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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스타리그는 지켜야 한다

[기자석] 스타리그는 지켜야 한다
온게임넷이 지난 21일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공식 리그인 'LOL 더 챔피언'의 일정을 발표하면서 스타크래프트 팬들은 우려에 휩싸였다. 온게임넷이 LOL 더 챔피언을 방영하겠다는 날짜가 매주 금요일이었고 과거 스타리그를 진행하던 전용준 캐스터, 엄재경, 김태형 해설 위원 뿐만 아니라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중계진을 총동원할 것이며 담당 PD까지도 투입한다는 내용이 공식 발표됐기 때문이다.

온게임넷이라는 채널이 생긴 이후 핵심 콘텐츠였던 스타리그는 2000년부터 줄곧 금요일을 고수해왔다. 24강이나 36강으로 리그가 확장됐을 때 수요일까지 확대 편성됐지만 금요일에는 여지 없이 스타리그가 진행됐다. 온게임넷의 금요일은 언제나 스타리그와 함께했고 스타크래프트 팬들 또한 '금요일은 스타리그 하는 날'이라고 각인되어 10년을 훌쩍 넘긴 '습관'이 됐다.

따라서 이번 온게임넷의 LOL 금요일 편성은 스타크래프트와 스타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충격이 적지 않다. 스타리그가 언제 시작한다는 언급이 없는 상황에서 스타리그의 자리에 LOL이 끼어들면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LOL은 2012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게임임에 틀림 없다. 동시 접속자가 20만 명에 달하고 게임단이 속속 창단되는 등 스타크래프트를 대신할 e스포츠 종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온게임넷이 이와 같은 시장의 사정을 놓칠 기업은 아니다. 스타리그를 최고의 리그로 만들었고 프로리그를 통합하면서 규모를 격상시켰던 경험이 있는 온게임넷에게 LOL의 등장은 분명 호재다.

그렇지만 스타리그의 자리를 LOL에게 내주고 리그를 더 이상 개최하지 않는다면 온게임넷은 물론 스타크래프트 중심으로 끌어온 e스포츠 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프로게임단을 형성하며 투자하고 있는 게임은 아직까지도 스타크래프트이고 가장 많은 프로게이머를 보유하고 있는 종목 또한 스타크래프트이기 때문이다.

게임단 사이에서는 개인리그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프로리그만으로는 게임단을 유지, 존속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첫째 이유이고, 1.5군, 2군 선수들이 하나둘씩 이탈하는 것을 막으려면 개인리그가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1주일에 많게는 4~5경기씩 치렀던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은 MBC게임의 폐지와 스타리그의 지연으로 인해 한두 경기밖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주전 선수들조차 경기가 적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1.5군이나 2군 선수들은 더 이상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자격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게임단을 떠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 열린 진에어 스타리그 2011의 우승자인 삼성전자 허영무는 "하루 빨리 스타리그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공식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LOL에 올인하는 온게임넷의 상황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종목으로는 후원사를 잡기 어렵다는 현실은 이미 오래 전에 알려졌다. 승부 조작 문제가 터졌고 게임단이 연이어 해체되는 등 입지가 약해지는 추세였던 것이 사실이다. 제안서를 들고 기업 담당자를 만나면 "스타크래프트는 오래된 게임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하니 시장 상황이 각박한 것도 사실이다. 제안서에 멋진 문장으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LOL이 더욱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다.

또 CJ E&M으로 편입되면서 1등 채널이 되어야 하는 입장도 알고 있다. 프로리그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자료를 보고했을 때 슈퍼스타K의 시청률과 비교하는 '무서운' 곳이 CJ라는 것은 이미 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시청률로 승부를 볼 수 없다면 게임사나 후원사로부터 큰 규모의 후원금을 받아내는 것으로 대신해야 하는 온게임넷의 입장도 수긍할 만하다.

스타리그가 갖고 있는 e스포츠적인 상징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재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단순히 시장 상황에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는 스타리그의 상징성을 능가하기 어렵다. e스포츠를 태동시킨 주력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로 진행된 스타리그는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고 가장 많은 대회를 연 단일 브랜드다. 쉽게 말해 스타리그는 온게임넷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기자를 순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기업의 특성을 읽지 못하는 이상적인 사람으로 치부해도 좋다. 그러나 아직까지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시청자와 팬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갖고 있다. 프로리그 시청률이 갈수록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인터넷 포털 네이트나 실시간 TV 서비스를 하는 티빙에서 순간 접속자나 시청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콘텐츠가 프로리그다. 여기에 스타리그까지 가세한다면 스타크래프트라는 콘텐츠는 제2의 부흥기를 끌어낼 수도 있다.

바꿔서 생각해보자. e스포츠라는 콘텐츠를 만들어냈고 온게임넷이라는 채널이 생긴 발판이 된 스타리그가 토사구팽된다면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는 LOL 리그도 스타리그와 같은 모양새가 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온게임넷이 스타리그를 팽할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후원사가 잡히면 개최할 것이라 믿는다. 기자는 스타리그가 폐지될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이길 바라는 사람이기도 하다.

문화 유산은 오래됐다고 해서 폐기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조명을 받고 역사로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리그는 e스포츠 문화 유산으로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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