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간지는 최근 특집을 통해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모든 사회 문제의 원인에 게임을 끼워넣고 있다. 심지어 학교에서 왕따 행위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빵셔틀'의 셔틀이 스타크래프트에서 나왔다며 스타크래프트까지도 문제시하고 있다.
일부 일간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게임 죽이기 현상에 대해 실제로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임이 긍정적인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악의 근원'으로 치부하고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 폭력이나 가정 파괴, 반사회적 행태 등의 원인 가운데 게임이 자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게임만의 문제는 아니다. 게임 이전에 학교와 가정 등이 갖고 있는 뿌리깊은 문제가 존재한다.
대한민국 초중고생들의 생활은 대부분 비슷하다. 낮 수업을 마치고 학원으로 가야 하는 '숙명'을 가진 이들은 방과후 친구들과 놀거리가 게임 뿐이다. 1~2시간 정도 짬이 나면 삼삼오오 PC방으로 향한다. 오프라인에서 노는 문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학교를 다닌 기자는 전자오락실에 가기 보다는 농구나 축구 등을 하면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2012년을 살아가는 학생들은 오프라인 놀이 문화가 없어진 지 오래다.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학생들은 없고 학원에서 운행하는 차량을 기다리거나 모두 PC방에서 시간을 떼우다가 학원으로 향한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하지 않으면, 못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사교육이 낳은 이 시대의 단상이다.
가정은 어떠한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서울에서 생활하기 벅차다. 매년 높아지는 전세값을 대려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일을 해야 한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가족이 얼굴을 맞댈 수 있다. 학원에 다녀온 아이들이 늦은 시간에 부모님을 기다리며 게임을 한다. 부모가 학원 이후 아이의 생활에 관심을 쏟을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어떠한가. 취직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 버린 상황에서 졸업자에게는 '백수'라는 딱지가 붙는다. 구직 활동을 하지만 딱 부러진 대안은 없다. 언제 취직이 될 지도 알 수 없고 정규직은 안드로메다 이야기다. 직장을 구할 때까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이들은 가장 돈이 적게 드는 놀거리를 찾는다. 그 역시 게임이다. 경기가 불안할 때 게임 산업이 성황을 이룬다고 해서 백수 산업이라는 꼬리표도 붙지 않았는가.
학교와 가정, 사회가 만들어내는 부조화의 삼박자는 30대 이전의 시민들을 게임에 귀속되게 만든다. 학생들은 시간을 보낼 놀이 문화가 없고 벌이가 없는 취업 준비생들 또한 처지는 마찬가지다.
e스포츠는 게임에 친숙한 세대에게 친근한 분야다. 게임으로 대회를 여는 것이 무슨 스포츠냐고 비판하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게임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게임을 기가 막히게 하는 사람은 스타 플레이어다. 과거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 최근에는 이영호, 이제동, 김택용, 송병구까지 어른들에게는 하찮은 게임 폐인일 지 몰라도 게임 세대에게 이들은 연예인, 스포츠 스타와 견주어도 손색 없는 인물이다. 프로게이머가 2000년대 중후반 학생들이 가장 되고 싶은 직업이었던 사실은 이와 궤를 같이한다.
e스포츠가 체계화되면서 기업들이 프로게임단을 만들고 안정적인 급여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 이 선수들은 게임을 직업으로 삼았다. 중독이라는 단어는 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택했기에 이들에게 게임은 일이다. 게임이 마약이라면 프로게이머는 마약중독자인가? 일을 열심히 하는 직장인에게 워크홀릭에 빠졌다고 하지, 마약중독자라고는 하지 않는다.
e스포츠는 더 이상 게임에 국한된 분야가 아니다. 30대 이하의 국민 대부분이 게임 아이디를 하나 이상 갖고 있고 한 번쯤은 게임을 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21세기형 놀이 문화가 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그렇게 성장하고 있다.
게임 폐인이 아니라 정정당당한 직업으로, 게임 세대들의 볼거리, 즐길거리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e스포츠는 생활 속의 스포츠, 온가족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놀이 문화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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