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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축제로 바뀐 WCG, 함께 하는 모습 빛났다

이미지=빅피처인터렉티브 제공
이미지=빅피처인터렉티브 제공
지난 주 금요일부터 3일간 부산을 찾았습니다. 다시 부활한 WCG, WCG 2023 부산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죠. 독자 여러분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WCG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e스포츠 올림픽'이었습니다. 국가간의 치열한 경쟁과 승리의 희열 같은 모습들이 함께 연상됐습니다.

이번 WCG 현장은 달랐습니다. WCG라는 브랜드를 가져와 이번에 처음 행사를 개최한 빅픽처인터렉티브에선 이번 WCG를 '게이머의 축제'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열린 WCG 현장은 정말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총 3개로 나누어진 메인 무대에선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고, 그 밖의 공간은 유저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나 팬들과 선수, 인플루언서가 만나는 공간으로 채워졌습니다.

행사의 방향성이 바뀌다보니, 경기 분위기 역시 바뀌었습니다. 그랜드 파이널이나 라이벌즈처럼 경쟁을 강조한 무대에서도 플레이하는 선수들과 관객들의 분위기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라이벌즈에는 지난 2021년 은퇴했던 스타크래프트 2의 김유진 선수처럼 반가운 얼굴도 볼 수 있었죠. 2일차 펼쳐진 클래시로얄 그랜드파이널서는 각국에서 온 선수들이 결승전이 끝난 뒤 '루카스' 루카스 비니시우스의 우승을 축하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국가 뿐 아니라 세대 간의 화합이 빛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현장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돌아다니면서 게임을 즐기던 모습을 본 것이 인상 깊습니다. 8090 세대를 위한 레트로 게임기부터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오버워치2' 같은 최신 작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메인 무대에서 펼쳐지는 경기 역시 최신작인 '발로란트'나 '카트라이더:드리프트' 같은 종목부터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3' 같은 전통의 e스포츠 종목까지 다양했습니다. 덕분에 WCG에선 아들을 따라 나선 아버지나 아빠 손에 이끌려 온 딸 대신 모두 함께 즐기는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위한 무대가 마련됐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국내에선 생소할 수 있는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분야의 '쿠키런:브레이버스'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쿠키런:브레이버스'는 이번 WCG에서 가장 부스 참여도가 높았던 게임입니다. 행사 기간인 3일 내내 해당 장르의 유명 인플루언서가 참가자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외에도 서브컬처 장르나 '원신' 처럼 e스포츠 무대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임들이 대거 참가하며 외연을 넓힐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물론 처음 개최된 WCG인만큼 가끔은 부족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론 현장에 오지 않고 방송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겪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인플루언서와 함께 하는 피파온라인4 등 일부 행사의 경우 유튜브 방송이 방송 도중 중단되면서 일부 플랫폼으로만 시청이 가능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1,2일차 무대 행사들이 지연되면서 6시 30분에 열기로 한 그랜드 파이널이 한 시간 씩 늦게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음 행사에선 반드시 개선해야 할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CG에 대해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e스포츠 행사라는 그들의 지향점이 시대의 흐름에 맞고, 또 충분히 유니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달리 종목사 별로 리그를 개최하는 현재의 e스포츠 판에서, 다양한 장르의 e스포츠 팬들이 한 군데 모여 즐길 수 있는 행사는 많지 않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팬은 LCK를, 발로란트 종목의 팬은 VCT를 찾을 순 있겠지만 그 팬들이 함께 찾을 수 있는 장소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서 WCG의 변화된 모습이 더 발전할 수 있다면, e스포츠 팬들에게 새로운 즐길거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에 다시 찾아올 WCG 행사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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