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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헌혈증을 모읍시다

[기자석] 헌혈증을 모읍시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투병 우정호 위해 e스포츠 업계 한마음 돼야

지난 27일 KT 롤스터 이지훈 감독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주 통화하는 편이지만 이지훈 감독이 먼저 전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원래 기자가 취재를 위해 연락을 취하는 쪽이기에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취재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을 때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두려웠던 직감이 이겼다. 이지훈 감독과 농담 따먹기식 안부를 주고 받았지만 이 감독의 목소리가 다급하면서 살짝 젖어 있었다. 빨리 용건을 말하지 않으면 감정이 드러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안 좋은 소식이 있군요"라고 물었고 이 감독은 우정호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알렸다.

깜짝 놀랐다. 백혈병이라니. 백혈병이 혈액암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기자는 "정말인가요"라고 되물었다. 이 감독은 전화기 너머로 좌절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듯한 목소리로 "그러게요"라고 답했다. 10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렸다.

독자들의 반응은 기자나 이 감독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들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고 우정호의 쾌유를 기원하고 응원했다.

팬들의 생각은 기자나 이 감독보다 한 발 빨랐다. 디시인사이드 KT 롤스터 갤러리에 한 팬이 우정호를 위해 헌혈증을 모으기 시작했고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여기저기에서 댓글로나마 우정호를 돕겠다는 뜻을 전했고 실제로 헌혈증을 보냈다는 팬들이 나왔다.

기사로 써서 알려야겠다는 마음에 스트레이트 기사를 썼다. 주위를 둘러봤다.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팬들의 동향을 확인했고 이승원 해설 위원의 우정호를 위한 응원글을 읽었다. 그리고 나서 적극적으로 우정호를 돕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아는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에 대해 물었더니 항암 치료를 받을 때 부분 수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병보다 헌혈증이 많으면 유리하단다. 무조건 많이 모아야 환자의 부담을 덜 수 있단다.

기자의 자리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자석을 쓸 때 감정이 들어가면 안된다고 배웠지만 우정호를 위해서라면 사심 듬뿍 담은 글을 한 번쯤 써도 독자들이 이해해줄 것이라 믿는다.

헌혈증을 모으는데 일단 동참하련다. 퇴근길에 피를 한 아름 뽑을 것이고 헌혈증을 전하겠다.

스타리그와 MSL, 프로리그를 진행하는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청하련다. 29일 광주에서 열리는 스타리그 결승전 현장에 헌혈증을 들고 오는 팬들에게 VIP 좌석을 주는 건 어떨까. 내달 19일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리는 MSL 결승전도 그런 이벤트를 열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프로리그에서도 상시적으로 헌혈증을 모은다면 우정호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정호가 아프다고 광고하는 일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그렇지만 이렇게 알리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한 생명이 병석을 털고 건강해질 수 있다면 나서서 손을 내밀고 싶다.

우리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주면서 가슴 뛰게 했던 선수에게 이 정도의 도움은 줄 수 있지 않은가.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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