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기자는 주의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신데요?"라고 물었더니 "정호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라며 젖은 목소리로 말 끝을 흐렸다.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듯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우정호가 투병 생활을 시작한 이후 연락이 거의 되지 않았다. 통원 치료를 받으러 오는 길에 KT의 연습실에 들러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근황에 대해 알려준다는 소식만 들었다. 선수 생활을 할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는 코칭 스태프들의 말을 들으면서 백혈병도 즐겁게 극복하고 있는 줄 알았다.
KT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도 호전되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급격히 악화됐다"며 "이전에 골수 이식을 받았지만 부작용이 생기면서 치료 자체가 효과가 없게 됐다"고 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사를 통해 도움을 청했다. O형 헌혈자를 모집해야 하는데 과정이 쉽지 않아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흘이 소요되고 이틀에 걸쳐 혈액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검사를 통과하면 5시간 동안 수혈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KT 관계자는 인원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우정호의 부모님도 어지간한 상황이면 기사가 나가기를 꺼려 했지만 상황이 워낙 급한 탓에 사무국에 직접 도움을 청했다고 했다.
일단 KT는 코칭 스태프들부터 헌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O형인 이지훈 감독이 사흘 간의 수혈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같은 O형이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은 코치도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KT는 정규 시즌을 마무리하는대로 선수들도 수혈에 동참할 계획이다.
기사가 나간 이후 많은 e스포츠 팬들이 돕겠다고 했지만 두 번의 검사와 5시간의 수혈 과정으로 인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어떻게 도울 수 있겠냐고 문의하는 e메일이 쏟아졌지만 적합한 대상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SNS를 통해서도 우정호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글들이 올라왔지만 동참하지 못해 아쉽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e스포츠계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 프로리그를 소화하느라 여력이 없는 프로게임단들도 O형인 선수나 관계자들을 모아 검사를 받는 등 힘을 모아야 한다. 방송에서도 꾸준히 노출시켜 소식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단지 KT의 일이니까, 리그가 막바지니까라는 이유로 등한시해서는 안되는 상황이다. 자신의 팀에도, 자신에게도 언제 불상사가 닥칠지 모른다.
진정한 동업자 의식은 위기일 때 발휘되어야만 빛을 발하는 법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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