한 선수를 훌륭하게 떠나보내는 팀의 문화를 보고 자란 선수일수록 팀에 대한 충성도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