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2강 팀전의 마지막 경기가 눈앞에 다가왔네요. 많은 신예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역시 빅3 길드와 문호준의 원탑 체제는 굳건했습니다. '여태껏 겪어온 전장의 수가 달라'라고 말하는 듯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베테랑 선수들을 보면서, 앞으로도 카트 리그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느낌을 받게 되네요.
32강 마지막 주 경기에는 이름만 들어도 선수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두 명의 선수가 등장합니다. 아이디부터 '전투'의 향기가 물씬 풍기죠. 바로 학살자(AN-Genocide) 장진형, 사냥꾼(AN-Hunter) 조성제의 '오존 레이지'입니다.
◆그들의 '전투 레이싱'
32강 경기에서 1위를 달성한 팀들의 경기를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의 형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문호준-신하늘이 보여줬던 '스위퍼' 형태와, 박인재-김승태가 보여준 '크래셔' 형태가 그것이죠.
'스위퍼'는 한명의 선수가 안정적으로 1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다른 선수가 2~3위권에서 보호막을 쌓아 줍니다. 단단한 몸싸움을 통해 다른 선수들의 선두권 진입을 차단하는, 말 그대로 '청소'하는 방식이죠. 문호준, 유영혁과 같이 주행과 블로킹, 탁월한 센스를 보유한 선수들에게 적합한 전략입니다.
'크래셔'는 역시 한명의 선수를 1위로 보내는 것은 동일하지만, 다른 선수가 1위를 보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선수들에게 순위에 상관 없이 거친 몸싸움을 유도하면서 대형사고를 이끌어 내죠. '안정감'보다는 '변수'를 끌어내는 작업인 것이죠.
경험이 많지 않은 신예들이 많은 조에서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대형 사고를 통해 다른 팀들이 점수관리를 할 수 없게 만들고, 자신의 팀은 한명만 1위를 기록한다면 8점 획득. 사고를 내는 선수가 2점 이상만 획득한다면 안정적으로 라운드당 10점 이상의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박인재-김승태 팀은 이 전략을 통해 32강에서 확실히 재미를 봤습니다.
◇오존레이지 장진형.
그렇다면 장진형, 조성제는 어떨까요. 분명 '크래셔'에 가까운 전개가 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제 생각엔 그보다 훨씬 더 전투적일 것이란 예상입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장진형의 아이디와 같은 '학살(Genocide)'이 되겠네요. 몇년간 지켜본 장진형, 조성제는 잘 짜여진 전략을 이용해서 아기자기한 레이싱을 펼치지는 않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경쟁자를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안정적인 1위 수성보다는 차라리 자폭을 택하는 선수들이니까요. 이번 리그 그들의 팀명에서도 '전투형 레이싱'에 대한 의지는 확고합니다. 아마도 격노(레이지)란 팀명을 쓸 수 있는 선수는 e스포츠 전체를 통틀어 몇 안 될 겁니다.
◆'조성제'로 완성된 최강의 조합
개인전 리그였던 지난 15차 리그에서, 조성제는 팀 동료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박현호와 함께 결승전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결승 진출자 8명에게만 주어지는 예선 시드를 받지 못한 것이죠. 그런데, 예선 시드가 이번 16차 리그에서는 오히려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15차 리그 결승 진출자 8명은 한 팀에 속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팀 구성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것은 조성제와 박현호의 팀 구성이었습니다. 결국 박현호는 유영혁과, 조성제는 장진형과 함께 팀을 이루게 됐죠.
조성제와 박현호는 지난 2012 이벤트매치 당시, '92 Line'이라는 팀으로 박인재-장진형 팀과 연장 접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생애 첫 우승, 그것도 몸싸움에서는 카트리그 No.1을 다투는 박인재, 장진형을 정면 승부에서 제압하고 얻어낸 승리라는 것에 더 의미를 둘 수 있겠죠. 첫 우승의 감격이 조성제와 박현호에게 커다란 자신감을 불어넣었으리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네요.
◇오존레이지 조성제.
사실 장진형과 조성제의 레이싱 스타일은 거의 비슷합니다. 농담삼에 'B형 남자 레이싱'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번 리그를 통해 장진형은 또 다른 성장을 이뤄야만 합니다. 동생이면서 자신 못지 않게 거친 스타일의 조성제와의 팀플레이를 경험하면서, 장진형은 형으로서 경기의 흐름을 조율하고 조성제를 컨트롤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만약 장진형이 이 역할을 완벽하게 해 낸다면, 문호준-신하늘, 유영혁-박현호 팀과 함께 최강의 라인업에 합류할 수 있겠죠.
유난히 이번 32강 마지막 조 경기에는 몸싸움에 자신 있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습니다. 문호준이나 유영혁의 깔끔하고 완벽한 플레이를 감상하는 것도 즐겁지만, '보는 재미'는 역시 이번 주 경기가 최고일 것이란 예상이 드네요.
16강 진출을 위한 티켓은 이제 단 두 장 남았습니다. 32강전에서 마지막으로 펼쳐질, 격렬한 '전투 레이싱'에 많은 기대 부탁 드리겠습니다.
온게임넷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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