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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의 스카우팅 리포트] 날개를 단 '악동' 박인재

◇온게임넷 정준 해설 위원

안녕하세요. 온게임넷 카트라이더(이하 카트) 리그 해설위원 정준입니다.

지난 주 경기에서 두 명의 '빅3'인 문호준-전대웅이 평소보다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본격적으로 S2 채널 변경이 만들어 내는 변수가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였죠. 빅3가 주춤하는 틈을 타 문명주는 문호준의 2차 예선 1위를 위협했고, 8위였던 박현호는 특유의 '뚝심'으로 누적 3위까지 올라오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지난 주 경기를 보면서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빅3'와 '쌍둥이 형제', '오존 게이밍'의 세력다툼이 어떻게 이어질 지 더더욱 기대가 됩니다.

이번 주 소개해 드릴 선수는 바로 '악동' 박인재입니다. 항상 기상천외한 세레모니를 선보이는 선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으로 카트리그에 생기를 불어넣는 마스코트같은 존재죠. 하지만 이런 '악동' 이미지 때문에 그가 가진 탄탄한 기본기가 평가절하 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오존게이밍 창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다시 한번 주목 받기도 한 박인재. 이번 리그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박인재 선수에 대한 리포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생애 첫 조 1위 달성
9차리그 그랜드파이널 첫 진출 이후, 박인재는 꾸준히 그랜드파이널에 진출해 온 실력자입니다. 11차리그에서는 준우승을 달성했고 팀플레이 리그였던 팀 스피릿에서는 판타스틱4라는 팀 명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제가 해설위원으로 합류한 11차리그 이후, 정규 리그에서 입상했던 선수는 빅3와 박인재, 노진철뿐입니다. 그만큼 박인재는 꾸준하면서도 탄탄한 행보를 보여 온 것이죠.

15차리그 C조 예선에서 박인재는 장진형과 함께 54포인트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항상 그랜드파이널에 이름을 올려온 박인재이지만 조별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물론 1위라는 순위도 중요하긴 하지만, 뛰어난 성적 뒤에는 박인재만이 구상할 수 있는 유니크한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바이크와 사륜의 상관관계
S3에서 S2로 채널이 변경되면서 선수들의 카트바디 선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이크는 연속 커브구간에서, 4륜은 직선 구간에서 강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S2의 높은 게이지 충전량을 감안하면 훨씬 더 유동적인 바디 선택이 가능합니다.


◇'악동' 박인재

이번 리그부터 박인재는 사륜 바디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S3의 경우 상대적으로 게이지 충전량이 적기 때문에 반드시 바이크를 타야 하는 트랙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바이크 트랙에서도 4륜의 활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S3에서 반드시 바이크를 타는 트랙은 '노르테유 익스프레스', '광산 제련소, 광산 꼬불꼬불 다운힐', '대저택 은밀한 지하실', '문힐시티 숨겨진 지하터널'을 꼽을 수 있습니다. 10개의 트랙 중 절반은 바이크로 공략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요. 박인재는 이 5개의 바이크 트랙 중 대저택을 제외한 4개의 트랙에서도 4륜을 탑니다. 이것은 HT급 바디의 우수한 성능, 그리고 강화 시스템 덕분에 가능한 운용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4개의 카트 바디 중 3개를 4륜으로 선택하기도 했고요.

물론 단순히 기록을 재는 타임어택이라면 바이크가 좋은 성적을 내겠지만, 몸싸움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리그에서는 4륜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실제로 선수들이 선택한 바이크+C타입 강화가 속도 면에서는 우수하지만, 박인재의 사륜+E타입 강화가 리그에는 더 적합하다는 것은 지난 1차 예선에서 증명됐습니다. 앞으로 바이크 대신 유동적인 4륜을 선택한 박인재의 2차 예선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예측불허 세레모니, 그리고 퍼플의 저주
12차 조별 예선 당시, 박인재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벌입니다. 방송 경기에서 '연습 카트'를 타고 경기에 임한 것이죠. 당시 중계진 뿐만 아니라 관객들과 선수들까지도 깜짝 놀랐던 해프닝이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 언변과 액션으로 세레모니를 하는 선수들은 많지만, 경기를 통해 자신의 '악동' 이미지를 표출할 줄은 몰랐던 탓이죠. 물론 조별예선에서는 패자조 진출에 만족해야 했지만, 이 사건은 카트리그 팬들의 머리속에 '박인재' 라는 이름을 강하게 각인시켰습니다.

