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이 운영하는 아프리카 개인방송에 대한 문제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불법 베팅 사이트와 연루되어 승부 조작을 했던 선수들이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방송으로 서비스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 도덕성 문제부터 품위를 떨어뜨리는 방송을 진행하는 등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승부 조작 연루자들이 무슨 자격으로?
마재윤 등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 조작에 가담해 실형을 언도받은 전직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의 개인방송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마재윤은 2010년 검찰 수사를 통해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이 확인되면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구형받았다. 한국e스포츠협회로부터 영구제명을 당하면서 프로게이머 자격까지 박탈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재윤은 1년이 채 되기 전 아프리카라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개설했다.
승부 조작을 통해 e스포츠 업계에 큰 피해를 입혔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자 방송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마재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을 재개하면서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재윤은 개인방송을 계속했고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재윤 뿐만 아니라 박찬수까지도 개인방송을 시작하면서 마재윤 개인 뿐만이 아닌 프로게이머 전체가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혹평을 받고 있다.
마재윤의 개인방송은 2011년 프로축구, 2012년 프로 배구와 프로 야구 등 다른 스포츠에서도 승부 조작이 발생하면서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인터넷 포털 네이트에 스포츠 웹툰을 게재하는 바운스킴은 승부 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LG 트윈스의 투수 박현준을 언급하면서 "마모씨처럼 아프리카에서 개인방송을 하며 공 던지는 법을 알려줄 것이냐"라고 비꼬아 지적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아프리카 개인방송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겠지만 승부 조작을 통해 e스포츠 업계에 큰 타격을 입힌 책임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할 줄 아는 것이 스타크래프트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수입을 올리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마재윤과 박찬수 등은 아프리카 개인방송을 통해 연 5000만원 가까운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걸-폭로 방송도 문제
화승 오즈, MBC게임 히어로, 위메이드 폭스가 연쇄 도산한 이후 드래프트를 통해 다른 팀에 들어간 선수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나 코치들도 아프리카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올바른 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운영자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속속 알려지고 있다.
◇MBC게임 히어로의 코치였던 박지호가 음식을 먹고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아프리카 시청자를 모으고 있다(인터넷 캡처).
대표적인 사례가 MBC게임 히어로에서 선수와 코치로 활동했던 박지호. 아프리카 개인방송은 시청자들로부터 별풍선을 받아야 수입이 생기는 구조로 운영되는데 박지호의 경우 프로게이머의 이미지를 해치는 방식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어 문제시되고 있다. 시청자들이 요구했다는 이유로 음식물을 먹으면서 방송을 하거나 별풍선을 구걸하는 등 프로게이머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지적이다.
박지호의 방송을 본 일부 시청자들은 "프로게이머 시절 멋진 플레이로 인정받았던 선수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며 "팀이 해체됐다고 해서 저렇게까지 돈을 벌어야 하느냐"며 박지호의 행동에 아쉬움을 표했다.
현역 프로게이머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프로게임단의 내부 정보를 폭로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과거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희화화하거나 현재 게임단에 소속된 선수들에게 정보를 빼내 시청자들에게 흘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프로게임단 관계자는 "메신저나 전화를 통해 선수들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가 잦다"며 "정보를 빼내 개인방송에서 터뜨리면서 게임단의 관리 체계를 흔들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e스포츠 이미지 실추
개인방송이라고는 하지만 전직 프로게이머들이기에 e스포츠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다. 최근 승부 조작 문제가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연이어 터지면서 e스포츠의 사례가 계속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행실이 업계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리그나 스타리그 등 대회의 후원사를 잡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승부 조작 사태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2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했지만 승부 조작에 가담했던 선수들이 버젓이 개인방송을 통해 수입을 올리고 있고 프로게이머 출신 선수들이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어 후원하려고 하는 기업들이 주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기업들 사이에 퍼져 있어 후원사 물색은 물론 8게임단의 인수 창단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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