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회는 국제 규모로 열리고 있지만 성격이 약간 다르다. IEF는 CKCG라는 한중 정기전이 규모를 확대하면서 아시아와 북유럽 지역에서 대표를 모아 국제 e스포츠 경연장으로 성장했다. 한국과 중국의 청소년들이 e스포츠를 통해 교류의 기회를 갖고 우호를 증진시키자는 취지로 각국의 정부나 의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대회를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남경필 국회의원이 대표 자격을 갖고 있고 중국에서는 공산청년단이 대회에 관여하고 있다.
IeSF 월드 챔피언십은 국제e스포츠연맹이 진행하고 있는 표준화 작업을 이식시키는 테스트베드의 성격을 갖고 있다. e스포츠 부문의 IOC를 추구하는 국제e스포츠연맹은 한국이 발의했고 첫 회장국을 맡으면서 전세계의 e스포츠 관련 협단체들의 모임이다.
올해 열린 IEF와 IeSF는 호평보다는 혹평을 받았다. IEF의 경우 선수들의 수준이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를 받았고 대회 운영 측면에서 미숙한 점을 드러냈다. 일부 선수들은 "지금까지 출전했던 해외 대회 가운데 최악이었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IeSF는 대회 개최 한 달을 앞두고도 정식 종목이 확정되지 않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9월1일 정식 종목을 발표했을 때에는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를 넣었다가 대회 10일 전에 빼겠다고 했다. 결국 블리자드의 동의를 얻어 정식 종목으로 넣고 대회를 진행했지만 우여곡적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개최하는 국제 e스포츠 대회이지만 IEF나 IeSF는 일정이 겹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같은 기간 동안 안동과 용인에서 따로 열리면서 관심이 분산됐고 두 대회 모두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시점에서 한국이 개최하는 국제 e스포츠 대회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열고 있는 국제 e스포츠 대회는 IEF와 IeSF, WCG(World Cyber Games) 등 세 개다. IEF와 IeSF는 앞서 설명한 바 있고 WCG는 세 대회 가운데 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대회다.
WCG는 2000년 챌린지 대회를 연 이후 올해까지 11년째 개최되고 있는 국제대회다.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WCG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중국, 독일, 이탈리아, 싱가포르 등 세계 각 지역을 돌면서 대회를 개최한 WCG는 올해 한국으로 돌아왔고 부산에서 그랜드 파이널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국제 대회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 가장 많은 참가국을 갖고 있으며 가장 많은 종목을 정식 종목으로 택하면서 가장 널리 인지도를 쌓았다. 마케팅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국제 e스포츠 대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 WCG와 IEF, IeSF가 역량을 집중해서 하나의 대회로 통합해 국제 대회를 여는 것은 어떨까. 각 대회별로 사정이 다르겠지만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특화한다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우선 WCG는 오랜 역사를 거쳐 오면서 종목사와의 관계가 가장 좋고 팬 수요도 많다. 참가국 수도 가장 많고 마케팅적으로도 꽤나 효과가 있음을 증명해왔다. 즉, 대회 운영 측면에서 세 대회 가운데 최고다.
국제e스포츠연맹인 IeSF가 추진하고 있는 표준화와 규격화 작업의 시험대로 WCG 무대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시너지가 날 수 있다.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인 WCG를 통해 IeSF가 강점을 갖고 있는 심판, 경기, 인증, 선수, 종목 등의 표준화 작업의 결과물을 접목시킨다면 즉각적으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종목 숫자에서 7~8개의 종목을 갖고 있는 WCG 무대가 2~3개에 국한된 IeSF보다 테스트할 기회가 더 많다. 또 참가 선수단의 규모 또한 많기에 양과 질 모두 테스트베드로 삼기에 WCG 쪽이 낫다.
IeSF는 표준화 작업의 결과물을 심포지엄 무대를 통해 발표하면 국제적으로도 이슈를 모을 수 있다. 700여 명이 참가하는 WCG 무대에서 IeSF가 진행한 5개 부문의 성과를 국내외 언론에게 알린다면 연맹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IEF의 강점은 각 나라의 정부나 의회 단위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IeSF가 회원국을 늘리는 과정에서 IEF가 도움을 줄 수 있고 더 많은 나라에 e스포츠를 알릴 수 있다. 민간 단위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WCG가 갖지 못하는 약점을 IEF가 보완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때 6~7개에 달했던 다종목 국제 e스포츠 대회는 한국이 주최하는 대회를 제외하면 거의 남아 있지 않는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규모가 줄어드는데 한 몫을 했고 글로벌한 수준에서 인기를 얻는 종목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 탓이다.
한국에서 주도하는 WCG, IEF, IeSF가 있어 e스포츠 국제 대회의 명맥을 잇고 있지만 단순히 대회를 개최한다는 수준에서 만족하면 안된다.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규모 있고 내실 있는 운영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세 단체의 통합도 추진해 볼만한다.
자잘한 대회가 많은 것보다 한국 e스포츠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역량을 하나로 합쳐 제대로 된 대회를 출범시키는 것도 시도해 볼만 하지 않은가.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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