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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의 스카우팅 리포트] 문명주 "'망주'에서 '다크호스'로"

[정준의 스카우팅 리포트] 문명주 "'망주'에서 '다크호스'로"
◇온게임넷 정준 해설 위원

안녕하세요 카트라이더 리그 해설위원 정준입니다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눈물의 패자조'라는 표현이 종종 쓰이곤 하지만, 지난 주 경기만큼 치열하고 아슬아슬했던 패자조 경기도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무려 16경기를 치렀고, 벼랑 끝 승부에서 부활한 선수와 눈물을 머금고 탈락한 선수가 있었으니까요.

지난 주 경기에는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소개해드렸던 박현호 선수가 그 중심에 있었네요. '부활의 아이콘'답게 무시무시한 후반 뚝심과 기세로 결국 패자부활전까지 합류했습니다. 박현호를 비롯한 기존 선수들의 실력 자체가 상향평준화 됐기 때문에, 앞으로 펼쳐질 승자조 경기와 이후 패자부활전 경기가 더욱 치열해질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겠네요.

오늘 소개해드릴 선수 역시 여러분들께는 조금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겠습니다. 가능성과 관심이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번 리그 승자조에 진출한 선수 중 유일하게 그랜드파이널 출전 경험이 없는 선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험 없는 선수가 A조 예선에서 문호준의 1위 자리까지 위협했었죠. 예상컨대 이번 주 승자조 경기가 끝나면 카트 팬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틀림없이 각인될 선수. 바로 문명주입니다.

◆나는 망주다
문명주의 별명은 바로 '망주'입니다. 같은 트리플퍼펙트 길드 소속인 이중대, 이중선 형제가 붙여준 별명인데요. 사실 이 별명의 뜻은 '망한 명주'를 줄인 것인데, 정작 문명주 본인은 이 별명이 재미있다면서 좋아했습니다. “부르기 좋고 기억하기 편하면 된거죠 뭐” 라면서요.

얼핏 별명만 듣고 나면 크게 주목할 것이 없는 선수구나 하고 넘기기 쉽지만, 문명주의 경력과 실력을 차분히 살펴보면 결코 만만히 볼 선수가 아니란 것을 금세 알게 됩니다.

14차 리그에 처음 등장한 문명주는 당시 최고의 주행능력으로 평가 받던 전대웅의 뒤를 이을 다크호스로 지목 받았습니다. 그랜드파이널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조별예선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조 2위로 승자조에 직행한 것만으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S3리그에서 신인 선수가 승자조에 직행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랜드파이널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문명주의 주행에는 꽤나 독특한 면모가 있었습니다. 14차 리그에서 보여준 문명주의 특징을 3가지로 압축해보면, '신인의 패기', '과감한 라인', '부족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위험구간에서 파고드는 날카로운 라인에서는 신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과감성을 보여줬었죠. 아마도 조금만 더 경험이 있었더라면 무난하게 그랜드파이널까지 합류했을 거란 생각입니다.

[정준의 스카우팅 리포트] 문명주 "'망주'에서 '다크호스'로"

◇팀스피릿에서 존재감이 빛났던 문명주(오른쪽)

사실 그동안 문명주의 가치는 팀전에서 더 빛났습니다. 데뷔 무대였던 팀스피릿 리그에서는 첫 경기에서 3연승을 거뒀고, 2011 이벤트 리그에서는 전대웅과 문호준을 훌륭히 서포트하며 팀원들 모두를 생존시키는데큰 공을 세웠으니까요. 본인 역시 부담이 심한 개인 리그보다는 함께 호흡을 맞춰갈 수 있는 팀전에서 더 힘이 난다고 얘기합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팀 리그에서만 활약하고 개인 리그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 보니 본인이 뉴비와 올드비의 중간에서 애매한 상황이라고 겸손하게 얘기하네요. 제가 평가하기로는 언제든 순위권에 다가갈 수 있는 선수인데 말이죠. 차이나 동방'명주'보다 더 빛날 수 있는 선수인데, 정작 본인만 자신을 '망주'라고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문명주 잘하는 건 모두가 다 아는데 본인만 모르고 있거든요.

◆'망주'에서 '명주'로
문명주의 리그 진출에는 신하늘 선수의 도움이 컸습니다. 카트라이더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던 때부터 신하늘의 집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카트 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하네요.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학업과 게임을 병행한다는 것이 상당히 부담이었지만, 신하늘 선수와 함께 꿈을 키우며 열심히 연습해왔습니다. 몇 번의 리그를 거치면서 이제는 단순히 카트가 좋아서 하는 것을 넘어, 힘든 과정도 견딜 수 있어야 진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책임감과 목표 의식마저 가지게 된 문명주 선수입니다.

조별 예선 A조에 속한 문명주에겐 동갑내기 황제 문호준과 S2 최강의 형제인 이중대가 걸림돌이었습니다. 리그의 시작부터 언론과 팬들의 관심은 이 두 사람에게 모아졌고, 문명주에게 쏟아진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1차 예선에서 문명주가 기록한 포인트는 30포인트. 6경기만에 방송을 종료시킨 문호준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지만, 이중대를 잡아낸 것만으로도 관심이 모아 질만 한 포인트였습니다. 경험이 적은 선수가 S3에서 S2로의 적응을 이렇게 빨리 마쳤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으니까요.

1차 예선의 선전에 이어 2차 예선에서 문명주는 문호준의 1위 자리까지 위협하며 해당 경기 47포인트, 누적 77포인트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조별예선을 마감합니다. 모두가 문호준과 이중대의 대결에만 집중해 있던 예선에서 그야말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발산한 것이죠. 유영혁, 전대웅조차 위협하기 힘든 황제 문호준의 1위 자리를 위협했다는 것만으로도 문명주의 가능성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합니다.

