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6일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의 개막전을 취재하기 위해 용산 아이파크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을 찾았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개막일에다 출정식까지 열리기에 10시30분 가량 현장에 도착했는데 벌써 줄이 4~50m 가량 늘어서 있더라고요. 출정식을 마치고 나서도 계속 팬들이 찾아 주셔서 이례적으로 경기장 앞에 배치한 PDP TV를 통해 경기를 실시간 중계했습습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2005년까지 사용됐던 삼성동 코엑스 메가웹스테이션 시절이 생각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만큼 많은 팬들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현장에서 열기를 토해내 주셨습니다.
선수들의 경기도 멋있었죠? 8게임단이 1대3으로 패했지만 전태양이 개막전 승리 선수가 됐고 공군 에이스가 지난 시즌 우승팀인 KT 롤스터를 상대로 놀라운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글아이'를 적중시켰습니다. SK텔레콤과 8게임단의 경기였는데 맵별 출전선수는 뒤죽박죽되면서 거의 맞히지 못했지만 선수별 매치업은 2개를 맞혔고 결과까지도 적중했습니다. '나는 꼼수다'에 나오는 표현을 빌자면 '깔때기 짓'을 조금 해봤습니다. 웃으면서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27일 경기 중에서는 웅진 스타즈와 삼성전자 칸의 대결을 예측해보려 합니다. 두 팀은 지난 시즌 6강 안에 들면서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펼쳤습니다. 삼성전자가 막판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연패에 빠졌고 그 결과 웅진이 전체 4위, 삼성전자가 5위에 랭크됐습니다.
지난 시즌은 지난 시즌이고, 이번 시즌 두 팀의 전력은 어떨지 짧고 간략하게 브리핑해보겠습니다. 삼성전자는 전력의 이탈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시즌을 마친 뒤 차명환이 공군 에이스에 입대했고 6년 넘게 함께한 유지강 코치가 빠져 나갔습니다. 이 자리를 신노열, 이영한 등 위메이드 저그와 오상택 코치로 메웠죠. 여기에다 허영무가 '가을의 전설'을 일으키며 스타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상승 요소가 많아 보이죠?
웅진은 이재호와 함께 테란의 쌍포 역할을 했던 박상우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윤용태가 손목 수술을 받았고요. 보강된 전력은 이효민, 나재웅 등 코치 2명과 화승에서 뛰던 프로토스 신인 김유진이 전부입니다.
객관적인 적력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훨씬 세보입니다. 송병구와 허영무의 프로토스, 신노열과 이영한의 영입된 저그, 김기현, 박대호로 이어지는 신흥 강호 테란 등 2-2-2 시스템을 정확하게 갖췄습니다. 백업 선수 자원도 풍부한 편이고요.
웅진은 김명운과 김민철의 저그 라인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세 보이지 않습니다. 윤용태가 홀로 지키고 있는 프로토스 라인은 윤용태가 손목 수술을 받으면서 기량이 어떨지 외부에 알려진 바가 없고 박상우가 빠져 나간 테란은 이재호만 외로이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27일 경기는 삼성전자가 유리하게 끌고 갈 것으로 대다수가 예상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반대로 예상을 하려고 합니다. 웅진의 승리로 말이죠.
KT와 공군의 26일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외적으로 아무리 세보이더라도 전력을 집중시키지 않으면 질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번 시즌은 에이스 결정전이 없는 5전3선승제로 치러집니다. 예전 방식으로 진행된 프로리그에서의 KT였다면 김대엽과 이영호를 내놓아서 1, 2세트를 따냈다면 속으로 이겼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5세트 에이스 결정전을 보장받았으니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하겠죠. 그렇게 되면 3세트든, 4세트든 출전하는 선수들이 부담을 갖지 않기 때문에 3대0이나 3대1로 KT가 이겼을 것입니다. 오히려 에이스 결정전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삼성전자와 웅진의 경기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6장의 주전 카드를 들고 있는 삼성전자가 객관적으로는 강해 보입니다. 웅진은 5명을 에이스로 채우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약세를 보이고 있는 웅진이 집중력을 살린 엔트리를 통해 극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웅진은 손목이 좋지 않은 윤용태를 전면에 배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맵도 '아웃라이어'라면 프로토스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기에 딱 좋죠. 26일 경기에서 이 맵은 두 번 쓰였고 모두 프로토스전이 치러졌습니다. 상대는 허영무가 될 공산이 큽니다.
2세트 '그라운드제로'는 저그가 자주 출전했습니다. 26일 차명환과 이제동이 나섰고 이영호, 도재욱을 상대로 모두 패했죠. 그래도 저그가 프로토스전을 제외하면 할만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저그 2명을 영입한 삼성전자에서는 선수들의 실력을 테스트해 본다는 생각으로 신노열을 줄격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웅진은 저그전 스페셜리스트 이재호로 맞불을 놓을 것이라 예상해 봅니다.
3세트 '저격능선'은 반대의 경우가 되지 않을까요. 웅진은 김민철, 삼성전자는 김기현을 예상해 봅니다.
4세트 '일렉트릭서킷'에서는 웅진이 김유진을 테스트해볼 것이라 생각됩니다. 윤용태의 공백이 발생할 경우 대타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검증을 거쳐야 하는 선수가 김유진입니다. 삼성전자는 과거 '메두사'에서 공식전 5승1패, 비공식전 포함 12승1패를 기록한 이영한으로 승수를 따내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승부는 에이스 결정전에서 가려질 것 같습니다. 웅진의 프로토스가 모두 패하지 않을까 싶네요.
최종전은 김명운과 송병구의 경기로 진행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에이스 결정전이라는 타이틀이 사라졌지만 양 팀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카드간의 대결이죠.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6대4로 김명운이 앞서는데요. 김명운은 최근 송병구를 맞아 MSL에서 3대0 완승, 프로리그에서 2연승을 달리면서 5연승중입니다. 김명운의 우세를 점쳐봅니다.
웅진의 승리를 예측한 바탕에는 10-11 시즌 상대 전적이 깔려 있습니다. 두 팀은 6번 대결했고 웅진이 5승1패로 앞섰습니다. 3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웅진이 4연승을 달렸고 프로리그 방식의 7전4선승제로 진행된 5, 6라운드에서는 4대1, 4대0으로 웅진이 압승을 거뒀습니다. 이재균 감독의 엔트리 구성 능력이 김가을 감독보다 나아 보이기에 웅진의 승리를 예상합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예상 출전 선수 및 스코어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 1R 1주차
▶웅진 3대2 삼성전자
1세트 윤용태(프) < 아웃라이어 > 허영무(프)
2세트 이재호(테) 승 < 그라운드제로 > 신노열(저)
3세트 김민철(저) 승 < 저격능선 > 김기현(테)
4세트 김유진(프) < 일렉트릭서킷 > 승 이영한(저)
5세트 김명운(저) 승 < 제이드 > 송병구(프)
*1경기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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