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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e스포츠의 르네상스

◇데일리e스포츠 이택수 편집국장

데일리e스포츠 독자님들 안녕하셨는지요. 창간 3년을 맞아 인사드립니다. 데일리e스포츠 식구들이 지난 3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독자와 e스포츠 종사자분들의 지지 덕분이었습니다. 지면을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스포츠를 아끼는 분들이라면 모두가 알겠지만 지난 3년은 e스포츠계 종사자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습니다. 불법 베팅 사건이 터지면서 많은 선수와 코치, 감독들이 이 분야를 떠나야 했고, 상처 입고 실망한 팬들도 상당수 고개를 돌렸습니다.

블리자드와 벌어진 e스포츠 지재권 싸움은 양쪽 모두에게 심각한 타격을 줬습니다. 법정 분쟁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블리자드는 굳게 믿었던 한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사업 실패를 경험해야 했고 한국 e스포츠계는 재도약의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지재권 분쟁 이후 e스포츠계는 '위기론'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연이은 악재에 많은 게임단과 선수들이 궤도를 이탈했고 심지어는 게임전문 방송사까지 채널전환을 선언했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최근 블리자드와 한국 e스포츠계가 화해하고 e스포츠 마케팅을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은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각자 추구하는 목표는 다르지만, 결코 따로 갈수 없는 사이라는 점을 알게 된 것이 그나마 이번 분쟁이 남긴 교훈이 아닐까 합니다.

◆지재권 분쟁의 교훈
더 다행스러운 일은 블리자드와의 화해를 시작으로 e스포츠계에 호재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에 없이 새로운 종목들이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고, 한국 e스포츠 문화의 해외 전파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타크래프트2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AOS 게임 '리그오브레전드'가 한국 시장에서 e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기 위해 리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판 '리그오브레전드'로 불리는 '카오스온라인'도 경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굴지의 게임업체 넥슨과 CJ는 FPS게임 종목 수좌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e스포츠 리그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최고의 격투게임으로 불리는 '철권'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리그로 태어날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바야흐로 스타크래프트에 집중돼 있던 한국 e스포츠계에 본격적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들려온 소식에 따르면 온게임넷의 e스포츠 글로벌 시장 개척도 순항하고 있습니다. 한국 e스포츠 문화를 글로벌 시장에 이식하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을 형성하고 중국에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대체 종목의 등장
온게임넷은 중국 내에서 동시접속자수 300만명을 상회하는 국산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종목으로 리그를 진행하며 의미 있는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한국의 e스포츠 문화는 이미 한 차례 대만에서 검증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프로리그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 스페셜포스와 카트라이더가 이른바 국민종목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현지 프로게이머들은 이미 한국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사실 e스포츠는 국내 팬들과 종사자들이 느끼는 것 이상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례로 한국의 e스포츠는 국내 프로 스포츠 가운데 해외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거의 유일한 장르입니다.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에서도 프로게이머들 만큼 해외 팬들을 보유하고 있진 못합니다. 해외에서 보는 유일한 한국 스포츠가 바로 e스포츠입니다. 특히 스타리그, MSL와 프로리그는 K-POP 이전부터 한류를 주도해 왔던 콘텐츠였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내 시장만 보아도 e스포츠는 프로야구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장르입니다. 프로리그 실시간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의 동시접속자수나 케이블TV 방송사 시청률을 보면, e스포츠는 프로야구 외에 어떤 종목도 따라올 수 없는 인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외 팬 거느린 유일한 토종 스포츠
e스포츠의 이 같은 가능성은 최근 다시금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종목과 새로운 후원사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르네상스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지요. 대중적인 인기게임 e스포츠 종목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됐던 오래전 그때처럼, 지금 다시 기회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블리자드를 비롯해 넥슨, 드래곤플라이, 라이엇게임즈, 남코 등 주요 종목사들도 어느 때보다 시장에 우호적입니다. 이제 e스포츠 르네상스를 위해 남은 일은 기회를 현실로 만들려는 주체들의 노력과 의지입니다.

한국 e스포츠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프로게임단과 방송사, 협회, 그리고 팬들입니다. 이 가운데 르네상스를 선도해야할 주체는 게임단과 방송사이며, 협회는 그에 맞는 정책 대안을 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온게임넷이 그간의 위기를 이유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경쟁 방송사가 철수한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 판단이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움츠릴 때? 도전할 때!
종목사의 의지가 지금과 같을 상황에서 주관 방송사가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한국 e스포츠계는 영영 중흥의 기회를 잡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협회의 행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일만 쫓다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을 놓칠 수 있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협회는 시장을 멀리보고 e스포츠계 숙원사업인 정식 체육종목화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e스포츠의 정식 체육종목화는 스포츠가 된다는 상징적 의미 뿐만아니라, 협회가 안정적으로 재원을 만들 수 있는 단초입니다. 후원사와 회장사의 지원에 의존하는 지금의 협회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스폰서와 상관없이 리그의 품질을 높이고 종목사와 e스포츠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협회 차원의 별도 재원마련이 절실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e스포츠 르네상스를 한시라도 앞당기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가 그랬던 것처럼 특정 장르의 인기가 줄어드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살리지 못한다면, e스포츠는 더욱 긴 침체의 늪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한국 e스포츠는 분명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 e스포츠는 아직도 프로야구 못지않는 경쟁력이 남아 있습니다. 게임단과 방송사, 협회와 팬들이 e스포츠 르네상스를 위해 손을 잡는다면, 한국의 프로리그가 영국의 EPL이나 미국의 MLB만큼 전세계 팬들을 사로잡는 날이 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택수 편집국장 liber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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