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스포2 리그는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시즌1 결승전이 절정이 아니었나 싶다. 호스트인 선수가 킬을 당하면 나머지 선수들까지 게임에서 튕겨버리는 현상 때문에 경기 시간은 하염없이 길어졌고 현장을 찾은 관중이나 시청자의 원성은 끊이질 않았다.
그랬던 탓일까. 이번 시즌의 출사표를 던지는 선수들의 각오는 사뭇 비장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칵테일 매치에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칵테일 매치는 CJ 엔투스 조류빈이 4G팀, SK텔레콤 T1 배주진이 LTE팀의 감독을 맡아 모든 게임단 선수들 중 원하는 선수를 뽑아 팀을 구성해 대결하는 올스타전 개념의 경기였다.
단순히 올스타전만 치렀다면 큰 재미를 줄 수 없었겠지만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장치가 있었다. 각 팀의 주장들은 진 팀이 마시게 될 벌칙 음료를 제작했고 까나리 액젓과 간장, 식초를 가득 따를 때는 신경전을 넘어 자존심 대결까지 엿볼 수 있었다. 마시게 될 선수들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지켜보는 관중들은 끊임없이 환호를 보냈다.
비록 이벤트 매치였지만 선수들은 각자의 실력을 마음껏 뽐냈고 극적인 순간 세이브가 나오면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매 라운드마다 승리한 팀의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기뻐했다. 비단 벌칙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선수들은 모든 것을 떠나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한 팀을 이루거나 오직 저격수로만 팀을 꾸린 경기는 매우 신선했다. 누가 심영훈, 김지훈, 이태준, 김찬수, 김민수가 한 경기석에 앉아 있는걸 상상할 수 있을까. 또 벌칙을 수행할 때도 뒷 사람이 벌칙 음료를 마시지 않게 자신이 모두 마신 선수들도 있었다. 비록 팀은 다르지만 선수들의 끈끈한 의리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최초의 국산 게임 프로리그인 스포2는 전환점을 맞았다. 비시즌 기간 선수들을 비롯해 관계자들은 와신상담했고 이제 그 성과를 보여줄 차례다. 웃음 가득했던 프리시즌 칵테일 매치처럼 시즌2 내내 모두가 웃음이 끊이지 않길 기대해본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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