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위에서 퍼팅을 할 때, 캐디에게 “라이가 어느 쪽인가? 오른쪽인가 왼쪽인가?”라고 물어보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라이는 원래 거짓말을 의미한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놓다’라는 뜻도 있다. 골프에서 라이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한다. 볼이 놓인 상태나 골프 클럽의 각도 등을 말할 때 라이라는 말을 쓴다.
페어웨이나 러프에서 잔디 상태가 좋은 곳에 볼이 떨어질 때 “라이가 좋다”고 하면 맞는 표현이다. 이달 초 경주에서 벌어진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여자프로골프대회에서 해외연합팀 이보미가 드라이버샷을 치고 페어웨이로 걸어가면서 볼 상태를 확인하고 “라이 상태가 아주 좋다”고 말하는 것을 봤다.
그린에서 잔디 결이 퍼팅 하기에 나쁜 위치로 볼이 갔다면 “라이가 나쁘다”고 말하면 된다. 라이 상태에 대해서도 여러 영어식 표현이 있다 ‘행잉 라이(Hanging Lie)’는 볼이 골퍼의 발 아래 경사면에 놓여있는 걸 말한다. ‘플라이어 라이(Flyer Lie)’는 의도한 것보다 어프로치 샷이 많이 날아갈 때 하는 말이다. 또 ‘하드판 라이(Hardpan Lie)’는 딱딱한 땅위로 볼이 떨어져 디벗을 만들어내는데 힘든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볼이 다음 샷을 하기에 어려운 데 있을 때는 ‘배드 라이(Bad Lie)’라고 말하며, 좋은 잔디 위에 있어 다음 샷을 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을 때는 ‘굿 라이(Good Lie)’라고 말한다.
라이는 또 클럽 각도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라이 앵글(Lie Angle)’의 줄인 말로 쓰는 라이는 클럽 바닥을 기준으로 샤프트가 각도를 이룬 것을 말한다. 그래서 사람의 신체 조건에 따라 클럽의 목부분을 휘어서 라이 각을 조절한다. 키가 큰 사람은 라이각이 커야하고 작은 사람은 라이각이 작아야 적합한 스윙을 할 수 있다.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려면 스윙에 따라 각도를 맞춘 최적화된 클럽을 선택해야 한다. 라이 각도는 ‘클럽 헤드 페이스의 누운 각도인 '로프트(Loft)'와는 다른 뜻이다.
라인은 말 그대로 선을 의미한다. 퍼팅 용어로서 라인은 공이 굴러가는 선을 말한다. 퍼팅 라인은 퍼팅할 때 볼과 홀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이다. 이것은 다분히 상상적이며 동적인 표현이다. 퍼팅 라인은 그린의 경사도나 형태에 따라 직선 일 수도 있고 곡선일 수도 있다. 퍼팅 라인과 비슷한 의미로 ‘브레이크(Break)’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 코너 95회차 ‘왜 한라산 브레이라고 말할까’에서 살펴보았듯이 브레이크는 볼이 휘어지는 지점이나 정도를 의미한다. 그린에서 정확한 표현을 쓰자면 “라인이 어떻게 되는가?”, “브레이크는 어느 정도인가“라고 묻고 캐디는 ”오른쪽이 높다“, ”볼 하나 정도 보면 된다“는 식으로 대답을 해야 한다. 퍼팅과 연결해서 말을 할 때는 ‘퍼팅 라이’는 잘못된 표현이며 ‘퍼팅 라인’이 맞는 표현이다.
라인은 골프 이외에 다른 종목에서는 경기장의 경계를 나타내기 위해 그은 선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골 라인(Goal Line)’ ‘페널티 라인(Penalty Line)’ 등으로 특정한 지역을 구분할 때 사용한다.
라이와 라인이 언제부터 국내 골퍼들에게 잘못 사용됐는 지는 잘 알 수 없지만 단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모르고 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올바른 표현을 썼으면 하는 생각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