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게임넷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로 진행되는 스타리그가 계속되기 때문에 'Not the End, New Beginning(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캐치 프레이즈까지 내걸었지만 끝은 끝이다. 적어도 스타리그를 통해 울고 웃었던 기억의 폴더는 영원히 봉인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타리그는 e스포츠의 산실이 된 대회다. 스타크래프트의 등장은 한국의 IT 붐과 절묘하게 결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개개인이 즐기던 게임이라는 콘텐츠는 인터넷 환경과 결합하면서 실시간 상호 교류가 가능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환골탈태했고 그 수혜를 받은 게임이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였다. 온라인 강자들이 부상했고 이를 간파한 온게임넷은 스타리그라는 대회를 만들어 팬몰이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게임 방송국이 개국했고 온게임넷은 얼마전 12년째 생일을 맞았다. e스포츠라는 신조어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며 프로게이머는 초등학생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직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을 스타리그라는 브랜드가 해냈다.
프로게이머들에게도 스타리그는 꿈의 무대였다.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의 플레이를 보며 꿈을 키웠고 그 선수들이 닦아 놓은 기반 위에서 기량을 꽃 피웠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탄생했고 기업의 후원을 받는 프로게임단이 생겨났다. 스타리그에서 우승하기 위해 프로게이머가 됐다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며 롤모델로 4대천왕을 꼽는 선수들도 많다.
스타리그에는 추억이 담겨 있다. 기자의 경우에도 스타리그를 보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명경기가 나오는 날 배틀넷에 접속하면 그날 사용된 전략을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다음날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어제 스타리그 봤냐"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지금은 30대 중반이 되어 버렸지만 그 친구들을 다시 만나면 "임요환이나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은 뭐하고 지내냐"며 안부를 묻고 e스포츠를 취재하는 기자이기에 택뱅리쌍으로 바뀌어버린 트렌드를 설명하느라 분주하다. 스타크래프트 이후 여러 게임이 나오면서 관심사가 분산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친구들과의 공통 분모는 스타크래프트였고 스타리그였다. 술 한 잔하고 나면 PC방을 찾아 4대4 팀플레이를 하며 PC방 값 내기를 하던 기억도 난다.
기자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티빙 스타리그 2010 8강에서 사전 행사로 레전드 매치를 진행했을 때 현장을 찾은 팬들은 2030 세대였다. e스포츠 방송 리그들의 타깃 시청층은 13살부터 25살까지 젊은 세대이지만 레전드 매치가 열렸을 때에는 25살부터 39살까지가 더 눈에 많이 띄었다. 앞서 이야기한 기자 개인의 경험처럼 학창 시절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고 스타리그를 관전하며 추억을 쌓았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실제 시청률을 조사했을 때 25~39 세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모든 기억은 이제 추억이 되어 버린다. 더 이상 보고 싶어도 VOD로밖에 볼 수 없는 콘텐츠가 되어 버린다. 생중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굳이 찾으려고 노력해야만 볼 수 있는 죽은 콘텐츠로 변한다.
13년은 적은 세월이 아니다. 유치원생이 초중고 생활을 거쳐 대학생이 되는 시간이며 십 년만에 변한다는 강산 또한 1.3번이나 변하는 시간이다.
온게임넷에게 부탁한다. 오랜 세월 함께한 스타리그와 이별을 고하려는 팬들의 추억을 아름답게 포장해주길 바란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화려한 포장이 필요치 않다. 현장을 찾은 팬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방송을 보는 시청자에게 추억을 아로새길 수 있는 장치나 요소들을 넣으면 될 것이다.
허영무와 정명훈에게도 바란다. 굳이 당부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마지막 스타리그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팬들이 갖고 있는 스타리그라는 폴더에 우승자 허영무, 우승자 정명훈이라는 이름이 새겨질 수 있도록.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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