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는 스트라이크를 항상 던질 수만은 없다. 어깨와 팔 등 신체가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는데다 공간적으로도 운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투수들에게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컨트롤은 필수적이지만 절대적일 수는 없다. 정교한 컨트롤로 타자의 눈을 속일 수 있는 볼도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스트라이크(Strike)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타자가 공을 치는 것이다. 좋은 공을 골라 치라는 의미이다. 볼(Ball)은 원래 둥근 물체를 뜻하는 말로 일반적인 공을 가리킨다. 야구 용어에서는 스트라이크가 아닌 것을 대체하는 의미로 쓰였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용어 유래를 보면 오늘날과 많이 다른 미국 초창기 야구 역사를 알 수 있다. 두 용어는 오늘날과 같은 ‘투수 놀음’의 시대가 아닌 ‘타자 놀음’의 시대가 낳은 말이었다.
스트라이크와 볼이 경기 시간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 진 용어라고 말한다면 야구규칙을 잘 아는 이들도 한번 쯤은 고개를 가로지을 법하다. 야구의 기본 용어인 스트라이크와 볼을 경기 지연과 연관시켜 생각한다는 것이 얼른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 초창기 역사를 알면 그 이유가 드러난다.
1800년 미국에서 야구를 시작할 때만해도 타자를 아웃시키는 방법은 맞춰잡는 것이 유일했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영국 크리켓을 미국화한 운동이다. 경기방법도 크리켓처럼 방망이로 공을 쳐서 멀리 보내 점수를 내도록 했다. 지금처럼 9회까지 앞선 팀이 아니라 21점을 먼저 내는 팀이 이기는 방식으로 승패를 가렸다. 투수는 타자가 치기 좋은 공을 던지는 역할에 그쳤다. 크리켓 같이 경기 시간이 한없이 길어지는 게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1845년 은행원 출신 알렉산더 카트라이트는 헛 스윙을 세 번하면 아웃되는 규정을 처음으로 제정했다. 실력없는 타자들 때문에 경기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위한 조항이었다. 1858년 심판들은 칠 수 있는 공을 고의적으로 스윙을 하지않는 선수에게 경고와 함께 스트라이크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1871년부터는 스트라이크존이 등장했다. 타자가 투수에게 두 개의 존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쪽을 지정할 수 있었다. 허리부터 무릎 사이를 통과하는 낮은 코스와 허리부터 어깨높이의 높은 코스였다. 타자가 요구한대로 들어오지 않는 공은 볼로 선언했다.
타자의 요구대로 투수가 던지는 경기방식은 1887년 폐지됐다. 이후는 현재와 같은 유사한 형태의 스트라이크존이 등장했다. 허리와 무릎 사이의 일정한 공간을 지나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 그렇지 않은 공은 볼로 선언했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탄생은 미국의 실용주의가 낳은 미국 야구의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마치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해 연방공화국이 됐듯이 미국 야구는 스트라이크와 볼의 개념으로 인해 탈 크리켓화, 탈 영국화에 성공했던 것이다. 두 개념을 통해 야구는 재미는 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크리켓의 정통성을 현실에 맞게 보완시켰다. 스트라이크와 볼은 타자 중심의 경기를 투수 중심으로 옮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야구가 오늘날 미국 최고의 스포츠로 자리잡으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스트라이크와 볼이라는 작은 ‘나비 효과’가 큰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미국 야구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야구칼럼니스트 레너드 코체트(1925-2003)는 자신의 대표저서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야구는 과학이 아닌 예술‘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야구가 인간의 직관과 의지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스트라이크와 볼은 야구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대표적인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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