예선 최종 결과는 조 2위로 승자조 직행. 그것도 자신을 '망주'라 부르던 이중대를 넘어선 결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트리플퍼펙트 에이스로
문명주는 이중대, 이중선, 장재석과 함께 이번 리그부터 새로 창단한 트리플퍼펙트로 출전했습니다. 장재석은 박현호의 뚝심에 밀려 조별 예선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이중선은 문명주와 함께 승자조에 진출했고, 이중대 역시 패자조에서 훌륭한 포인트 관리로 패자부활전까지 진출한 상태입니다.

최근 오존 게이밍의 창단으로 카트라이더 프로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트리플퍼펙트 역시 선수들에 대한 과감한 지원으로 호평 받고 있는 팀입니다. 이중대 이중선 형제 역시 리그 진행 중에는 길드원인 원훈희 선수의 집을 합숙소 삼아 맹연습 중이라고 하는데요. 직접 집에서 컴퓨터까지 가져와 연습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리플퍼펙트 팀은 특히 팀워크가 좋기로 유명합니다. 연습방 한 번을 뛰더라도 '커피 한잔 타오기' 등의 게임을 통해 소소한 재미를 찾으며 연습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성적이 좋은 이중선과 문명주가 그 중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는데, 감독님과 선배들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좋은 환경에서 리그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팀에서도 막내인 문명주의 목표는 바로 '멘토'가 되는 것. 지금까지 선배들에게 좋은 가르침과 지도를 받은 '멘티'였다면, 앞으로 성장하면서 후배들에게도 좋은 모범이 될 수 있는 '멘토'가 되고 싶다고 하네요. 이번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오존게이밍 못지않은 좋은 팀으로 성장하길 기원해봅니다.

◆문명주의 전략, 그리고 팀의 중요성
문명주는 오존 게이밍이나 빅3 선수들과는 달리 HT 바디를 두 개 보유하고 있습니다. 플라즈마 대신 흑룡HT와 블리츠HT를 선택한 것이죠. 리그에서는 선수당 4개의 카트 바디를 미리 선택하고, 경기 종료 시까지 연속 탑승 없이 4대를 다 소모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바이크에 강한 문명주는 플라즈마를 포기하는 대신 HT 두 대를 선택함으로써 바디 순서가 꼬이는 것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바디 운용을 노렸습니다.

여기에 바이크에도 안정성이 좋고 부스터 게이지가 더욱 길어지는 E타입 강화를 적용합니다. S3였다면 바이크에 C타입을 선택했겠지만 S2에서는 E타입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죠.

플라즈마의 후반 뒷심과 안정적인 빌드는 아쉽지만, HT급 바디들이 워낙 출발 부스터가 빠르고 속도가 좋기 때문에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전략을 들고 나오기도 했구요. 2대의 HT - 2대의 바이크 전략이 카트바디 전략에서는 가장 안정적이라는 것이 트리플퍼펙트 팀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바이크 역시 한대는 헬로키티 스쿠터이기 때문에 어떤 트랙에서도 통하는 빌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가지 약점이 있다면, 4륜을 타야 하는 트랙에서도 바이크를 타고 있다는 점. 문명주의 약점이 미리 공개되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에 트랙명은 밝히지 않겠지만, 만약 이 트랙이 나왔을 때 문명주가 바이크를 타게 된다면 3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힘들 것 같습니다. 본인도 문제점을 깨닫고 4륜을 연습중이지만, 무대 위에서 얼마나 먹혀들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문명주는 승자조 경기에서 최대한 전반 30포인트 안에 승부를 볼 생각입니다. 전반 3~4경기에서 각 경기당 7포인트(2위) 정도만 획득할 수 있다면 이후의 싸움이 편해지기 때문이죠. 어차피 그랜드 파이널 직행이 목표이기 때문에 전력을 다하면서 작전을 모두 노출시키기보다는 안정적인 포인트 획득으로 누적 포인트 싸움으로 이끌어 가려는 작전입니다. 그랜드파이널에서의 대전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현명한 전략이네요.

[정준의 스카우팅 리포트] 문명주 "'망주'에서 '다크호스'로"

또 승자조에 오존게이밍 선수들이 3명이나 속해있기 때문에 카트바디 소모에도 신경을 써야만 합니다. HT 두대인 트리플퍼펙트와 흑룡 HT 1대만을 보유한 오존 게이밍은 카트바디 순서에 혼선이 오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같은팀 소속 선수뿐만 아니라 오존게이밍과 문호준, 전대웅의 바디 상황도 실시간으로 체크해야겠죠. 고의적인 막자 플레이는 불가능하지만, 카트바디 선택과 트랙 선정은 팀 단위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같은 문씨. 같은 나이(16세). 여러 모로 비교될 수 밖에 없는 문호준과 문명주. 문명주는 문호준을 넘어서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 중입니다. 카트 선수로서도 어린 나이지만, 6번의 우승을 달성한 문호준을
보며 자신감과 동시에 자극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승자조 경기는 빅3와 박인재, 장진형의 대결뿐만 아니라 문호준과 문명주의 동갑내기 맞대결이기도 하며, 상대적으로 들러리 취급을 받던 박정렬과 문명주가 새로운 다크호스로 비상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빅3 체제의 붕괴일지, 새로운 전국시대의 시작일지. 그 어떤 경기보다 볼거리가 풍성한 이번 주 승자조 경기, 그랜드파이널의 전초전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온게임넷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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