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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그라피] 신인 때부터 '애니콜'…송병구(1)

[게이머그라피] 신인 때부터 '애니콜'…송병구(1)
지난 주까지 홍진호의 프로게이머 생활과 리그오브레전드 감독의로의 전환 등 최근 근황을 '게이머그라피'를 통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홍진호와 관련해서 팬들에게는 매우 익숙하지만 기자로서 가급적 쓰고 싶지 않았던 용어가 있는데요. 바로 '콩라인'이라는 말입니다.

'콩라인'은 e스포츠계에서 만들어졌고 유행하는 단어가 됐습니다. 홍진호가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서 우승한 번 하지 못하면서 만년 2등에 머무른 기록을 갖고 있다는 내용은 앞선 글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e스포츠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홍진호의 뒤를 이으면서 준우승을 자주하는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선수들을 일컫는 말이 바로 '콩라인'입니다.

왜 '홍'이 아니라 '콩'이냐고 물으신다면 또 설명해야겠지요. 홍진호의 성이 '홍'이지만 2인자에게는 자신의 성(姓)조차 제대로 불릴 권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거친 발음이 인터넷 세계에서 잘 쓰이던 때로 '홍라인'이 아닐 '콩라인'이 된 것입니다.

홍진호의 후예로 꼽히는 선수 가운데 1순위는 삼성전자 송병구입니다. 국내에서 열린 수 차례의 개인리그에서 결승전까지 올랐지만 송병구는 이제동, 이영호, 김택용 등에 밀려 준우승을 더 많이 했습니다. 2008년 인크루트 스타리그에서 우승하기까지 송병구는 홍진호의 직속 후배라는 비아냥을 들었고 '콩라인의 적자'라고 불렸습니다.

송병구의 '게이머그라피' 1편에서는 준우승을 하기 전까지 데뷔 과정과 성장 과정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진정한 준우승 잔혹사는 '황수'라 불리는 2편에서 해야 제 맛이니까요.

[게이머그라피] 신인 때부터 '애니콜'…송병구(1)

◆김가을 감독의 비밀 병기
송병구는 삼성전자가 발굴한 첫 프로토스입니다. 삼성전자 소속으로 이현승이라는 선수가 프로토스와 테란을 오가는 선택적 랜덤 플레이를 지향하면서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었지만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삼성전자에서 프로토스 가운데 눈에 띄는 선수는 없었습니다. 2004년 팀을 처음 맡은 김가을 감독은 프로토스를 키우기 위해 신인을 선발에 나섰고 그 가운데 한 명이 송병구였습니다.

송병구는 학교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송병구는 프로게이머를 꿈꾸고 있었던 덕에 마재윤을 알게 됐죠. 당시 GO 소속으로 활동하던 마재윤은 학교의 허락을 받아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서울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던 송병구에게 현역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마재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제가 프로게이머를 한다니까 이해하지 못했어요. 마재윤 선배가 아직 유명세를 떨치기 전이어서 그런지 제게는 특혜를 안 주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전학을 가야 했죠."

송병구가 택한 곳은 미용 고등학교였습니다. 헤어 스타일와 관련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프로게이머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에 무작정 학교를 옮긴 것입니다.

학교의 배려를 받아 삼성전자 칸에 입단, 본격적인 합숙 생활을 시작하면서 송병구의 실력은 일취월장했습니다.

김가을 감독도 송병구에게 은근히 기대를 표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선수가 있음을 연습실을 찾는 기자들에게 슬쩍 귀띔하며 기대해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삼성전자 칸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프로토스를 갖고 있다면서 비밀 병기가 될 것이라 정보를 흘렸습니다.

◆낭중지추
지금이야 카메라 마사지를 많이 받고 라식 수술을 통해 안경을 벗었으며 웨이트 트레이닝과 운동을 통해 사나이로서 빠질 것 없는 외양을 갖춘 송병구였지만 2004, 2005년에는 돋보이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시선도 끌 수 없는 수수한 외모였죠.

2004년 삼성전자에 입단한 송병구는 외모가 특출나게 잘 생기지도 않았고 나서는 성격도, 나설 '짬밥'도 아니었습니다. 삼성전자의 1군이었던 이창훈이나 박성훈, 변은종 등이 입담으로 팬들에게 인기를 얻었지만 송병구는 그들의 그늘에 가려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게이머그라피] 신인 때부터 '애니콜'…송병구(1)

주머니 속에 넣어 놓은 송곳은 시간이 지나면 주머니를 뚫고 나오기 마련. 본격적으로 숙소 생활을 시작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2005년 송병구는 챌린지리그 1위 결정전에서 프로토스 강자로 인정받고 있던 이재훈을 3대1로 꺾고 스타리그 본선 무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6강 체제로 진행되던 스타리그였기에 신예가 뚫고 올라오면 주목을 받기 마련이었고 송병구는 김태형 해설 위원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김캐리'와의 공조가 시작된 것이지요.

첫 개인리그 본선인 EVER 스타리그 2005에서 송병구는 '레전드'라 불리는 선수들과 한 조를 이뤘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스타리그 준우승만 2번을 했던 홍진호, 올림푸스 스타리그 2003 우승자 서지훈, 차세대 테란 주자로 꼽히던 이병민과 한 조에 편성됐습니다.

송병구는 16강에서 1승2패를 거둔 뒤 재경기에서 홍진호와 서지훈에게 패하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렇지만 송병구가 남긴 인상은 강렬했고 김태형 해설 위원이 "차세대 프로토스의 계승자는 바로 송병구다"라로 말할 정도로 인정받았습니다.

◆프로리그서 두각
EVER 스타리그 2005를 통해 유망주로 각광을 받은 송병구는 스카이 프로리그 2005 전기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데뷔하자마자 2연승을 기록한 송병구는 김가을 감독의 지시로 에이스 결정전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프로토스가 할 만한 맵이 대부분이었기에 송병구는 김가을 감독이 부르면 출전하는 '애니콜'이었고 항상 대기 상태였습니다. 팀이 에이스 결정전에 가기만 하면 김 감독은 송병구를 찾았고 송병구는 5할의 성적을 내면서 팀에 기여했습니다. 신인에게 에이스 결정전 5할의 승률은 정말 대단히 좋은 성적이었습니다.

전기리그를 통해 감을 잡은 송병구는 후기리그에서 맹활약합니다. 변은종과 함께 개인전을 담당한 송병구는 7승5패로 삼성전자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GO(현 CJ) 서지훈에게 패했지만 최종전에서 마재윤을 꺾으면서 플레이오프에 팀을 올려 놓았고 KT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박정석을 제압하면서 결승전까지 진출시키는 주인공이 됐죠.
[게이머그라피] 신인 때부터 '애니콜'…송병구(1)


대구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송병구는 SK텔레콤의 박태민과 1세트를 치렀고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초장기전을 치렀기 때문인데요. 송병구는 박태민을 맞아 캐리어와 커세어, 리버 등 프로토스가 생산할 수 있는 최종 테크트리의 유닛들을 활용하면서 1시간 가까이 경기를 진행했고 결국 승리했습니다.

비록 삼성전자가 최종 세트에서 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쳤지만 송병구의 활약은 향후 삼성전자의 주력이 송병구라는 사실을 팬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실제로 송병구는 삼성전자의 주전 프로토스 자리를 꿰찼고 2007년 전기리그와 2008년 단일 리그에서 광안리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공을 세우며 '프로리그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2)편에서 계속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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