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과 사격, 배드민턴 등의 종목은 한국 선수단의 좋은 성적 덕분에 올림픽 기간 내내 주목을 받았다. 한국 선수단의 성적과 별개로 브레이킹, 스케이트보드, 사이클 BMX 프리스타일 등의 종목들도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위 종목들은 모두 2020년대 들어서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10, 20대의 많은 지지를 받는 종목들의 올림픽 진입을 보고 e스포츠의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에 대한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현재 e스포츠는 전 세계 많은 젊은이가 즐기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유럽, 북미 등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도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이미 e스포츠는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던 e스포츠는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이 된 바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e스포츠는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기도 했다. 실제로 높은 인기로 인해 e스포츠 티켓은 추첨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을 정도였다. 기자는 당시 아시안게임을 현장에서 취재하며 e스포츠의 인기를 실감했고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 5,000명을 수용하는 항저우 e스포츠 센터에는 연일 수많은 관중이 찾았고, 선수들은 그에 화답하듯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금메달을 차지한 '페이커' 이상혁, '쵸비' 정지훈 등이 포함된 한국 LoL 대표팀은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e스포츠의 위상을 확인시켰고, '스트리트 파이터 V' 결승에서 만난 79년생 동갑내기 김관우와 '게이머비' 브루스 샹 유린은 경기 종료 후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으로 스포츠 정신을 보여줘 많은 이들을 감동케 했다.
이처럼 관중을 열광하게 만드는 명승부가 펼쳐지고, 서로를 존중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볼 때 e스포츠를 스포츠로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e스포츠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지 못할 이유 또한 없다. e스포츠 최고 스타 이상혁 또한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께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7월, 내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제1회 e스포츠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직후 세르미앙 응(Ser Miang NG) IOC 부위원장이 "올림픽 정신에 반하는 폭력이 담긴 어떤 형태의 e스포츠와도 제휴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던 것을 생각해 보면 e스포츠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이러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 언젠가는 e스포츠만을 위해 열리는 올림픽이 아닌, 기존의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진입하는 e스포츠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