사실 박인재는 1차 예선에서만 연습 카트를 타고 2차 예선에서는 정상적인 주행을 선보이려 했지만, 예선 도중에는 바디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룰 때문에 2번의 예선에서 모두 연습 카트를 타야만 했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망했어요"라며 울먹이던 박인재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이 사건으로 박인재는 '연카의 제왕'이라는 칭호를 달게 됐습니다.

카트리그 그랜드파이널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징크스 중 '퍼플의 저주'가 있습니다. 퍼플 라이더로 파이널 경기를 치른 선수는 단 한번도 입상하지 못한 것인데요. 유난히 퍼플과 인연이 깊은 박인재에게는 항상 발목을 잡는 저주였습니다. 두 번의 그랜드파이널에서 퍼플에 앉은 박인재는 마치 각본이 있기라도 한 듯 후반부에 무너져 내렸고, 두 번 모두 5위를 기록했습니다. 보라색 양배추와 믹서기를 들고 이번만큼은 퍼플의 저주를 깨겠다는 일념으로 세레모니를 준비했지만, 야속한 믹서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세레모니에서도 저주를 맛봐야 했죠.

퍼플의 저주는 작년 이벤트전에서 전대웅 선수에게도 이어졌습니다. 이날 결승전에서 전대웅은 신기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였지만, 문호준에게 단 1포인트 차이로 1위를 내주면서 2위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벤트 리그에서 2위는 입상이 아니었거든요.

◆오존 게이밍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지난 주 스폰서십 체결과 함께 AN게이밍은 오존 게이밍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동안 문호준을 제외하면 스폰서십 체결이 드물었던 카트리그에 아주 기쁜 소식인데요. 실제로 오존 게이밍 선수들은 숙소와 연습실 제공, 장비 지원, 금전적인 지원을 함께 받으면서 더욱 좋은 환경에서 연습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박인재는 좋은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항상 애써주시는 안한샘 감독과 팀 관계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선수로서 경제적인 걱정을 덜면서 게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축복이니까요.


현재 오존 게이밍은 7명의 선수로 구성되어 있지만, 장진형의 복귀에 버금가는 또 한 명의 빅 카드를 합류시킬 생각입니다. 누구인지는 아직 밝힐 수 없지만 모두가 간절히 복귀를 바라던 '레전드' 중 한명인 것은 확실하다고 합니다. 벌써부터 다음 리그에 복귀할 선수가 궁금해집니다.

◆아이템전에서 얻은 교훈
박인재는 문호준 못지 않게 아이템전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스피드는 일, 아이템은 취미'라고 하는데요. 사실 아이템전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것이 꽤 많다고 주장합니다. 스피드전에서 낼 수 있는 최고속도는 300km/h가 한계이지만, 아이템전에서 자석을 사용할 경우 최대 500km/h까지 속도가 올라갑니다. 이 때문에 자석을 사용한 몸싸움, 공격 아이템에 의한 사고 후의 극복 능력 등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리그 선수들이 스피드전만을 즐기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몸싸움과 사고 극복 능력에서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을 보여주는 문호준 역시 최고의 아이템전 고수니까요.

이런 아이템전의 경험 덕분에, 박인재는 몸싸움에 있어서 만큼은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몸싸움이 더 심해진 S2에서는, 아이템전을 겪으며 단련한 박인재의 몸싸움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박인재의 목표, 그리고 우승
'빅3', '쌍둥이 형제', '장진형'. 이번 리그의 시작부터 가장 주목 받았던 세 그룹이지만, 박인재는 이들을 제압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S2만 하던 선수가 S3를 하려면 적응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S3에서 S2로의 복귀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카트라이더를 즐기는 유저라면 누구나 S2에 적응돼 있으니까요. 조별 예선에서 단독 1위로 승자조에 진출한 후, 빅3와 쌍둥이 형제를 차례차례 제압하는 것이 그의 목표입니다.

그동안 독특한 세레모니와 악동 이미지로 경기 외적인 부분에 대한 어필을 해왔다면, 이제는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 실력을 인정받을 때가 왔다고 합니다. 1차 예선에서 보여줬던 실력을 감안한다면, 이번만큼은 그의 주장에 어느 때보다 무게가 실립니다.

항상 저평가됐던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고, 우승과 함께 핫라이더까지 석권하겠다는 꿈을 가진 박인재. 이번 리그 그의 선전을 기원하면서, 그가 팬 여러분들께 꼭 전해달라며 남긴 마지막 말로 리포트를 마치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중대랑 중선이는 신경도 안 써요. 그리고 이제 빅3도 만만해요."

온게임넷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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