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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구성훈의 팬 사랑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화승 오즈 구성훈이 박카스 스타리그 2010 조 추첨식에서 MVP로 뽑히면서 부상으로 아이패드를 손에 넣었다. 이번 달부터 한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아이패드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태블릿 PC다. 이를 얻기 위해 구성훈은 얼마를 투자했을까.

구성훈이 조 추첨식에 들인 돈은 7만원 정도. 007 세리머니를 위해 헬멧을 직접 구입했고 팬에게 선물하기 위한 꽃을 용산 근처 화원에서 샀다. 헬멧 가격이 3만5000원, 꽃 가격이 3만원이다.

구성훈이 입고 등장한 정장은 한상용 감독으로부터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 추첨식 세리머니에 정장이 필요하다고 하자 한 감독이 흔쾌히 빌려줬고 구성훈은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아이패드를 손에 넣었다. 적은 돈으로 아이패드를 부상으로 받은 구성훈은 진정한 저비용 고효율 효과를 얻어냈다.

들인 액수가 중요하지는 않다. 구성훈이 부상에 탐을 내기보다 팬 서비스로 무엇을 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실천했으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아이패드를 받았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부상보다 더 큰 팬들의 사랑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이번 스타리그 조 추첨식을 앞두고 구성훈은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헬멧을 구할 곳이 없느냐'며 팔로어들로부터 아이디어를 구했고 딱히 답을 얻지 못하자 직접 상점에 가서 헬멧을 샀다. 오후 7시30분부터 조 추첨식이 시작할 예정이었고 한 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하면 됐지만 구성훈은 무려 두 시간 전에 용산역에 도착해 꽃집을 찾아 팬에게 선물할 꽃다발을 구입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치밀한 작전을 세운 구성훈의 세리머니는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유니폼이 아닌 정장을 입고 등장한 구성훈은 멋드러지게 세리머니를 했고 사랑을 고백하듯 한 여성 팬에게 꽃다발을 선사했다. 직접 꽃을 받은 팬 뿐만 아니라 지켜보고 있던 현장 방문객 모두 구성훈의 색다른 모습과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팬 서비스를 하려는 구성훈의 이런 모습이 처음은 아니다.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시즌2 조지명식에서 구성훈은 팬 카페를 직접 홍보하면서 "경기에서 승리한 뒤 세리머니를 할 예정인데 좋은 아이디어를 카페에 올려주신 분이 있으면 통닭을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박재혁과의 경기에서 이긴 뒤 통닭을 직접 보내줬고 이를 받은 팬은 인증하는 사진을 구성훈에게 보내 감사를 표했다. 이 과정을 들은 팬들은 구성훈이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멋지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조편성 행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리그에 돌입하기 전 대진표를 구성하는 과정일 뿐이라 치부하는 경우가 많고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성격이 소심할 수도 있고 돌출 행동을 했다가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까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구성훈처럼 팬을 위해 끊임 없이 세리머니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습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이끌어낸다. 대가가 반드시 아이패드와 같은 고가의 부상일 필요는 없다. 한 명이라도 그를 기억해주고 그의 팬이 된다면 그 이상의 효과는 없을 것이다. 프로게이머로서 팬의 사랑을 얻어내는 일이야말로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다. 적은 돈을 들여 팬의 사랑을 얻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효율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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