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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라이벌이 필요한 김택용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최고의 선수들에게는 항상 그 선수를 더욱 성장시켰던 라이벌이 존재했다. 피겨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김연아에게도 아사다 마오가 있었고 e스포츠 최고의 선수였던 임요환 역시 홍진호라는 라이벌이 있었다. 라이벌은 스포츠에서 한 선수를 더욱 성장시키고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현재 e스포츠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라이벌은 이제동과 이영호다. 두 선수는 ‘리쌍’이라는 이름으로 현존 최고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둘이 맞붙게 되면 경기 내용이 어떻든 팬들의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두 선수 역시 서로를 의식하며 더 높은 곳에 서기 위한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한다. 그 경쟁심이 이제동과 이영호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한 성적을 내게 하는 원동력이 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택용은 참 불운한 선수다. 김택용에게는 딱히 라이벌이 존재하지 않는다. 혹자는 송병구가 김택용의 라이벌이라고 하지만 두 선수는 프로토스라는 이유 때문에 라이벌 보다는 동반자의 느낌이 강하다. 서로 경쟁하기 보다는 서로 함께 잘하는 것을 팬들은 더욱 원한다. 이제동-이영호와는 사뭇 다른 구도인 것이다.

게다가 같은 종족끼리는 진정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기 힘들다. 일단 라이벌이 되려면 실력으로 겨루는 승부를 펼쳐야 하는데 동족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운이 작용하기 때문에다. 김택용과 송병구가 맞대결을 펼쳐 누가 이긴다고 해도 두 선수 가운데 실력적인 우위를 있는 선수를 가려내기 어렵다. 동족전이 가지는 한계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인리그에서 김택용을 자주 제압하며 좌절을 줬던 이영한과 조일장을 김택용의 라이벌이라고 칭할 수도 없다. 라이벌이라면 두 선수의 기량과 커리어가 어느 정도는 맞아야 하는데 이영한과 조일장은 아직까지 개인리그 결승 한번 진출하지 못했다. 김택용에게는 진정한 라이벌이 없는 것이다.

이영호와 이제동은 서로를 최고의 선수로 올려놓는 좋은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제동이 약간 주춤하면 이영호가 치고 가고 그것에 자극 받은 이제동이 다시 치고 올라가 이영호를 자극한다. 두 선수는 서로를 자극하며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김택용에게는 그런 상대가 없다. 물론 누군가는 “이제동과 이영호를 따라잡는다는 생각을 하면 되지 않나”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원론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모두가 인정하는 라이벌과 나만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라이벌의 느낌은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김택용이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려면 라이벌이 필요하다. 김택용의 승부욕을 계속 자극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게임에 몰두하게 만들 그 누군가가 있다면 김택용은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게이머 인생에서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김택용은 이제 라이벌을 찾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새로운 라이벌을 찾기 힘들다면 이영호와 이제동의 라이벌 구도를 깨트리고 이영호 또는 이제동을 자신의 라이벌로 가져오는 노력도 서슴지 않아야 한다. 스스로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용기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택용에게 진정한 라이벌이 생기는 날 ’리쌍’이 지배하고 있는 e스포츠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기를 바란다.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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