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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스타2로만 치르는 3R안 반대한다

[기자석] 스타2로만 치르는 3R안 반대한다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프로게임단들이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로만 프로리그 3라운드를 치르는 안을 놓고 협의를 하고 있다.

협회와 프로게임단들의 논리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와 스타2를 병행하는 프로리그를 소화하는 일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오는 8월부터 진행되는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에서 스타2로만 리그를 진행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전문가들과 팬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e스포츠를 10년 가까이 취재한 기자 입장에서 이번 아이디어는 매우 파격적이다. 시즌을 진행하는 도중에 가장 큰 틀이라 할 수 있는 종목 변경에 대한 제안이기 때문이다. 스타1과 스타2로 함께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이번 시즌을 막을 열었고 시즌의 2/3이나 지난 시점에 하나의 종목으로 잔여 시즌과 포스트 시즌을 치르겠다는 생각은 분명 격을 깨는 '파격'임에 틀림 없다.

이 파격적인 생각에 기자는 반대한다. 스타1에 애정이 더 있어서도, 스타1에 미련이 남아서도, 스타2에 적응하지 못해서도, 스타2가 싫어서도 아니다. 리그의 시스템을 도중에 바꾸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 안되기 때문이다.

리그 방식은 팬들과의 약속이다. 이번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에 들어가기 전 협회는 팬들과 약속했다. 스타1과 스타2를 병행할 것이고 전반을 스타1으로, 후반을 스타2로 치르겠다고. 그리고 선수들의 스타2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스타2로 에이스 결정전을 치를 것이라고 공표했다. 팬들은 좋든 싫든 이를 받아들였고 프로리그를 꾸준히 시청하며 스타2를 눈으로 익혀왔다.

5월20일에 시즌2의 개막전이 열렸으니 불과 50일 정도 지났다.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방식을 변경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게임단들은 선수들이 스타1과 스타2라는 두 종목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한다. 스타2를 익히는 데에도 시간이 빠듯해서 스타1에 대한 준비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또 차기 스타리그가 스타2로만 진행된다고 발표됐고 GSL 소속 선수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기에 스타2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스타2로만 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협회는 두 종목을 병행해서 리그를 꾸려 보니 관객을 모으기 어렵고 시청률을 올리기도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일견 타당한 의견이다. 그렇지만 뜯어보면 진정한 원인은 병행에 존재하지 않는다. 두 종목을 병행하기로 결정한 일은 게임단들의 합의 하에 채택된 안건이다. 결정되고 나면 선수들을 설득하고 병행을 시키는 일은 게임단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논의 과정에서 스타1을 등한시할 수 있기에 에이스 결정전을 스타1과 스타2로 번갈아 치르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스타2로만 하자는 의견이 다수였기에 채택됐다. 어찌됐든 게임단들이 동의한 부분이고 이를 토대로 팬들에게 공표했다.

또 스타리그가 스타2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나 GSL 소속 선수들을 받아들이길 한 의사결정도 시간을 두고 신중히 타당성 조사를 한 뒤에 택할 수 있었던 사안이다. 협회 소속 선수들의 경쟁력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으니 이번 시즌은 협회 소속 선수들로만 리그를 꾸리고 겨울 시즌부터 GSL 선수들과 섞어 본격적인 스타2 경쟁을 할 수도 있었다. GSL이 협회 소속 선수들을 대상으로 예선전을 치르지 않는 상황에서 스타리그를 주최하는 온게임넷이 굳이 '발 빠르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해외 대회에서 열리는 대회의 경우 지난 2년 동안 스타1으로 개인리그와 프로리그를 치르면서 애써 외면해왔는데 3~4개월 동안 출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될 일은 없다.

집객과 시청률의 실패를 두 종목 병행의 탓으로 돌리는 일은 선후가 맞지 않는다. 일단 병행하기로 결정했다면 마케팅 비용을 들여서라도 관객들을 유도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했다. 화질이 떨어진다고 항의가 들어오기 전에 HD로 시스템을 전환하며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했고 팬들이 스타2에 익숙지 않다면 다양한 소개 프로그램들을 통해 익혀 가도록 발판을 놓았어야 한다.

이러한 사전 대책 하나 만들지 않고 흥행이 되지 않으니 스타2로만 리그를 꾸리면 어떻겠냐고 묻는 일은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사후에 사약을 들이는 일이다. 또 흥행 부진의 원인이 스타1의 노쇄함인지, 스타2의 선호층이 얕아서인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스타2만으로 3라운드 이후를 진행하겠다는 방안을 내놓는 일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반대 논리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잊어서 안되는 명제는 프로라는 타이틀이 존재하는 이유가 팬 이라는 사실이다. 프로는 팬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에 들어올 때 팬들과 병행하겠다고 약속했으면 시즌 동안에는 지켜야 한다. 변수, 문제가 뒤늦게 나타나더라도 대전제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개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는 정확하게 4개월간 진행된다. 아무리 늦어도 9월말에는 결승전을 치르고 막을 내린다. 스타2로의 완전 전환은 그 때 공표해도 늦지 않다.

너무나 조바심을 내다 보면 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는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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