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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공군의 존재 이유

[기자석] 공군의 존재 이유
순위 10위, 11승29패, 세트 득실 -37. 성적으로만 보면 초라하기 그지 없다. 10-11 시즌 프로리그에서 공군 에이스가 거둔 실적이다. 그렇지만 e스포츠 팬들이 보내는 그들에 대한 관심과 환호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여타 기업이 운영하는 프로게임단보다 결코 적지 않다. 왜일까.

공군은 해마다 꼴찌였다. 2007년 공군 에이스 프로게임단을 창단한 이후 처음으로 프로리그에 합류한 시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최하위였다. 꼴찌할 것을 알면서 왜 들어왔느냐는 비판부터 프로게이머의 병역 혜택을 위해 팀을 만들었냐는 비아냥까지 공군은 칭찬보다 비난을 더 많이 들어왔다.

매 시즌마다 최하위를 기록하는 공군 에이스이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1라운드 2승, 2라운드 5승을 거두면서 꼴찌 탈출의 가능성이 보였던 공군은 3, 4라운드를 거치면서 13연패를 당하며 다시 꼴찌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5라운드에서 2승2패를 기록한 공군은 다른 팀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0대4로 패하는 경기는 사라졌고 1위 SK텔레콤을 맞아 3대4, 3위 하이트를 상대로 2대4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공군은 11승까지 달성하며 창단 이후 프로리그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까지 10승이 최다승이었지만 리그를 1/3이나 남긴 상황에서 11승까지 도달했다. 이후 승수를 올리기만 하면 자체 기록을 계속 깨는 자리를 만들었다.

공군의 성적이 올라가는 계기는 여러 가지이지만 실력을 바탕으로 선수를 수급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창단 초창기 공군은 이슈 메이킹을 위해 선수들의 현실력보다는 과거의 영광에 얽매였다. 개인리그에서 우승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발했고 팀의 간판이었던 선수를 받아들였다. 그러다 보니 다른 팀 선수들과는 경쟁이 되지 않았다.

2009년부터 공군은 실력 본위로 선수를 뽑았다. 신체 검사, 체력 검정, 면접으로 이뤄지는 신병 모집 요강에 실력 테스트를 포함시키면서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을 선발했다. 각 팀의 1군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은퇴할 위기에 처한 선수들이나 1.5군, 2군이어서 프로리그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이 지원하기 시작했다. 공군으로서는 공식 무대에서 검증이 되지는 않았지만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지원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실제로 공군의 상승세를 이끈 저그 김경모는 이와 같은 정책 변경으로 인해 새로운 기회를 얻은 인물이다. 화승 오즈에서 이제동이 에이스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었고 박준오, 방태수 등 신인이 성장하면서 김경모는 은퇴까지 고려해야 했다. 그러나 공군 에이스에 입대한 이후 출전 기회가 보장되면서 김경모는 '군제동'이라는 새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성장했고 재발견됐다.

삼성전자의 이성은이나 CJ의 변형태도 비슷한 케이스다.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서 팀을 대표하는 테란이었지만 신예 육성과 새로운 피 수혈이라는 팀의 방침으로 인해 이성은과 변형태는 설 자리를 잃었다. 공군에 가기로 결정한 두 선수는 위너스리그를 통해 팀 적응을 마쳤고 5라운드 들어 동반 4연승을 기록했다.

또 공군은 프로리그 뿐만 아니라 개인리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MSL 예선을 통과한 선수들 가운데 민찬기, 이성은, 김경모가 32강 본선에 진출했고 최종전까지 올라갔다. 아쉽게 16강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다른 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버텨냈다는 점만으로도 희망적인 요소다.

관계자들은 공군이 e스포츠계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최근에 증명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냉혹한 경쟁에서 소외된 선수들에게 공군은 기회의 땅이다. 선수 생활을 그만둬야 할 위기에 처한 선수든, 전성기가 끝났다는 선수든 공군에서는 부활할 수 있다.

선수로서의 수명을 늘린 프로게이머들도 현역으로 복귀해서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가기도 한다. 2010년 말 제대한 화승 오영종이나 KT 박정석의 경우 프로리그에서 승수를 올리면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영종은 4승이나 기록하면서 공군 전역병 사상 현역 최다승을 올리고 있고 1승에 머물고 있는 박정석은 지긴 했지만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공군 박대경 감독은 2주 전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잖아. 이제 겨우 다른 팀과 대등한 프로리그를 할 수 있겠다. 이길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 팀이 이기지 않겠는가. 지는 게 당연한 팀에서. 이길 수도 있는 팀이 되었다. 이제는 자주 이기는 팀이 되야지. 선수들이 발전한다. 이곳에서"라고.

공군 선수들이 MSL 32강에서 모두 탈락한 뒤에 올린 글이다. 공군은 성장하고 있고 이 글이 올라온 이후 프로리그에서 2승2패를 기록했다. 앞으로 공군은 더 많은 승수를 기록할 것이고 지는 것이 당연한 팀이 아니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팀으로 변모할 것이다. 박 감독의 말처럼 공군에서 발전하는 선수들이 나온다면 언젠가 광안리 결승전 무대에서 단체로 거수경례하고 경기를 치르는 공군 에이스의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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