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온게임넷 카트라이더 해설 위원 김대겸입니다.
지난 주에는 예선 마지막 경기가 펼쳐졌는데요. 이번 시즌 가장 재미있고 충격적인 경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빅3인 문호준, 전대웅이 출전한 주보다 오히려 더 놀라운 경기들이 이어졌는데요. 바로 C조 박인재 덕분입니다.
C조의 경우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옐로우 라이더가 어울리는 선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인데요. 빅3가 없는 C조에서 한 명의 선수가 독주한다는 예상은 쉽사리 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역시나 1차 예선에서는 군대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추격자’ 장진형이 박인재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하면서 C조에서는 절대 강자는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2차 예선에서는 당연히 두 선수의 대결로 압축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다르게 박인재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전체적인 기록을 보면 트랙별 가장 빠른 기록들과는 1, 2ch 차이가 나긴 했지만 사고가 많이 난 점을 감안하고 그를 극복하면서 앞으로 치고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지난 시즌 박인재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욱 대단한 것은 빅3인 문호준, 전대웅, 유영혁보다 더 짧은 라운드만으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것입니다. 아쉽게 퍼펙트 게임은 놓쳤지만 박인재의 이번 시즌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볼 수 있었던 좋은 경기였습니다.
특히 두 번째 라운드였던 대저택 은밀한 지하실에서의 경기는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냈는데요. 출발도 좋게 1위로 치고 나간 상황에서 2위권 선수들만 몸싸움을 펼쳤기 때문에 박인재는 빌드가 전혀 꼬이지 않은 상태로 쭉쭉 치고 나가면서 1경기와 마찬가지로 타임어택 모드에 돌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존게이밍 박인재
하지만 박인재는 헤어핀 공략 중 벽에 부딪히면서 순간 조1위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장진형과 박종근에게까지 잡히면서 순위가 쳐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박인재는 순식간에 헤어핀을 도는 순간 부스터를 사용했고 바이크인데도 부스터 지속 시간 증가 강화를 선택한 박인재는 부스터가 끊기는 타이밍이 아직 멀었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생각하고 앞키를 떼지 않고 옆쪽으로 바로 틀면서 최대한 감속들 줄이는 센스를 발휘했습니다.
1, 2위를 달리던 장진형과 박종근은 같은 윈드엣지와 변신 부스터 가속증가를 선택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박인재가 따라가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지만 박인재는 무섭게 따라가면서 2위인 박종근과 몸싸움을 벌일 수 있는 거리까지 좁히게 됐습니다.
서로 몸싸움을 펼친 상황에서 언덕길 왼쪽 숏드립으로 공략하면서 들어가야 하는 구간에서 아웃에서 인으로 공략한 박종근이 박인재를 밀어 버리면서 그 라인으로 주행하면 벽에 그대로 부딪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그러나 박인재는 순간적으로 속도를 줄이는 센스를 발휘해 큰 사고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오르막 나무다리를 지난 이후 왼쪽으로 두 번 밀리는 드립을 사용하며 좁은 길로 들어가는 구간에서 장진형과 박종근은 서로 밀리면서 크게 라인을 가져갔고 박인재는 가장 깔끔한 라인으로 파고 들면서 바로 뒤까지 따라붙었는데요. 순간 박인재가 좁은 구간에서 장진형의 카트 바디를 살짝 밀어내고 바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박종근 역시 잘못된 라인을 바로 잡으려다 무리하게 드리프트를 사용하는 순간 박인재는 이를 놓치지 않고 역전에 성공해 1위를 지켜냈습니다.
결국 박인재는 맵 선택을 적절히 잘 활용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카트 바디가 완전히 꼬이도록 초반에 상황을 잘 만들어 놨는데요. 이는 박인재가 실력과 재치를 겸비한 선수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이번 라운드 예선만 놓고 본다면 빅3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는 쌍둥이 형제인 이중대, 이중선이 아니라 박인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승자조에서 박인재가 빅3를 상대로도 센스와 재치 넘치는 주행을 계속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온게임넷 김대겸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