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대리인 그래텍이 MBC게임(MBC플러스미디어)에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했다.
그래텍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MBC게임이 스타크래프트 저작권 침해 및 무단 사용을 하고 있어 블리자드와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블리자드와 그래텍의 입장에서 MBC게임이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수순이다. 지난 주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블리즈컨에서 폴 샘즈 COO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 중지 관련 내용증명을 보냈고 최후의 옵션으로 소송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블리자드와 그래텍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의아한 사항이 있다. 일단 한국e스포츠협회 협상단-여기에는 온게임넷과 MBC게임 등 게임 방송국이 모두 들어가 있다-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용증명을 보낸다든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인 절차를 밟으려고 하는 의도가 보인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서로간에 믿음을 전제로 한 파트너십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공유해야 하고 신의성실에 입각해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뜻을 저변에 깔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내용증명을 발송하거나 소송 제기 등을 내걸면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대하는 것은 상대를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협상단과의 대화에 진척 사항이 없는 것도 아니다. 협회는 강경 대응을 하겠다고 나선 자리에서도 블리자드의 지적 재산권을 인정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협상에서도 3~5억원 수준의 금액으로 방송권이나 중계권을 사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리자드와 그래텍도 금액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의 프로리그 개최권을 1원, 1년간 대회를 진행하고 방송하는데 1억원을 내놓았다. 개인리그에 대해서는 토너먼트별 1억원을 제시했다. 스타리그와 MSL이 1년에 3번 치러지는 것을 감안하면 프로리그와 개인리그를 합해 7억원을 조건으로 내놓은 것이다.
구체적인 금액이 오고 가면서 협상이 원만히 타결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상호간의 신뢰가 쌓인 상태에서 금액의 격차만 좁힌다면 1년 동안은 별 문제없이 리그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내용증명이 발송되고 소송이 제기됐다. 블리자드나 그래텍 측도 협상중에 리그를 개최한 협회측에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를 밟았을 것이다. 과거에 중계권을 갖고 돈을 벌려 했던 협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됐을 수도 있다.
하나의 의문을 제기한다. 블리자드는 과연 지적재산권만을 원하는가. 그래텍은 대리인으로서 국내 e스포츠 관련 대행 업무만을 하고 있는가. 자신들이 더 큰 수익을내려고 하지는 않는가.
이 의문을 털어내려면 블리자드와 그래텍은 독점 계약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권리를 양도, 양수한 내용 뿐만 아니라 얼마만큼의 금액을 지불하고 독점권을 얻어냈는지 알려야 한다.
현재 그래텍이 개인리그에 요구하고 있는 시즌별 1억원과 서브라이선스를 통한 수익 배분 등의 사항이 당연하게 여겨지려면 블리자드로부터 권리를 양도받을 때 지불한 금액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지난 5월 블리자드가 미디어를 모아 놓고 한국 시장의 e스포츠에 대한 모든 권리를 그래텍에게 넘겼다고 했을 때 당연히 나왔어야 하는 조건이 아직도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알리지 못할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
지금이라도 블리자드와 그래텍은 독점권에 대한 계약 금액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당위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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