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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택뱅리쌍'의 고뇌

이번 시즌 프로리그부터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가 병행돼 실시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크게 한숨을 쉰 사람은 누구였을까? 많은 사람들을 취재했지만 아마도 '택뱅리쌍'보다 더 많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했던 사람들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현존 e스포츠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한 김택용,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을 가리켜 부르는 '택뱅리쌍'이라는 단어는 이제 팬들에게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고 있다. 이 이름이 주는 기대감은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크다.

이번 프로리그에 스타2 종목이 도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택뱅리쌍'들의 얼굴 빛이 하얗게 질렸던 기억이 난다. 연습실에서 만난 '택뱅리쌍'은 다른 선수들보다 더 괴로워 보였다. 특히 저그로 플레이 하는 이제동과 프로게이머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인 25세의 송병구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스타2의 경우 스타1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적어도 프로게이머들에게는 말이다. 그동안 익숙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인터페이스에 적응해야 하며 유닛에 대한 개념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즉 스타2의 경우 '택뱅리쌍'이든 공식전에 처음 출전하는 선수든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팬들이 기대하는 수치는 천지차이다. 물리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을 '택뱅리쌍'은 마법을 사용해서라도 극복해야 하는 부담감에 놓여 있는 것이다. 아무리 팬들이 “괜찮다”고 다독일지라도 만약 '택뱅리쌍'이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인다면 모든 비난은 그들에게 향할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택뱅리쌍'은 스타1에서도 여전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짐까지 짊어지고 가야 한다. 그들의 어깨에 놓인 것들은 관계자들도 그리고 팬들도 상상할 수 없는 무게일 것이다. 프로리그 개막 전 '택뱅리쌍'을 만났을 때 스트레스로 인해 장염이나 위염을 앓고 있는 것은 다반사였고 심지어는 이러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가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경기를 보며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이제동의 경우 KT전에서 에이스결정전에 출격해 원선재를 꺾고 드디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주간 MVP를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더욱 기뻐했다. 주간 MVP 인터뷰를 하는 내내 이제동은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5번의 개인리그 우승을 거머쥔 선수가 겨우(?) 주간 MVP에 이렇게 행복해 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3일 송병구 역시 스타2 첫 승을 거두기 직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겨우 공식전 1승이었지만 송병구는 마치 결승전에서 우승 직전이나 지을법한 표정으로 스타2 첫 승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송병구가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그 장면에 코 끝이 찡해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직까지 스타2 승리가 없는 김택용과 스타2에서는 스타1의 포스를 보여주지 못해 고민하는 이영호 역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응원하면서도 그들에게는 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 때문에 말이다.

지금은 '택뱅리쌍'에게 조금 더 여유를 줘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이들에게 시간을 주자. 그리고 우리가 열광하는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을 때까지 그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높여주자. 잠시 날카로운 잣대는 내려두고 좀더 여유를 가지고 그들의 플레이를 지켜볼 때가 아닌가 싶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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