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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상하이 결승에 거는 기대

[기자석] 상하이 결승에 거는 기대
10년차를 갓 넘긴 e스포츠계가 큰 위기를 맞았다. 10개 프로게임단 가운데 하나인 위메이드 폭스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프로게임단을 더 이상 꾸리지 못하겠다고 밝힌 상태이고 2개의 케이블 게임 전문 채널 가운에 하나인 MBC게임은 음악 채널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MBC게임이 채널 전환을 확정지을 경우 프로게임단 히어로까지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1999년 스타크래프트 대회인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을 통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e스포츠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정착되고 클랜 형식으로 운영되던 팀들이 기업과 손을 잡고 안정적인 후원을 받으면서 상승일로를 걸어왔다. 초창기 삼성전자와 KTF(현 KT) 등 IT 관련 대기업이 게임단을 창단했고 이후 SK텔레콤, 팬택앤큐리텔 등이 뒤를 이으면서 기업들의 게임임단 창단이 줄을 이었다다. IT 기업이 아닌 STX, 화승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까지 뛰어들면서 전 게임단의 기업화가 완료된 2007년까지 e스포츠는 호황기를 이뤘다.

그러나 4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대기업 프로게임단을 중심으로 한 체제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저간의 사정들이야 여러가지다.

일단 게임단의 개별 사정을 보자. 2007년 팬택앤큐리텔은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인해 게임단을 해체하겠다고 밝혔고 하나은행과 위메이드의 경쟁에서 위메이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게임단 운영권을 넘겼다. 한빛소프트도 2008년 비슷한 상황을 겪었고 웅진이 인수했다. 2009년에는 기업간의 인수 합병이 이뤄지면서 프로게임단 통합이 예견됐고 실제로 진행됐다. CJ 미디어가 온미디어를 인수하면서 2010년 여름 CJ 엔투스가 온게임넷 스파키즈를 합병했다. 비슷한 시기에 중계권 사업자인 IEG가 이스트로를 해체했다.

중계권 문제로 인해 촉발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의 지적재산권 분쟁도 하락세를 가져온 원인 중에 하나다. 2007년 한국e스포츠협회는 프로리그 중계권을 팔겠다고 나섰고 블리자드와의 갈등이 야기됐다. 2010년 스타크래프트2를 발표한 블리자드는 협회와 게임 방송국에 지적재산권을 요구했고 무리한 금액을 제시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급기야 법정 분쟁으로 확대되면서 공방전을 벌였고 5개월 여의 시간 동안 e스포츠 업계는 부정적인 이슈로 세간의 관심을 받는, 소위 시끄러운 곳이 됐다.

선수들의 관리에 있어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2010년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 조작이 발생했고 개인리그 우승자 출신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연관됐다는 검찰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e스포츠 팬들은 등을 돌렸고 게임단은 떠나가는 팬들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업 차원에서의 관심이 줄어들었고,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이유가 됐다.

기업은 기업대로, 협회는 협회대로, 게임단은 게임단대로 내홍을 겪었다. 모든 게임단이 기업과 손을 잡으면서 안정적인 지원 하에 멋진 경기와 팬 서비스를 선사하며 탄탄대로를 겪을 것 같았지만 불과 3~4년만에 업계의 근간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블리자드와의 지적재산권 문제가 2011년 들어 해결되면서 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했다. 답은 글로벌화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중국 e스포츠 시장을 개척하며 판로를 여는 일이었고 대표 브랜드인 프로리그 결승전을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팬들은 반발했다. 한국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이고 7년 동안 만들어온 광안리라는 e스포츠의 성지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반대 의사가 많았지만 협회와 게임단은 강행했다. 위기를 정면돌파하고 외연을 넓혀야만 향후 e스포츠의 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상하이 결승전에는 많은 것이 걸려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주요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e스포츠의 한류를 이끌어 내며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에서 성공적인 반향을 일으켜 기업들의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고 향후 국내 리그의 안정적인 진행과 더불어 중국 시장을 향한 소프트 파워를 보여줘야 한다. 결승전을 치르는 SK텔레콤과 KT 이외에도 결승전에 각 게임단의 사무국이 대거 동행하는 이유다.

한국의 게임 산업은 세계 속에서 수출의 효자 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연간 8조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 들어 영화와 음악이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초창기 한류의 발동을 건 매개체는 게임 산업이었다.

게임 산업 가운데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e스포츠도 세계 속에서 한류를 일으킬 태풍의 눈으로 성장해야 한다. 상하이발 한국 e스포츠의 태풍이 불어야만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드높이는 것은 물론, 국내 시장의 좋지 않은 분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한국이 개발한 게임이 아니라 외산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로 중국에서 대회를 치르냐고 물을 수도 있다. 글로벌 종목이 아니며 한국에서만 열심히 하는 종목이라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성황리에 리그가 진행되고 있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는 대표 종목이 태극 마크를 달고 나가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알리고 깃발을 꽂아야 다음 스텝을 고민할 수 있다.

첫 발은 내딛기가 어렵다. 일단 걸음을 떼고 문턱을 넘고 나면 이후에는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 e스포츠 업계의 첫 걸음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이유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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