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 e스포츠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올스타전이 열린다. 한 자리에 불러 모으기 힘든 선수들이 모두 등장하는 만큼 팬들과 관계자들의 관심이 크다.
지난 해 올스타전은 그들만의 잔치로 끝이 났다. 선수는 팬과 호흡하지 못했고 그저 프로리그에서 한 경기를 다시 보듯 진지하고 딱딱한 경기만 연속됐다.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올스타전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며 막을 내렸고 여기 저기에서 올스타전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올해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 해보다는 나아지기를 바라본다. 올스타전은 단순한 스타들의 모임이 아니라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야구, 축구, 배구 등에서 치러진 올스타전을 지켜보면 e스포츠 올스타전이 나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다.
우선 팬들은 올스타전에서까지 진지한 ‘리쌍록’을 원하지 않는다. 서로 이기기 위해 죽을 힘을 쓰는 딱딱한 경기는 정규시즌에서 이미 많이 봤다. 차라리 서로 종족을 바꿔 웃으면서 경기할 수 있는 재미있는 ‘리쌍록’을 원할 것이다. 지켜보는 사람들도 경기를 하는 사람들도 재미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경기 말이다. 다른 스포츠 올스타전에서도 선수들은 승패에 연연하기 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경기를 펼치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배구 올스타전에서는 ‘깜짝 스타’가 등장했다. 배구 코트에 야구의 산 증인 양준혁이 선 것이다. 팬들은 신기해 했고 열광했다. 야구 팬들도 배구 팬들도 만족시키는 올스타전 깜짝 이벤트였다. e스포츠에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 올스타전에서 굳이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게임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다른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을 초대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NBA 농구 올스타전도 충분히 참고할만하다. 쉬는 시간에 선수들은 3점슛 대회나 덩크슛 대회를 열어 팬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e스포츠도 유즈맵을 통해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가장 잘하는 선수나 벌처 컨트롤을 잘하는 선수, 옵저버 없이 드라군으로 마인을 가장 잘 제거하는 선수 등을 선발하는 것은 어떨까. 평소 팬들도 궁금할 수 있는 내용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면 볼거리가 더 풍성한 올스타전이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야구 올스타전에서는 선수들이 독특한 복장이나 분장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e스포츠 선수들 역시 그런 쇼맨십이 필요하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신의 별명을 활용해 세리머니를 준비한다면 팬들은 더욱 열광할 것이다. 도재욱이 '괴수' 분장을 하고 나온다거나 김택용이 '신' 분장을 하고 나온다면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또한 현장을 찾은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됐으면 좋겠다. 이영호가 팬들과 1대3 매치를 벌인다거나 한 선수와 팀을 맺고 2대2 팀플레이를 하는 등 선수와 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소외 받은 각 팀의 감독들을 초청해 '묻지마 팀플레이'를 벌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감독들이 즉석으로 팀을 구성해 프로게이머들에게 대적하는 것이다. 이제동과 이영호가 평소에는 하늘 같이 생각해야 하는 한상용, 이지훈 감독과 팀플레이로 '맞짱'을 뜬다면(물론 프로게이머에게는 핸디캡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팬이 직접 참여하는 방법도 고민해볼만하다. 현장을 찾은 팬과의 즉석 팀플레이 등을 선보이는 것도 참신하게 다가갈 수 있다.
올스타전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틀에 박혀 생각하기 보다는 다른 스포츠들에서 영감을 얻어 더욱 풍성한 올스타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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