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지만 슬프게도 e스포츠에서는 현실적인 이야기다. 생방송 도중 PC에 문제가 생기면 중계진은 하염없이 시간을 때워야 한다. 시청자들이나 현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치부(?)까지 이야기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지난 11일 스페셜포스2 프로리그가 펼쳐진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 현장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 PC가 계속 문제를 일으켰고 경기는 10분 이상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중계진들은 이제 할 말이 모두 소진된 듯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다.
스페셜포스2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카트라이더 리그에서도 PC문제가 뒤늦게 밝혀지며 재경기를 하는 촌극이 발생했다. 리그오브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 등 온게임넷에서 열리는 리그 대부분에서 PC문제로 경기가 지연되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e스포츠 특성상 장비가 문제를 일으키면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유독 장비 문제로 인해 경기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다. 장비를 관리하는 온게임넷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지 의문이 든다.
현재 온게임넷에서 진행되는 리그는 총 7개 게임 종목의 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각 종목별로 PC가 쓰이지는 않는다. 한 PC에 적게는 3개, 많게는 7개의 게임이 깔려있다. 게다가 게임 사양 역시 좋은 편이 아니다. 만약 각 종목별로 따로 PC를 사용한다고 하면 지금처럼 자주 PC문제가 발생할까? PC 문제는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닌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하는 인재인 셈이다.
그럼에도 장비를 관리하는 온게임넷은 여전히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치부한다. 스페셜포스2 선수들은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마우스까지 통일하는 희생을 감수했다.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선수들의 노력을 PC문제가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홍수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과연 이것이 재해인지 인재인지 논란이 많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피해를 미리 대비하지 못해 큰 사고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PC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문제가 관리 소홀로 경기 지연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돌아오고 있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봐야 한다.
온게임넷은 지금이라도 PC문제로 인한 경기 지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각 종목별 PC 사용이나 경기 후 PC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PC문제로 결국 피해 입는 것은 선수들과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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