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시즌을 마친 이후 위메이드와 화승, MBC게임이 게임단을 해체하면서 e스포츠의 대표적인 대회인 프로리그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내외의 시각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게임단 숫자가 줄어드는 것도 고민이었지만 온게임넷과 함께 프로리그 중계를 계속 해왔던 MBC게임이 음악 채널로 전환하면서 프로리그 중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팬들이 프로리그를 볼 수 있는 경로가 줄어드는 것도 우려의 대상이었다.
기우였다. 온게임넷이 단독 중계를 하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팬들이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을 찾았다. 과거 용산과 문래동에서 두 개의 매치를 동시에 중계할 때 팬들이 나뉘는 분산 현상이 일어났지만 한 쪽으로 귀결되면서 주말, 평일 가릴 것 없이 경기장에 팬들이 가득 들어차고 있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관전하러 오는 관객을 위한 편의 시설이 전혀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팬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말에 열리는 더블 헤더 경기에 대한 불만이 많다. 낮 12시에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경기가 시작되고 1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2경기에 들어간다. 두 경기를 모두 관전하기 위해 새벽부터 팬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온 팬들이 입장 순서를 정하기 위해 종이에다 이름을 적는다.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팬들이 입장하고 이름을 적은 순서대로 좌석에 앉는다.
1경기가 끝난 뒤 자연스럽게 2경기로 이어지지만 이 과정에서 혼란이 일어난다. 빠져 나가는 팬들이 있지만 들어가는 팬들을 정리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 1경기부터 보는 팬들이 자리에 앉기도 하고 밖에서 기다리던 팬들이 좌석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를 관리하는 협회 직원은 없다. 갈등이 빚어지더라도 팬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팬들이 더욱 혼란을 겪는 이유는 좌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온게임넷이 FPS 리그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두 개의 5인용 경기석이 장애물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좁은 경기장에 2개의 경기석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팬들이 앉아서 볼 자리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관람 편의를 도모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불편함이 가중되었으니 역행하는 일이다.
데일리e스포츠가 창간 3주년을 맞아 기획한 독자와의 대화에서 유료 관람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컸다. 비록 자리가 협소하고 관람석도 적지만 유료 관람제나 좌석 예매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모두 찬성했다. 지방에 거주한다고 밝힌 팬은 "아침부터 준비해서 KTX를 타고 올라오더라도 서서 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좌석을 예약하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자주 올라올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3명이 참가한 독자와의 대화였지만 비단 3명의 의견만은 아니다. 2년전 협회가 시행한 설문에서 프로리그 관람을 유료화해도 좋다는 팬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3000원을 내더라도 앉아서 볼 수만 있다면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팬들도 다수다.
유료 관람제나 좌석 예매제는 협회나 게임단이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사항이다. 공짜로 프로리그 관람을 허용하면서 게임단이나 협회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홍보 효과만 강조하는 것보다 용산 경기장에 배치된 좌석을 유료로 전환할 경우 게임단에게 수입이 될 것이다. 관객의 편의를 높여준다면 프로리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협회는 09-10 시즌 광안리 결승전에서 좌석 예매제를 시도해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10,000개의 좌석 가운데 4,000석을 유료로 지정했고 4,000원을 받았다. 당시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했기에 티켓 마케팅을 했던 경험도 있다.
유료 관람제나 좌석 예매제를 통해 수입을 올리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다. 현장을 찾은 팬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팬들의 편익을 증대하는 것은 모든 프로스포츠가 추구하는 바임을 e스포츠도 절감해야 할 시점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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