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카트리그 해설위원 정준입니다.
무더웠던 여름의 기세가 한 풀 꺾이고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한껏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새로운 팀전 방식으로 치러지는 16차 카트리그도 치열한 32강 경기를 마무리하고 16강에 접어들었네요.
스카우팅 리포트를 위해 자료를 정리하던 도중, 이번 주 경기는 특정 팀이나 선수에 대한 소개만을 다루기에는 대진 자체가 꽤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16강의 대진이라고는 믿기 힘든 각 팀 에이스들의 대결, 16강 1경기에 진출한 선수들을 만나보겠습니다.
◆아슬아슬한 힘의 균형
16강 진출자 명단을 살펴보면, 오존이 3팀, 트리플이 4팀, 아레스는 3팀을 각각 올려놓았습니다. 숫자만 본다면 상당히 팽팽한 상황이죠. 하지만 실을 따져보면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가장 생존률이 높은 팀은 바로 오존게이밍입니다. 16강에 진출한 3팀 모두 압도적인 조 1위를 달성하면서 레이싱을 마무리지었고, 이후의 경기에서도 집안 싸움을 피했으니까요.
다른 팀들에 비하면 대진 상대도 비교적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첫 경기부터 거대한 산을 만나게 된 아레스스피릿입니다. 16강 1조에 아레스스피릿 선수들이 두 팀 속해있는데다 함께 경기할 선수가 무려 문호준, 이중선, 박종근, 신하늘입니다. 8강 진출은커녕 두 팀 모두 탈락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죠.
◇16강 1조에 속한 아레스에이스 안기준.
만약 아레스의 두 팀이 8강 진출에 실패할 경우 아레스의 점유율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따라서, 이번 경기에서 아레스스피릿은 그 동안의 경기와는 조금 다른 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트리플퍼펙트, 아레스스피릿, 그리고 문호준
현재 카트리그에는 5개의 세력이 있습니다. 오존게이밍, 트리플퍼펙트, 아레스스피릿, 신인 선수들, 그리고 문호준이죠. 16강 1조에는 이 세력들 중 무려 3팀의 에이스가 속해 있습니다. 문호준, 트리플의 에이스 이중선, 아레스의 수장 안기준이 그들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탈락하게 된다면, 어느 팀이든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됩니다.
객관적인 전력을 따져보면, 1:1 승부에서 문호준을 잡을 플레이어는 현재 카트리그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팀전 승부라면? 얘기가 조금은 달라지겠죠. 현재의 점수 계산 방식에서는, 1위가 8포인트, 8위가 1포인트를 획득합니다. 1명의 동료가 아무리 잘해도 나머지 팀원이 무너지면 평균 10점 이하의 포인트를 획득하게 되는 겁니다. 만약 1위를 하지 못하더라도 2,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한다면? 7점과 6점을 획득, 합계 13포인트가 됩니다. '해 볼만 하다'는 계산이죠.
◆문호준을 끌어내려라
문호준, 신하늘의 '하품호'는 전형적인 '스위퍼' 팀입니다. 신하늘을 안전하게 1위로 보내고, 최강의 실력자 문호준이 2위 자리를 틀어막는 '스위핑'을 통해 점수를 획득합니다. '문호준'이기에 가능한 전략입니다만, 이 전략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원한 우승후보 '하품달'의 문호준
현재 팀전 방식은 게임 모드가 '개인전'에 맞춰져 있습니다. 서로의 아이디가 보이고, 팀킬도 가능하죠. 아레스스피릿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수 있습니다. 스타트 라인부터 문호준이 아닌, '신하늘'을 잡는 작전입니다.
문호준이 신하늘의 주행과는 상관없이 1위를 유지한다면 누적 포인트 싸움으로 가면 되는 것이고, 신하늘을 구하기 위해 몸싸움을 불사한다면 압도적인 점유율로 덤비면 되니까요. 문호준이 1위 자리를 포기하는 순간, 경기의 흐름은 분명히 바뀌게 될 겁니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트랙 순서가 기가 막히게 나왔습니다.
◆역대 최악의 트랙 순서
현재 16차 카트리그에서 진행되는 10개의 공식 트랙을 난이도와 사고 발생률이 높은 순서대로 적어보겠습니다. 공동묘지 해골 손가락, 광산 아슬아슬 궤도전차, 해적 숨겨진 보물, 황금문명 비밀장치의 위협, 차이나 서안 병마용 이상 5개의 트랙이 소위 말하는 '사고 트랙'인데요. 16강 1경기의 트랙 순서를 살펴보면, 5개의 트랙 중 무려 4개의 트랙이 6라운드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60포인트 선취 방식이 평균 5~7경기 안에 끝난다는 점으로 미루어 봤을 때, 선수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트랙 선정입니다. 승부처는 2라운드 공동묘지 해골 손가락, 3라운드 해적 숨겨진 보물, 6라운드 광산 아슬아슬 궤도전차가 될 겁니다.
이상 3개의 라운드에서 끈질기게 신하늘을 붙잡아 둘 수 있다면, 트리플퍼펙트와 아레스스피릿에게도 승산이 있습니다.
현재 신하늘의 연습량은 리그 선수들 중 최고 수준입니다. 문호준에게 '업혀가는' 팀원이 아니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팀메이트'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경기는 신하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하늘을 품은 호준'이 아니라 '하늘과 달리는 호준'이 되어야 하니까요. 문호준-신하늘의 하품호, 박종근을 얻은 이중선,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아레스스피릿까지. 이번 주 펼쳐질, 16강 최고의 빅매치를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온게임넷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